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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영화상영회 & 바닥소리

by 좋은만남 posted Jul 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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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들어오는 곳에 써둔 글

마이클 무어 감독 영화 소개를 하고 있는 빨간거북 님

영화가 끝나고 경제퀴즈를 풀어 선물 받는 시간을 마련했다.

판소리공연 첫순서 - 내 다리 내놔~~로 더위를 식혀준 소리꾼

언제나 열정적인 소리 들려주는 최용석 님

여러사람이 함께 부르는 진도 아리랑
가수와 관객이 따로 없이 저절로 합창이 된다.
달마다 세 번째 일요일 - 올해 들어 계획한 책방 영화상영회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년 김미례 감독의 <외박>과 <노가다>를 가지고 책방에서 처음으로 상영회를 한 이후 2009년 쌍용 자동차 파업사태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저 달이 차기 전에>(감독:서세진), <경계도시>(감독:홍형숙), <개청춘>(감독:반이다) 등 영화를 달마다 함께 봤다.  6월부터 시작하여 7월은 선거가 많았기 때문에 특별히 7월 상영회는 <자본주의:어 러브 스토리>(감독:마이클 무어)로 선택했다.  두 시간이 넘는 긴 영화지만 아직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못 본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이 영화 상영을 준비했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하, ‘책방’) 영화 상영회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영화 하나를 정해서 달마다 세 번째 주 일요일 오후 2시와 5시에 함께 모여 보는 것이다.  영화는 상업영화를 제외한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본다.  최근엔 우리나라 사회문제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여럿 봤다.  그냥 영화만 보면 밋밋하니까 2시 상영회를 마치면 감독과 관객이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5시 상영이 끝나고 나면 작고 소박한 공연을 30분 정도 한다.

이번 영화 <자본주의>는 감독을 모실 수 없으니까 2시 상영회를 마치고 경제문제 풀고 선물 받는 시간을 준비했다.  책방에서 마련한 선물이라고 해봐야 양말이나 수첩 같이 소소한 것이었지만 즐겁게 문제 풀이에 함께 해 주어서 모인 분들에게 고마웠다.

5시에는 예정대로라면 2시에 봤던 영화를 한 번 더 봐야 하지만 7월은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창작 판소리집단 ‘바닥소리’다.  ‘바닥소리’는 우리 소리를 사랑하는 젊은 소리꾼들이 만든 모임이다.  인연은 참 재미있는 것이다.  내가 바닥소리 최용석 님을 만난 건 지난겨울 책방에서 ‘내 다리 내놔’를 판소리로 만들 걸 듣게 된 것이 처음이다.  그 때 일은 우리 소리가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구나 하는 걸 알게 해줬다.  몇 달이 지난 다음 해를 넘긴 봄에 책방에서 바닥소리 몇 분을 모시고 두 시간 넘게 공연을 했다.  전문 공연장도 아닌 책방치고는 대성공을 거둔 멋진 공연이었다.  사람들이 우리소리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줄지 상상도 못했던 거다.

이번 공연도 역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책방을 찾아주셨다.  공연 시작은 더운 여름 날씨를 식혀주는 재미있고 무서운 ‘내 다리 내놔’가 열었다.  그 뒤로 전쟁에 반대한다는 주제를 품고 있는 창작 판소리 ‘스마트 폭탄가’, 우리 옛이야기를 판소리로 만든 ‘나라를 구한 방귀 며느리’가 이어졌다.  중간 중간 전통 판소리도 몇 자락 나왔다.  ‘춘향전’ 중에서 이몽룡과 성춘향이 “사랑 사랑 내 사랑 이야~”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대목인 ‘사랑가’는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대목이 나오기 바로 전과 ‘사랑가’ 바로 다음 대목을 함께 들려줘서 재미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가’가 끝나고 난 뒤 이어지는 대목은 나도 몰랐는데 꽤 야한 장면이다.  때문에 소리꾼이 소리를 하다가 “어린 애덜은 귀를 막어라잉~” 하니까 공연장은 순간 웃음바다가 돼버렸다.

창작 판소리와 전통 판소리 몇 자락을 부른 다음 지금까지 나왔던 소리꾼들이 다 함께 우리 민요를 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쳤다.  우리 소리 공연은 서양식 노래 공연과 많이 다르다.  우리 소리 공연은 가수와 관객이 따로 없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거의 없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공연 중에 “잘한다!”, “얼씨구!” 하면서 추임새를 넣어도 된다.  공연을 하다가 소리꾼이 조금 실수를 해도 괜찮고 목이 쉬어서 쇳소리가 나도 그게 또 재미있다.  서양식 노래 공연이라면 듣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만한 일이다.  그게 우리 정서다.  소리꾼이 나와서 공연을 하되 즐기는 것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모든 걸 다 안아주고 풀어주며 거기 있던 모든 게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춘다.

이번 영화 상영회 제목을 ‘자본주의 vs. 바닥소리’ 라고 짓고 한 달 동안 홍보를 했는데 결과를 보면 바닥소리의  KO승이 확실하다.  신명나고 재미있는 소리판 만들어준 바닥소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책방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두 시간 가까이 뒤편에 서서 공연을 보신 분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글로 대신한다.

글: 윤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