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16.12.31 20:18

2017년 1월 1일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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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립니다!  ■
1. 오늘은 성탄 후 제1주일 및 신년주일로 예배하였습니다. 성탄의 기쁨과 결단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신년을 복되게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2. 공동식사 후 송구영신 축하행사로 윷놀이대회 등 오락시간을 갖겠습니다. 많은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다음주일 오후에는 묵상과 생활 나눔 기도회를 합니다.
3. 2017년 목회계획서가 나왔습니다. 한 부씩 가져가셔서 참고하십시오.
4. 1월 셋째 주일(15일)에 겨울놀이를 할 계획입니다. 양평의 외갓집마을 체험코스가 제안되었습니다. 다른 의견도 받아 결정하겠습니다. 
5. 1월 넷째 주일(22일) 5시, 세월호 안산분향소 기도처에서 기도회를 합니다. 우리교회 주관이 변경되어 감리교회본부가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6. 박성중 목사님이 안과 수술을 잘 받으셨습니다. 쾌유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7. 은평동지방 사경회가 1월 9(월)~11일(수)에 진관교회에서 열립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문의해주세요.
8. KTX 해고 여승무원과 함께 하는 기도를 위한 기도초를 구입하였습니다. 꾸준히 함께 기도하실 분은 한 개씩 가져가십시오.

■ 목회서신
2016년을 떠나보내며 지난 주일에 썼던 목회서신을 보니 '내가 참 믿음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어수선하고 교회적으로도 외적인 변화가 거의 없는 모습을 보면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말들만 쏟아냈구나 하는 반성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겉으로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저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네, 깊이 반성합니다.
마지막 주간을 보내며 교우 여러분들이 하셨던 겨자씨 헌금을 각 단체에 송금해주면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우리 교회 같이 작은 규모의 교회가 2백만 원, 한 해 동안 300만원 가까운 돈을 사회참여에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입금을 확인한 단체들이 감사의 인사를 해주실 때 우리 교우님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또 성탄절 헌금도 61만 원을 하셨는데 이중 50만 원은 KTX 해고 여승무원노조에 전달하였고 11만원은 해고여승무원들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판매하는 기도초를 구매하였습니다. 게다가 재정 결산을 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신기록 달성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한 해 동안 넘치게 해주셔서 어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풍족하게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교인 숫자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들 마음으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물질적으로도 헌신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치는데 교회 재정을 위해 지갑을 여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질이 전부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물질은 그 마음과 관심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외적인 변화는 없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한 해 동안 넉넉하게 교회를 섬기고 서로를 섬기고 이웃을 섬겼다는 것은 분명 우리 내면이 성숙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교회는 무엇보다도 재정을 투명하게 집행할 것입니다. 비록 얼마 되지 않는 결산이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교역자들의 생활과 활동에 대부분 사용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정성을 담아 하나님께 바친 것이라는 두려운 마음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예산 집행을 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 좋은만남 이모저모20161225_154150.jpg
“KTX 해고 여승무원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지난 주일은 성탄절이었습니다. 성탄절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족과 친지, 지인들과 함께 성탄을 축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아기 예수님이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시고 가장 낮은 사람들이 그 탄생을 지켜봤다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꼭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 오후에는 서울역광장에서 KTX 해고 여승무원들과 함께 예배를 하였습니다. 이들은 정규직 채용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해고시킨 코레일을 상대로 벌써 10년이 넘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른 그리스도인 동지들과 함께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배를 통해 우리도 성탄의 의미를 제대로 지켰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많은 교우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왔습니다. 

“겨울놀이, 어디로 갈까요?”
드디어 기다리던 겨울놀이 시즌이 되었습니다. 시국이 하도 어수선하다보니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지만 촛불 열심히 들고 부정부패 부조리에 목소리 높여 분노하는 것만큼 잘 놀고 쉬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날 명절 때문에 일정은 1월 셋째 주일에 진행할 예정이고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박순용 집사님이 양평 외갓집 체험마을을 추천하셨습니다. 방도 주고 밥도 주고 썰매타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혹시 다른 곳을 추천하실 분이 있으시면 비교해서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갖고 설레는 마음으로 셋째 주일을 기다려 주세요~

■ 교회와 사회  
한국사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 방현섭 목사
2016년에 시작되어 2017년까지 이어지고 있는 촛불, 연인원이 1,000만명을 헤아린다니 촛불이라고 하기 보다는 촛불이 만든 횃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이라는 두 여자로부터 시작된 한국사회의 대혼란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도덕성과 바른 가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고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가치들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박근혜와 최순실 두 사람 때문에 촉발되기는 하였지만 해방 이후 남한 사회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의 강점과 해방 후 미국의 개입과 간섭의 역사에서 부역했던 세력들과 이 와중에 경제적 이득을 얻어 재벌이 되었던 자들의 더러운 카르텔은 역사청산을 가로막고 기득권을 독점 세습하였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와 불의에는 거의 이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정작 독립을 위해 목숨 걸었던 이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극빈자로 전락하였고 산업구조의 가장 밑바닥에서 손가락 잘려가면서 일한 노동자들은 개, 돼지 취급을 받았으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동안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성공신화에 취해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며 경쟁에서 살아남기에만 몰두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잊었습니다. 공정성! 공정하지 못한 경주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비긴다는 것은 초인적이고 천재적인 몇몇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육지에서의 경주에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는 없고 5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사람을 뒷사람이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부당한 경기를 시키지도 말고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이제서야 그런 사실을 한국 국민들이 깨달은 것 같습니다. 
부자가 되고 성공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나라와 사회의 구성원은 권력자이건 재벌이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 이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이자 계약입니다. 이번 촛불은 단순히 무능한 대통령을 몰아내고 부패한 세력을 축출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한국을 공정한 사회로 만드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이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 짧은 얘기 깊은 생각
찰스 콜슨의 [씨 뿌리는 사람들의 씨앗]에 나오는 글이다.
미국의 쉬벌리라는 동네에 두 개의 교회가 있었다. <쉬벌즈 감리교회>와 이웃에 있는 <쉬벌즈 침례교회>는 모든 점에서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어느 해 여름 쉬벌즈 감리교회의 학생들은 여름 성경 학교에 매우 열심히 참가를 했고, 요한복음 13장에 기록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내용에 관해 배울 때였다. 봉사와 희생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담임목사인 스톤은 학생들을 몇 그룹으로 나눠 실천에 옮기게 하였다.
스톤 목사가 학생들에게 말을 했다. “난 여러분이 앞으로 두 시간에 걸쳐 이 도시에 나타난 예수처럼 행동해 주길 바랍니다. 예수님이 이곳에 오신다면 어떤 일을 하실까? 그분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것인가를 잘 생각해 보고, 그대로 실천해 주기 바랍니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학생들은 자신들이 실천에 옮긴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스톤 목사의 집에 모였다. 한 그룹은 두 시간 동안 어떤 노인의 집을 청소해 주었다고 보고했다. 다른 그룹은 아이스크림을 사서 교회에 나오는 혼자 사는 여자들에게 배달했다 말했다. 세 번째 그룹은 교회 신자 중에 병원에 입원한 사람들을 찾아가 위문 카드를 전달했다고 여쭈었다. 또 다른 그룹은 양로원에 가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 주었는데, 8월 중순에 크리스마스 기분을 선물했더니, 한 노인은 그것이 자기 생전에 가장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그룹이 일어나 자신들이 한 일을 발표하자 모두가 우~ 하고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다름 아닌 라이벌 관계에 있는 <쉬벌즈 침례교회>에 찾아가 혹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물었던 것이다. 그 교회의 목사는 정원 손질이 필요한 어떤 할머니의 집을 소개해 주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두 시간에 걸쳐 잔디를 깎고, 마당을 쓸고, 울타리를 손질했다. 그들이 떠날 때쯤 그 집 할머니가 그들을 불러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학생들이 없으면 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쉬벌즈 침례교회 학생들은 이렇게 언제나 많은 도움을 주거든.”
이 말을 듣고 있던 스톤 목사는 놀라서 물었다. “너희를 침례교회라고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너희는 그 할머니에게 너희가 쉬벌즈 <감리교회>에서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드렸겠지?”
학생들이 대답했다. “아뇨, 그럴 필요를 못 느꼈어요. 예수님에게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예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예수님의 이름을 이용하여 자기 이득을 취하는 행위입니다. 참 그리스도인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인입니다. 
올해 표어를 '언제 어디서나 참 그리스도인'으로 정했습니다. 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덕정감리교회 문병하 목사님의 페이스북 中]

■ 헨리 나웬의 "살며 춤추며"
창조의 나약함 「새 시대의 사목」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장 13절)

나는 이 말씀이 그리스도교 선교의 모든 것을 요약한다고 생각한다. 오랜 훈련으로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에 상당한 경지까지 오른 사람이 많지만,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고 자신의 나약함을 창조의 바탕으로 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에게 전문 훈련은 힘을 뜻한다. 그러나 친구들의 발을 씻어주기 위해 옷을 벗은 사목자(목회자)는 힘이 없다. 그에게 훈련은 자신의 나약함을 겁내지 않고 대면하며 그 약함이 오히려 이웃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창조적 나약함이 선교의 원동력이다.
선교란 선교하는 사람이 고통과 기쁨, 절망과 희망의 모든 순간에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음으로써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즉 선교는 특별하게 하는 사업이 아니다. 선교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핵심이다. 선교사가 되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참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 

친밀한 관계의 적 「주님의 집에서」
두려움은 친밀할 관계를 이루는 데 가장 큰 적이다. 두려움은 서로를 달아나게 하고 움켜잡게 할 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예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체포되실 때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예수를 버리고”(마태 26장 56절) 달아났고 십자가에 처형되신 뒤에는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요한 20장 19절) 방문을 걸어잠갔다.
두려움은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달아나게 하든지 아니면 ‘안전한’ 구석으로 모이게 한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를 이룰 공간을 만들지는 못한다. 또한 두려움은 가정을 이루지 못한다. 혼자 숨어 살거나 도피처에 모여 살게는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 가정을 만들지는 못한다. 두려움은 지나치게 멀거나 밀착된 거리를 강요한다. 
나는 내가 두려워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많은 실례를 들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을 피했다. 집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한적한 곳에서 숨어 지내거나 거짓으로 그들과 친한 척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얘기도 나누고 그들의 농담에 큰 소리로 웃거나 그들이 하는 얘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렇게 멀리하거나 반대로 매우 가까이 할 때마다 나는 내면의 자유가 아쉬웠고, 내게 군림하는 이들의 힘에 눌리는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두려움은 우리가 제 길을 걸으면서 함께 성장할 친밀한 공동체를 만들지 못하게 한다. 두려움이 서로를 갈라놓거나 뭉치게 하는 곳에서 우리는 자기 죄와 허물과 상처를 고백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겠는가? 먼 거리는 다른 이들이 우리 삶에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하게 되고, 가까운 거리는 우리의 상처 받은 느낌을 표헌하거 고백하지 않아도 될 구실이 된다.

■ 여행묵상 
그 어떤 곳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신비(1) | 이관택 목사
오늘은 주일이에요. 11시30분에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밀린 일기도 쓰고 말이죠. 벌써 일요일인데 지난 월요일을 회상해 보려니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KakaoTalk_20161231_134329634.jpg 어젯밤 11시에 모스크바행 야간열차를 탔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조용히 가기는 틀렸다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4인실 침대칸에 두 명의 러시아 남자가 들어오더군요. 순간 낯설고 두려운 느낌이 들었으나 이내 그들이 건네준 음료수 하나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지요. 알렉시와 루스완이었는데 40대 중반으로 보였던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저와 동연배더라구요. 영어를 쓸 줄 아는 알렉시는 놀랍게도 33살이었고 영어를 몰라 그랬는지 시종일관 부처미소로 있었던 루스완은 저보다 한살 많았어요. 이 양반들 정말 엄청난 노안! 그들은 페인트 노동자인데 모스크바로 출장을 가는 중이랍니다. 소탈하고 신실해 보이는 두 사람을 통해 새로운 러시아를 만날 수 있었어요. 솔직히 그 동안의 러시아는 좀 시크하고 불친절했었거든요.
여행의 맛이란 이런 걸까요. 우리는 새벽 2시까지 서로가 준비한 먹거리를 주거니 받거니 나누었어요. 나는 누룽지와 며칠 전 선물로 준비했던 보드카를 꺼냈고 알렉시도 여러 가지 음식을 꺼냈어요. 그 중 스모키 치즈라는 음식이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밤새 오갔던 대화들이었어요. 짧은 영어로 역사, 정치, 종교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깊이 있는 나눔의 시간을 가졌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신비롭기만 합니다. 내가 아내 사진을 보여주며 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내가 정말 미인이라며 엄지척 해주더군요. 결혼해서 다섯 살배기 아들이 있는 루스완은 신혼부부가 떨어져있어서 힘들겠다고 서로 행복하게 잘살라고 축복해줬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차인데도 편안하게 잤다고 하니 알렉시는 보드카는 그 어떤 곳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고... 농담을 했어요. 아마도 보드카가 아니라 서로의 온기와 웃음소리가 우리를 편안하게 했을 거라 생각해요. 모스크바의 새벽공기를 맞으며 헤어질 때 참 아쉽더라구요. 두 노동자의 삶에 평화가 있기를.

KakaoTalk_20161231_134430190.jpg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노모데비치 수도원이에요.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근교라서 참 한적하고 좋았어요. 아침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러시아 돈이 다 떨어져서 현금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은행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어렵게 찾은 은행에선 카드가 통하지 않았어요. 
노모데비치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특히나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를 작곡했을 때 영감을 받은 호수와 옐친, 스탈린 등 유명한 이들이 묻혀있는 공동묘지로 둘러쌓여 있어요. 여전히.
이 백조의 호수엔 백조는 없고 오리들만 바글바글 하더군요. 제목이 왜 백조의 호수였을까요? 호수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오리들을 보면서 집 앞 공릉천 생각도 간절해지더군요. 
현금이 없어서 수도원은 포기하려고 했는데 표 파시는 분이 학생처럼 보인다며 그냥 학생으로 해줄테니 있는 현금만 내고 들어가라더군요. 덕분에 아름다운 수도원 정경과 성스러운 정교회 본당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정교회 성전은 입구부터 향내가 진동을 해요. 향이 동양적인 특징이라 생각했었는데 성당에도 매우 잘 어울리네요. 아마도 러시아가 동양과 서양 모두에 걸쳐있어서가 아닐까. 

공항으로 가는 길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러시아식 크레페 블린을 먹음으로써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답니다. 이제 3시간반의 비행 후에 독일로 입성하게 되지요. 러시아 항공은 참 기내식이 맛깔나게 잘나오네요. 여러분과 함께 에어로플롯을 타볼 날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러시아여 안녕...   (계속) 

■ 사회 성화를 위한 기도
대기업은 정권과 결탁하여 온갖 혜택과 숙원사업을 따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저임금, 고된 노동, 아웃소싱으로 시달리며 고용마저 불안정합니다. 올해는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가 근절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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