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 앞에서의 식사'

 절기로 시작한 '야훼 앞에서의 식사'는 신약시대에서는 성만찬 의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초대교회 성만찬은 요즘 같이 의식화된 예배 예식이 아니었습니다. 각자가 싸온 음식을 한 상에서 나누어 먹는 푸짐한 식사였습니다.
이러한 식사를 예배의식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예식으로 여긴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교훈이 되는 말씀보다도 나누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이는 예배의 근본정신을 모두가 함께 나누는 식사, 즉 평등정신이 발현되는 삶의 현실에 강조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의 성만찬 예식은 로마의 엄격한 신분제 사회 속에서 조용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성만찬은 종과 주인이 하나로 어울리며 형제, 자매로 변하는 식사였습니다. 그 혁명적인 식사가 가장 귀한 예배의식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후에 바울 공동체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공동체에 합류하자 자기들끼리만 식사를 나누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행동으로 이들은 바울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습니다(고전 11:20-22).

'야훼 앞에서의 식사'는 신명기의 정신을 이어 받은 것으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방법이었고 그 자체가 바로 예배였던 것입니다. "빈손으로 주님을 뵈러 가서는 안 됩니다. 저마다 주 당신들의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복에 따라서 그 힘대로 예물을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신명기 16:16-17)." 라는 말씀은 '모두가 나누어 먹는 식사'와 연관됩니다. 공동체가 같이 식사를 하려는데 빈손으로 오지 말고 무엇인가 가져와서 같이 나누자는 것입니다.
예언자들은 이런 사랑과 정의가 무너진 제의만 남은 예물을 질타합니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누가 너희에게 그것을 요구하였느냐? 다시는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말아라(이사야 1:11-13중에서)." 라고 외칩니다.

현대는 성만찬 의식은 따로 하고 식사를 같이 먹습니다. 예배 후에 먹는 공동식사는 이러한 '야훼 앞에서의 식사'의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을 가깝게 연결해 주는 것도 없습니다. 공동식사에 손님처럼 먹고만 가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서 같이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예배임을 기억하시고 소중히 여기시기 바랍니다.

홍태의 목사(한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