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에 대하여(2)
사사기 1:19에 의하면, '주님께서 유다지파 사람들과 함께 계셨으므로 그들은 산간지방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낮은 지대에 살고 있던 거민들은 철병거로 방비하고 있기 때문에 쫓아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여호수아에서 이미 가나안 땅을 모두 점령해서 분배까지 마쳤다고 하는 본문과는 상반되는 진술입니다.
여호수아서가 믿음으로 보는 희망의 역사라면 사사기에서 나오는 역사는 현실적인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여호수아서의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이라면 사사기의 역사는 그 하나님의 역사를 다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한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스라엘이 차지한 산지는 그렇게 해방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성읍군주들의 착취를 피해 산지로 몰려들어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으며, 이때부터 가나안 지역은 평지의 '성읍과 그 변두리 촌락'과 산간 지역의 새로 생긴 '성곽 없는 촌락'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의 주거지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고고학은 이 시대에 산간지역에서도 곡식 재배를 한 증거들을 찾아냈는데 이것의 의미는 평야지대에서 곡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효율성 높은 포도나무나 올리브만 재배하지 않고 곡식도 재배했다는 것입니다. 즉 산간지역 사람들과 평야지역의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할 만큼 평화롭지 못한 관계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처음에 이스라엘은 산지를 중심으로 하여 정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야훼 하나님이 산신이라고 불리기도 하였으며, 이스라엘은 언제나 산악전에 능했습니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도 역시 산악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도시들은 산 위의 길을 중심으로 뻗어있습니다. 이런 산간 도시 모습들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세운 마을은 숨길 수 없다(마태5:14)"
홍태의 목사 (한강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