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대학] 사랑, 자비의 하나님

by 좋은만남 posted Jul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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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자비)의 하나님

하나님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면 역시 사랑이다. 전통적인 교리에 따르면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게 여기시며 사랑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사랑에 어긋나는 삶을 살았고 잘못된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때로는 분노로 나타나고 때로는 연민으로도 나타났지만 궁극적인 출발점은 항상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결국 죄인들을 구하기 위하여 자기 아들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음(?)까지 범하는 정도의 심각한 사랑을 가지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가부장적이고 군주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실 유대인 가정에서 아버지는 작은 군주였고 섬세한 사랑보다는 엄격한 원칙에 따라 그 가족을 대한다. 하나님도 그와 같은 틀 안에서 그의 백성들을 대하신다. 그러나 칼날 같은 엄격함이 있는 중에도 사랑의 마음이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구약의 하나님이 베푸시는 사랑은 부성적인 사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복을 주시고 재산을 물려주며 율법적인 삶을 가르친다.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자녀들을 끊임없이 돌아오라고 권면하신다. 구약도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가정을 원형으로 하여 가부장 혹은 군주로써의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한다.

신약의 하나님은 구약에 비해서는 훨씬 섬세하다. 구약이 아버지의 사랑이었다면 신약으로 넘어오면서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로써 나타난다. 그것은 특히 예수 그리스도라는 존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예수는 난폭한, 선일 굵은 남성적인 모습보다는 섬세하면서도 선이 가는 모습으로 이미지화되었다. 그리고 그 내부의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어루만지시고 안아주신다.

예수님은 사랑을 원수까지도 기꺼이 사랑해야 하며(마 5,44) 잘못한 이를 70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 주어야 할 것(마 18,22)을 요청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율법을 완성하는 차원의 말씀이다. 그것은 구약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주석이며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수의 모습을 통해서 하나님의 형상이 구체화되었으며 결국 하나님과 예수가 동일한 본질이라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하나님은 성경을 통틀어 사랑이라는 정서를 가장 밑바닥에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서 더 나아가 신약성경은 하나님이 사랑 그 자체라고 표현한다. 요일 4,16은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알았고, 또 믿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도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이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고 하지 않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언명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말 그대로 사랑이시다.

그렇다면 하나님으로써의 사랑, 사랑으로써 하나님이란 무슨 의미일까? 말 그대로이다. 사랑이 즉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사랑이 즉 신이라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개념이 신의 개념에 포함된다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가 이미 신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 나타나는 양상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친절하고 상냥하며 세심하게 배려한다고 해도 그것이 사랑을 출발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나님과 관계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해당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신이 그 어떤 피안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사랑으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사랑을 본 이는 하나님을 본 사람이다.

사랑, 전적인 사랑의 동기에서 출발하여 사랑의 결실을 맺는 모든 행위와 행위 자체, 그리고 그 과정은 이미 하나님이시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금 더 확대하여 사랑하는 사람마다 종교에 관계없이 이미 하나님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까지 간주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하나님을 가장 잘 알고 잘 믿으며 잘 따르는 이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요 13,34; 15.17-18; 요일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