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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도구로 보는가? 사물로 보는가?

('예수가 상상한 그리스도'를 읽고)

 

                                                                                                                                              글: 이관택 전도사

                                                                                                           

                                                                                                                          

예수가 베드로에게 묻는다.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너는 누구인가?’와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이 한데 뒤섞여 있는 이 질문을 통해 예수는 자신의 제자 베드로의 상태(그의 신앙고백, 그의 신념과 가치관)를 정확하게 묻고 있다. 존재의 인식, 다시 말해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인에 대한 살핌과 정의는 신앙의 가장 중요한 기초를 이루고 있다. 신앙고백이라는 행위는 어떠한 교리를 그대로 믿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과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그 신앙이 내 삶의 시간에 어떻게 개입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는 하나님과 예수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세상에 대한 인식과 나 자신, 그리고 이웃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는 신앙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을 ‘본다’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보는 행위는 단순히 나의 시력보다는 나의 고개가 어디를 향하는지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하이데거와 샤르트르는 사물과 도구의 차이를 통해서 대면과 만남의 문제를 풀어낸다. 도구의 특성은 투명성인데, 그것은 도구가 그 도구의 기능적 역할을 잘 수행할 때, 보여지지 않고 은폐되는 특성을 이야기 한다. 가령 청소기가 청소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때, 사람들은 청소기의 존재에 대해 그다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청소기는 그 기능을 잘 수행해도 없는 존재와 같이 투명해진다. 하지만 그 청소기가 고장 났을 때, 그 청소기는 소위 사물화 되어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각인 시킨다. 비로서 청소기가 어떤 존재인지 그 의미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가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나의 한 친구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자신의 귀에 들릴 때,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고 고통을 토로한다.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는 것, 내 속에 심장이 존재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것이든 그 기능을 잘 발휘하고 있을 때는 그 도구에 대해 상상해 보지 못한다. 사물화 될 때에만 비로서 분석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 분석은 상상력을 동반한다.

 

예수의 ‘하나님나라’가 후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까지 영행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의 수많은 하나님 나라가 도구화되었다는 것이고, 예수를 통하여 사물화 되어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어 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물화 된다는 것은 ‘상상력의 크기’에 따라 그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데, 예수가 베드로에게 질문했을 때, 베드로가 대답한 뻔한 대답! 그 뻔한 대답들은 그저 기능화 된 세상에서, 그 무엇도 새롭지 않은 세상에서는 진정한 대답이 되지 못한다. 예수가 나는 곧 죽을 사람이라고 얘기하자 그 뻔한 대답의 주인공 베드로는 예수에게 화를 낸다. 베드로의 상상력이 예수의 뻔하지 않는 대답을 버텨낼 제간이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많은 이들의 시작은 우연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 일들을 감당해 내면서 뻔하지 않은 상상력들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문자화되고 화석화된 신앙이 예수의 책망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 뻔한 대답 때문에 하나님 나라 자체가 화석화 되고, 사멸되기 때문이다.

 

예수의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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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예수가 상상한 그리스도], 살림,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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