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러움! 그 촐싹거리는 진리
(소설 '오두막'을 읽고)
글: 이관택 전도사
악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기독교의 끊임없는 질문가운데 하나이다. 어째서 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통치하는 이 땅에 억울하고, 불의한 일들이 생겨나는가! 과연 하나님은 계시는 가? 계시다면 절대로 그는 선하지 않거나 혹은 전능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뛰어난 논리를 가지고 하나님을 바라볼지라도 그 무엇이 하나님을 온당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니, 어찌 이 세상의 만사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오만이다!) [오두막]이라는 소설은 신정론(하나님은 의로운가?)의 질문과 더불어 고통의 문제를 치유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전적으로 개입하고 또는 지켜보는 신의 속성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다.
몰트만의 성령론을 보면 관계하시는 성부, 성자, 성령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나님이 결국 혼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삼자의 완벽한 다양성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판에 박혀있는 신이 아니라, 역동하고 움직이는 신, 권위적인 신이 아니라, 평등하고 주체적인 신, 명령하는 신이 아니라, 관계하고 대화하는 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두막]에서 맥이 만난 하나님의 세 위격은 우리의 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한다. 못생기고 투박하게 생긴 예수, 이웃집 아줌마의 형상을 한 파파 하나님, 살랑살랑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성령의 모습이 그렇다. 이는 모습에서 뿐만이 아니라 맥과의 대화 가운데에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우리의 신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는다. 마치 수다스런 여인네들의 공간인 부엌이 세 분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대해 논하는 장이며, 언제라도 그 식탁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초대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서로의 아픔에 대해 공감한다. 등산을 하고, 호수 길을 걷고, 별을 보는 낭만적인 하나님들, 하지만 그 낭만 뒤의 그들의 내면 속에는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며, 한 사람의 고통에 민감히 반응하는 태도가 자리한다.
율법과 정의, 법이라는 것이 하나의 틀로서 우리의 세상을 지배한다면 진정한 하나님들의 세계에는 율법, 정의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 고스란히 현재를 구성한다. 이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으로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형성해 놓은 법과 제도에 교육되어 사물화된 전통과 세태에 따라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수다스레 대화하고, 또 그것을 바꿔가기 위해 무모하리 만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항상 ‘현재형’의 삶의 태도, 과정의 연결고리와 그 보이지 않는 끝을 낙관할 수 있는 긍정성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인간의 독립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조금은 소박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억지스러웠지만, 그들의 모습과 태도, 마음은 언어에 담기 어려운 ‘하나님스런’ 모습들이 베여있다. 보이지 않는 먼 길을 ‘기대감’을 가지고 걸을 수 있는 것은 그 하나님의 속성이 이처럼 유쾌하고, 분주하며, 세밀하기 때문에 그렇다. ‘기대감’과는 달리 ‘기대’라는 단어는 책임성을 강조하고 틀에 맞추려는 듯한 느낌을 담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항상 어떤 산의 정상에 당도하려는 도착증은 우리로 하여금 발을 부르트게 하고, 정상에 올라 야호(야호하면 야생동물에게 안좋지만)할 생각에 현재를 간과하게끔 한다. 하지만 현재가 중요하다. 과거에 매이는 것, 미래에 현재를 모두 반납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하나님 조차 과거에 있었던 것, 또는 미래에 있을 것이라는 이분화 속에 현재에 부재한 하나님, 결국 하나님 없는 현재를 살고 있기에 그렇다.
진정한 신앙의 힘은 촐싹거리고, 함박웃음을 짓고 바보스레 떠벌려도, 그 안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고통에 대한 공감이 있다면, 삶에 대한 진실성이 있다면 그것이 삶을 치유하며,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삶을 구성 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오늘도 수다스러움으로 나의 일상을 함께 하실 하나님! 그리고 나의 고통에 그 누구보다도 촐싹거리며, 눈물 흘리실 하나님 생각에 뭔가 설레는 맘과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고, 앞치마도 하고 싶다. 파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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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폴 영, [오두막], 세계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