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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뚫고 들어온 준상이와 예수

 ('예수전'을 읽고)

                                                                                                                                                    글: 이관택 전도사

어제 오랜만에 서대문 사무실에 들렸다가 지난해 6월 2일, 내 이름 앞으로 온 편지를 뒤늦게 받게 되었다. 보낸 이는 4월에 군입대한 준상이였다. 지난 가을에도 외박과 면회, 그리고 휴가를 통해 얼굴을 보았던 준상이! 하지만 6월 2일은 최근에 ‘내가 직접 만난 준상이’ 이전의 ‘준상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편지지를 여는 순간, 오래전에 이미 나에게 보내졌으나, 7개월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당도한 이 ‘신비로운 편지’ 속에 담긴 준상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새삼스런 설레임과 궁금함을 가지고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자대로 간지 얼마 안 된 준상이의 고민, 각박한 군 생활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성찰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이 편지지 곳곳에 묻어 있었다. 더불어 기독교에 별로 관심이 없던 그에게서 ‘교회’라는 단어와 ‘예수’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모습을 빗대어 ‘예수님’의 모습 같다는 과분한 칭찬이 포함되어 있어, 실로 오랜만에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놀라운 자극이 되었다. 준상이의 편지를 통해 어제와 오늘의 내 삶이 좀 더 입체적인 모습으로 다가 옴을 알아차린다. 내 삶의 행동 하나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 하나의 좋은 기운으로 전달되고, 누군가의 공명을 이끌어 낸다는 ‘진실’에 감사함과 놀라움을 느끼게 되며, 지금 나의 삶의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어제 받은 준상이의 편지는 나에게 문자 이상의 살아있는 신비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7개월 전의 준상이를 만난 사건’을 통해 예수를 만난 김규항씨의 마음을 헤아림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준상이’를 살펴보자. ‘편지 속의 준상이’는 분명히 ‘준상이’가 맞지만 나에게 있어서 지난 8월 대천에서, 10월 대구에서 만난 준상이와는 다른 결의 사람이 된다. 여기서 ‘편지 속의 준상이와 편지 바깥, 실제의 준상이 중 어떤 것이 진짜 준상이 일까’라는 문제설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문제 설정을 뛰어넘지 않으면 진짜 준상이 찾기에 급급해진 결과 준상이와 나와의 실제적인 관계성과 역사성이 상실되기 쉬워진다. 실제 준상이를 찾는 과정은 그 결과보다도 ‘어떤 시점에서 만난 준상이인가?’, ‘나에게 준상이는 어떤 의미인가?’, ‘준상이와 나는 그 동안 어떻게 지내왔나?’ 등의 질문이 함께 포괄됨의 과정으로 결국 나의 삶을 뚫고 개입하는 준상이의 진짜 모습이 결정지워지는 것이다. 어제의 신비로운 편지로 인해 준상이는 나에게 새 삶을 살게 해준 것이 분명하며 지금의 준상이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어떠한가? 김규항씨는 역사의 예수를 들추는 방법 또는 역사의 예수를 상정하고 그 삶과 자신의 고민을 등치시키는 방법으로 자신이 만난 예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당신은 어디에서 온 예수를 만나고 있냐는 그의 질문(유대에서 온 예수, 갈릴리에서 온 예수, 교리에서 온 예수)에 우리는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가 접한 예수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지만, 문제는 어떤 예수가 내 삶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만난 예수가 아니라 바로 오늘 내가 만난 예수는 실제적으로 내 삶을 뚫고 들어온 예수이다. 나를 뚫지 못하고, 내 안에 들어오지 못한 예수는 사실 ‘나의 예수’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절대 아니다. (성서 속에 박제되고 교리에 갇혀버린 예수는 결코 그리스도가 될 수 없다)

 

그의 저서 덕에 ‘B급 좌파’라는 이미지를 가진 김규항씨의 예수는 좌파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좌파라 자부하는 이들 모두에게 약간은 불편한 모습이지만, 예수의 ‘진정성’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는 조건과 정세를 뛰어넘는 신앙의 신비이자 강력한 종교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어떤 신념과 민족과 국가도, 틀과 제도와 교리도 인민(people) 앞에, 민중 앞에 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수가 사두개파, 헤롯 당의 성전세력, 바리새파와 열혈당의 대중 세력, 로마의 제국주의 세력 등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종국에 어떤 틀과 노선에서 벗어나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수함’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예수는 유연한 삶을 감당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철저한 율법가로, 어떤 때는 친근한 활동가로, 설교가로, 혁명가로, 죄인으로, 나약한 사람으로 변모하며 많은 사람들과 하나님의 뜻을 나눌 수 있었다.

 

 

비록 약함과 번뇌로 점철되어 있는 예수의 삶이었지만 언제나 치유와 구원 그리고 변화의 역사가 2000년을 관통하면서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은 이론과 논리, 틀과 제도, 교리와 권력이 아니라 사람을 관통하고, 삶을 뚫고 들어오는 신비에 있다. 이 신비는 오늘도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부유해 지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부유해짐을 부끄럽게 여기는 변화! 나의 삶의 유한함을 확장시켜 영원한 삶을 지향하려는 변화! 이웃의 몸을 나의 몸과 같이 여기고, 결국에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는 변화 말이다.

 

예수의 혁명성은 예수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지배체제가 증명한다는 김규항의 말을 들으면서 실제 '진보'라 떠들고 다니는 많은 이들을 본다. 진보의 가치관은 주장된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 일진데, 신앙의 신비 또한 주장되는 것이 아닌 증명되는 것 일진데, 우리 삶으로 세상을 뚫어내고 이웃의 마음을 뚫어내는 것 일진데, 입에만 머물러 있는 진보, 입에만 머물러 있는 신앙은 나의 욕망은 채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지는 못한다.

 

준상이가 생각하는 예수는 어떤 예수일까? 준상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예수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를 뚫고 들어온 준상이와 예수를 생각하다가 자연스레 그 초점이 나에게 맞춰진다. 실은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이 삶의 주인공은 예수가 아니라 ‘나’다. 준상이가 아니라 ‘나’다. ‘나 밖에 모르는 것’만큼이나 나를 뚫고 들어오는 존재에만 민감한 것은 어리석음이다. 결국 나를 뚫고 들어오는 타자를 인지하는 것 또한 ‘나’임을 결국 내가 살아감으로 증명할 것은 나의 삶에 ‘신비’로 개입하는 그 분이 아닌가!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결국에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도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가? (158p)

 

2. 선한 변화를 위해 좀 더 높은 지위와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은 욕망일까?

   아님 합리적인 방법일까?(171p)

 

3. 나의 예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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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 [예수전], 돌베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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