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성 과부에 대하여

홍영의 전도사(중계교회)   

 

1. 나인성 이름의 뜻

누가복음의 기자인 누가는 예수님이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고쳐 주신 곳의 도시 이름이 '나인 성'이라고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방문하신 도시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누가가 나인 성이란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을 보면 여기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또는 문학적 방법)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인'은 히브리어로 '즐겁다'를 뜻한다. 나인 성은 야곱의 열두 아들 가운데 잇사갈 지파에 속한 곳인데, 아버지 야곱이 잇사갈을 축복할 때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잇사갈을 향한 축복에서 '아름답게 여기고'라는 뜻으로 히브리어 단어 '나에마'로 축복했다. 다시 말해 '즐거움'의 땅 잇사갈에, 그것도 즐거움 자체인 '나인'의 한 성에서 즐거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과부의 딱한 처지를 불쌍히 여겨 예수님은 나인 성의 과부의 아들을 살려주신 것이다. 예수님은 죽은 청년을 다시 살려 내심으로 '즐거움'을 다시 회복시키신다. 이 과부는, 즐거움의 땅에 있는 즐거움의 성에서 즐거움의 과부가 된 것이다.

2. 과부의 사회적 위치

성서 시대 이스라엘은 엄격한 부계사회였다. 여자는 일생 동안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했는데, 과부는 사회적 보호막이 사라진 사회적 약자가 된다. 과부는 남성이 아니기에 법정 증언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이 시대 과부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소연 할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른 남성이 자신을 위해 대신 소송하고, 대신 증언하고,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 그런 남성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룻기에 나오는 나오미도 자신의 기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성서시대 과부는 쉽게 희생양이 되었고 언제 어디서 갑자기 끔찍한 상황으로 전개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사회 정의와 도덕이 무너진 것을 공격했던 선지자들은 주로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국가의 신성한 의무를 저버린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3. 상속법에서 제외된 과부

예수님께서 사역하셨던 주후 1세기의 이스라엘에서 여성에 대한 상속은 철저히 무시되고, 남자 후손에게만 주어졌다. 물론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내린 특별한 판결에서의 특별한 조항이 있지만, 이 법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었었다. 나인성의 과부는 남편이 죽고 외아들인 장남의 보호 아래 살아갔을 것이다. 남편의 모든 유산은 외아들에게 돌아갔을 텐데, 문제는 이 외아들도 죽은 것이다. 사회적 보호막이 사라졌기에, 도적이 와서 가산을 훔쳐가도, 이웃이 강탈해도, 제사장이 삼켜버려도, 그냥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 본문을 읽을 때 죽은 자의 살아남만 기억하는데, 사실 누가의 의도는 죽은 청년을 살리심으로 과부의 사회적 죽음도 살렸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