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새 이야기

 

홍영의 전도사(중계교회)

 

1. 노새의 용도

노새는 말과 함께 왕위 등극식에서 자주 애용되던 동물이다. 고대 근동 문서 중 하나인 마라문서에는 왕 짐리-림에게 말보다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는 것이 왕의 위엄에 걸맞다고 재안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스라엘 왕실에서 노새의 이용은  왕국시대 사울과 다윗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가 후기 왕국시대에는 왕실에서 말이 보편화 되어갔다. 노새는 암컷 말과 수컷 나귀를 교배하여 탄생하는데, 말과 나귀의 장점을 두루 갖추었다. 노새는 한마디로 '힘과 정력'을 상징했다. 노새는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산지, 경사진 비탈 등을 넘어지지 않고 자유롭게 다녔으며, 몸이 튼튼하고 거친 먹이만으로도 잘 견뎠다. 그런 면에서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율법에는 다른 종과의 교배를 금하고 있기에, 이스라엘에서는 외부에서 수입된 노새만 이용하였다. [너는 가축 가운데서 서로 다른 종류끼리 교미시켜서는 안 된다. 밭에다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씨앗을 함께 뿌려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재료를 섞어 짠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레 19:19)

2. 성서속의 노새

솔로몬과 관련하여 노새에 대한 기록이 인상적이다.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 암논은 이복누이 다말을 범하여 동생 압살롬에 의해 살해당한다. 살인자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배반하여 반역을 저질렀으나, 요압 장군에 의해 죽었다. 암논, 압살롬이 제거되자 넷째 아들인 아도니야가 반란을 일으켰다. 아도니야의 반란에는 요압 장군, 아비아달 제사장이 가담했다. 다윗은 나이 들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이었기에 아도니야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고, 아도니야에게 왕위가 계승되는 것 처럼 보였다. 이때 솔로몬이 나단 선지자의 도움으로 다윗의 '노새'를 타고 등장한다. 솔로몬이 탄 다윗의 노새를 본 백성들의 민심은 순식간에 아도니야에서 솔로몬 쪽으로 기울게 된다.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이다. 백성들이 보기엔 솔로몬이 다윗의 노새를 탔기에, 솔로몬이 정식 계승자로 알아주었던 것이다.

3. 압살롬의 최후에서의 노새

성경 속에서 압살롬의 최후는 웃길 정도로 엉뚱하다. 압살롬의 긴 머리가 상수리나무에 대롱대롱 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유대인들만 이해 할 수 있는 2가지 상징이 들어있다. 첫째, 왕실의 전용 탈것인 노새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압살롬을 나무에 매달아 둔 채 떠나 버린 것이다. 이것은 왕실에서는 압살롬의 왕위 계승에 대한 거부를  표시하는 것이다. 둘째, 압살롬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에게 '나무에 매달리는 것'은 하나님의 저주를 의미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 주검을 나무에 매달아 둔 채로 밤을 지내지 말고, 그 날로 묻으십시오. 나무에 달린 사람은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신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