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이야기
홍영의 전도사(중계교회)
1. 보호의 상징
광야에 거하는 유목민들의 삶에는 끊임없는 보호가 필요하다. 낮과 방의 일교차가 심한 광야의 환경에서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으로부터, 밤에는 살을 에는듯 한 추위로부터 보호해 주는 곳이 바로 '텐트'다. 그런 의미에서 광야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에게 텐트는 '보호'를 상징한다. 광야를 지나는 동안 드렸던 예배 처소도 바로 텐트였다
2. 텐트의 제질은?
성서 시대에 텐트는 검은색의 염소털로 만들었다. 검은색은 암을 유발하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검은색 털을 가진 염소는 다른 염소보다 더 오래 살고 새끼도 많이 낳는다. 현대를 살고 있는 유대 광야의 베두인들은 비닐로 만든 텐트를 이용한다. 그러나 간혹 남부 요르단과 시내 광야에 거하는 베두인들 중에는 염소털로 만든 텐드를 이용한다. 염소털로 만든 텐트는, 건기에는 말라서 구멍을 통해 더운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환기 작용을 해 내부가 시원해진다. 우기에는 염소털이 늘어나 구멍이 촘촘해져서 자연스럽게 방수가 되었다.
3. 천막을 걷고 치는 여인들
성서 시대에는 모든 일이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로 명확하게 구별되어 있었다. 천막과 관련된 일에도 남여의 일이 명확했다. 우선 천막을 만드는 일은 여자들이 전담하여 만들었다. 염소를 잡고 가죽을 벗기는 일은 남자들의 일이라면, 말리고 실로 엮는 일은 여자들의 일이었다. 보통 텐트를 하나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 텐트를 위해 염소를 무조건 잡을 수는 없지 않는가? 텐트를 운반하는 일은 남자들의 일이다. 그리고 텐트를 치고 걷고 말뚝 박는 일은 여성들의 일이었다. 그래서 성서시대의 현숙한 여인들은 팔뚝이 아주 굻었을 것이다.
4. 시스라를 죽인 야엘이라는 여인(삿 4:21)
사사기에 보면 북쪽의 하솔 왕 야빈이 이스라엘을 괴롭히자 하나님께서는 드보라라는 여자 선지자를 통해 바락을 사사로 세우신다. 드보라는 바락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지만 승리의 영광이 바락이 아닌 이름 모를 여인에게 돌아갈 것임을 예언한다. 그 이름 모를 여인이 야엘이다. 야엘은 텐트 말뚝을 취해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박아 죽였다고 전한다. 텐트 말뚝을 박는 일도 여인의 일이라 어렵지 않게 죽였을 것이다. 야엘이라는 이름의 뜻은 염소이다. 즉 이 표현은 일종의 언어 유희에 해당한다. 염소가, 염소털 텐트의 말뚝으로 시스라를 죽였다. 그런데 여기서 야엘이 시스라를 죽인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 민족의 원수였기 때문일까? 물론 이 문제도 있었겠지만, 여인에게는 바깥 외출이 철저히 통제되던 그 시대에 야엘이 시스라를 알아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 해답은 사사기 4:18절에 나온다. 야엘이 시스라를 텐트 안으로 들이고 '야엘이 이불로 덮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강간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여인의 순결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 남성들의 최대의 수치였다. 야엘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남성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시스라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