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장 이야기
홍영의 전도사(중계교회)
1. 푸른 초장은 북쪽에 있다
광야에는 양들이 흩어져 안식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히 없다. 가시덤불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자칫 양털에 가시덤불이 붙어서 양털 깎는 작업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동물의 시체가 있는 곳도 피해야 한다. 주변에 득실거리는 파리 떼로 인해 전염병이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초장은 히브리어로 '나아'라고 하는데, 이는 '목초지'를 가리킨다. 특히 '푸른 초장'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잔디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인 '데쉐'가 합쳐진 복합 명사로 등장한다. 그런데 과연 척박한 광야에서 푸른 초장을 만날 수 있을까? 다윗이 시편 23편에서 이야기한 푸른 초장은 우리나라 대관령 목장과 같은 무성히 많은 초장을 말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6개월의 건기 동안 회색빛으로 타들어가던 광야는 10월경에 내리는 이른 비로 인해 조그만 풀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다윗이 노래한 푸른 초장이다. 그나마 이런 풀들도 주로 북쪽에 생긴다. 그 이유는 태양이 유일하게 지나가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진다. 광야의 태양은 너무 뜨거워서 비가 오는 우기에도 태양이 지나가는 쪽은 풀들이 많이 자라지 않는다.
2. 시온 산은 왜 북쪽에 있을까?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성전, 그리고 그 성전이 지어진 예루살렘을 가리켜 '시온 산'이라고 부른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전체 지도를 놓고 볼 때 전혀 북쪽에 위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쪽에 더 가깝다. 그런데 다윗이 노래한 시편에서는 시온 산이 북쪽에 있다고 노래했다. (시 48:1~2) 그 이유는 유대 광야에서 양을 치는 목자들만 알수 있는 독특한 시적 표현이다. 우리나라에서 북쪽이라하면 북한을 생각하기 쉽다. 이것처럼 광야의 백성인 이스라엘 민족에게 북쪽이란 푸른 초장이 생기는 곳이다. 그래서 다윗은 예루살렘을 '북방에 있는 시온 산'으로 노래한 것이다.
3. 양들을 먹이는 목자
선한 목자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양들에게 풍성한 꼴을 먹여 살찌우는 것이다. 목자가 아무리 착하고 사랑이 많고 용기가 있어서 맹수로부터 보호한다고 해도 양들을 굶주리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양들이 목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결국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에서 풍성하게 풀을 뜯어먹는 것이다.
선지자 에스겔은 양들을 먹여야 할 목자의 기본적인 직무를 유기한 당시의 지도층을 향해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은 목자로서 자신들만 살찌우고 양들은 피골이 상접하게 굶기는 것을 예사로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잘못된 목자를 만나 굶주린 이스라엘 백성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친히 그들의 목자가 되어 그들을 먹이겠다고 약속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목자는 모든 이를 섬기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예수의 제자라면 현재의 직분이나 부를 하나님께서 주신 복으로 생각지 말고 사명으로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