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흑암에서 빛으로, 태초의 순간(1)

 (창세기 1:1-4)

 

 

* 태초는 언제인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라는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은 1장 전체 사건을 압축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구절들은 하나님의 구체적인 창조사역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창세기의 원래 제목은 "태초에"였는데(구약 히브리 성서는 맨처음 등장하는 단어가 각 권의 제목이다), 이 제목은 그 자체가 창세기의 전체 방향을 암시해주고 있다.
 태초는 정확히 언제쯤일까?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면 처음의 비밀을 아는 감동은 그만큼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정확한 사실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창세기는 결국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듯이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세기도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었을 텐데,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기록되었을까? 그것을 알면 하나님의 마음과 기쁘게 만난 인간의 구체적인 경험과 현실을 짐작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또는 히브리 백성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 힘든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 때로는 나라가 망하기도 하고, 노예로 끌려가기도 하고, 포로로 붙잡혀 고향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같은 고대 국가들은 오늘날의 중근동 전역을 차례로 다스린 대제국인데 반해 히브리 백성들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존재였습니다. 이런 처지에 놓이면 '내일이면 뭔가 좀 달라지겠지' 하고 희망을 품었다가도 암당한 현실에 금새 낙심하고, 마침내 지쳐 쓰러지고 맙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절대적 희망'이 된 것이 바로 창세기 말씀입니다.

 

 

* 창조의 특별한 뜻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아무런 재료도 없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의 창조에는 의외로 특별한 재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무에서 유를 창조ㅎ지 못해서는 아닐텐데, 이상합니다. 바로 하나님의 창조의 재료는 '혼돈과 공허와 흑암'입니다.(창1:2-3 참조)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 사건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혼돈과 공허와 어둠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하지만 하나님의 영이 그 위에서 움직이자 빛이 탄생합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내가 지금까지 고생하고, 낙담하고, 상처받아왔던 세월을 하나님의 영이 따뜻하게 감싸주시면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인생이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우리의 인생에도 빛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태초는 우리를 무력감에 빠뜨릴 공험함이 빛으로 새롭게 탄생되는 시간입니다. 측암같았던 인생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태초'인 것이죠.   

 

 

* 창세기 이야기 1 / 김민웅 저

 1. 흑암에서 빛으로, 태초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