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흑암에서 빛으로, 태초의 순간(3) 

(창세기 1:1-4)

 

 

* '존재의 창조'를 넘어 '가치의 창조'로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는 대목을 보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기 전에도 땅과 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하겠지만 창세기의 창조사건은 모든 존재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창세기는 '존재의 창조'를 넘어 '가치의 창조'를 말하고 있다. 하나님 창조 이전에도 혼돈과 어둠과 공허함이라는 현실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 어둠의 땅이 비로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땅으로 변화되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는 단순히 "없던 것을 새로 만들었다"가 아니다. 없던 가치와 없던 희망, 없던 꿈, 없던 비전을 새롭게 갖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은 가치의 창조이며 진정한 창조가 된다.  

 

하나님께서 만든 그 땅이, 그 물이, 그 하늘이 생명을 품을 수 있는가?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희망이 가득한가? 모든 생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세계가 바로 에덴이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공간이다.
창세기가 씌여졌던 시대는 히브리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던 때이다. 그 당시 엄청난 제국의 문명을 보면서, 한편으론 그 규모와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속에 생명이 없는 폭력적이고, 반생명적인 문화와 죽음으로 향하는 매커니즘을 바라보면서 히브리 백성들은 진정한 하나님의 창조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도시와 문명이 있지만 그 속에 생명이 없다면, 빛이 없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라는 그들의 고백이다. 이들이 포로생활을 하면서도 거대한 적들에게 주눅들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의 창조사건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어디까지나 생명의 가치, 평화의 가치, 빛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건이다. 이를 믿는 사람은 이름없는 야생초 하나를 보고도 생명의 비밀을 깨닫고,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 창세기 이야기 1 / 김민웅 저

 1. 흑암에서 빛으로, 태초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