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에덴의 동쪽으로 열린길 (2)

(창세기 3:14-24)

 

 

*  배로 기며 흙을 먹는 뱀의 운명

 

들짐승 가운데서 네가 저주를 받아, 사는 동안 평생토록 배로 기어다니고, 흙을 먹어야 할 것이다.”
                                                                                                                                                                   <창세기 3:14>

 

뱀은 아담ㄷ과 하와가 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겼습니다. 그동안은 자유로운 신체로 이리저리 활보했겠지요. 계획했던 대로 인간을 유혹하고, 결국 이들을 무너지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자신의 신체적 자유도 엄청나게 제한되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뱀이 평생 배로 기어 다닌다는 것은 비단 뱀의 움직임의 특징만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바로 행동의 자유가 축소된 것이지요.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에덴동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유의 상실입니다. 선악과만 먹으면 하나님의 지위조차 다 내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반대로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간을 유혹함으로 인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했지만 결국 흙바닥을 기어 다니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바로 이건 얻음과 잃음, 잃음과 얻음의 역설은 성서의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앞선 자가 뒤쳐지고 나중 된 자가 처음 된 자가 되는 역설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하나님이 뱀에게 “너는 흙을 먹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사실 뱀은 흙을 먹지 않습니다. 개구리 같은 동물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기어 다니기에 뱀의 입에 흙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합니다.

성서는 이와 같은 모습에 주목합니다. 아무리 호화로운 식탁도 부정한 방법으로 부패와 비리를 통해서 쌓은 것은 마치 흙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생명의 자리에서 죽음의 자리로 끌고 가면서 권세가 생길 줄 아는 자들은 그로 말미암아 온 세상을 기어 다니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