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인의 표식 (4)
(창세기 4:9-16)
* 진실한 마음이 있는가
가인은 이제 땅을 갈아도 그 소산을 나눌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에 처할 뿐 아니라 “너는 이 땅위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라고 하나님은 예고하십니다. 아벨이 제거되면 가인은 자신이 농사 짓는 땅에서 두 발 뻗고, 평생을 안정되게 살아갈 줄 알았을 텐데, 현실은 완전히 반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땅에서 “뿌리 뽑힌 인간”이 되었습니다.
농부는 땅에 정착해서 살아야 하는데 이제 부평초처럼 떠다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가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삶의 근거자체가 사라진 모습이지요.
가인과 아벨은 제사라는 형식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신성한 종교행위가 경쟁, 분노, 탐욕과 결부되어 그 제사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도리어 가인의 운명에 재앙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났을 때, 진정과 신령함을 강조하면서 하나님과의 만남에서 필요한 자세를 일깨우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인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하였습니다. 그로써 자신의 죄를 돌이키지 못하면, 그가 어디에 살아도, 혹여 안정된 정착생활을 외면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해도, 그의 마음과 영혼은 떠도는 자가 되고 말지요. 가인은 어디서도 나그네입니다. 성서에서 ‘나그네’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그 출신도 목표도 모르는 떠돌이 인생을 이야기 합니다. 가장 소외되고 약한 사람입니다. 가인이 그런 운명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