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문명의 발전과 인류의 정신적 위기 (1)
(창세기 4:16-26, 5장)
* 믿음의 공동체가 시작되다(2)
아벨이 죽고 가인이 집을 떠난 후 아담과 하와는 다시 셋이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그 셋이라는 이름을 하와가 이었다는 점입니다. 가인이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하와의 발언이 기록되어 있고, 아담은 가인을 낳았을 때나 셋을 낳았을 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가인이라는 이름의 경우 “얻었다, 낳았다”라는 히브리어 발음과 비슷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아담이 자기 아내 하와와 동침하니, 아내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았다. 하와가 말하였다. “주의 도우심으로, 내가 남자 아이를 얻었다.” (창세기 4:1)
보통 자식의 이름을 아버지가 짓는다고 여기는데, 성서는 애초에 어머니가 이름을 지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담은 동물과 아내 하와의 이름을 지었을 뿐, 정작 아들들의 이름은 아내 하와가 지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발언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나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도 그렇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이르면 더할 나위 없이 어머니의 위상이 막중합니다. 현실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였는데, 이와는 달리 히브리 성서의 전통 속에서 어머니의 존재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길러 내는 어머니의 자리란 마땅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 어머니가 생명의 탄생을 하나님의도우심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대목도 귀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자식을 그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이 맡겨 주신 존재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와가 아벨의 동생으로 낳은 아들 셋으로부터 에노스가 태어나고 “그때에 비로소, 사람들이 주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기 시작하였다.” 라고 한 대목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믿음의 공동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아담으로부터 3대에 이르자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거지요. 아담이 하나님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은 성서에 나오지 않습니다. 2대째인 가인과 아벨 때에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제사가 등장하게 되었고, 가인이 아벨을 살해한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난 다음 잠시의 전환기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믿음의 공동체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