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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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13:20-21


20 예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를 무엇에다가 비길까? 21 그것은 누룩의 다음 경우와 같다. 어떤 여자가 누룩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섞어 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올랐다."

 

예수께서 입을 열어 다시 말씀하셨다. 한 여인에 관한 장황하지만 재미있고 또 듣는 이들이 생활에서 매일 만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여인이 집 문을 열고 들어선 때는 어느덧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때였다. 밭에서 하루 종일 허리를 펼 수도 없을 만큼 바쁘게 일을 하던 여인은 해가 지평선 가까이에 다다르자 서둘러 일을 마무리 했다. 주위의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작은 빵조각으로 겨우 때우고 점심은 찾아 먹을 엄두도 못 내면서 그저 엄마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이미 깜깜해지고 집에 들어가기가 벌써 며칠이었던가. 여인은 오늘만큼은 안 되겠다 싶어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일을 마무리하고 꽁지가 빠져라,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게 집으로 내달렸다.


이렇게 허리가 휘도록 일한다 해도 사실 입에 풀칠하기조차 녹록치 않았지만 그나마라도 하지 않으면 세 아이는 그저 굶을 수밖에 없으니 그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여인은 밭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도 수확의 거의 대부분을 가져가버리는 지주놈들과 성전세로 뜯어가는 제사장놈들을 속으로 저주했다. 그만큼 일은 힘들고 벌이는 없었던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집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버짐이 피고 누렇게 뜬 얼굴이나마 반갑게 ‘엄마’ 하고 소리지르며 여인을 맞아주었다. 아이들을 보니 땀으로 범벅이 된 여인의 얼굴에도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니들 때문에라도 더 악착같이 살아야겠다.’ 여인은 속으로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본다.


남편도 같은 농장에서 일을 하지만 대부분 저녁식사는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남정네들이랑 같이 저녁밥을 먹고 들어온다. 달이 중천에 떠야 들어오는 남편은 몇 조각의 빵으로 배를 채우고 함께 마신 포도주의 취기가 올라서야 집에 들어온다. 그런 남편이 참으로 야속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농장에서 남자들에게 주어지는 그 무지막지하게 힘든 육체노동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남편은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서 나를 사람취급을 가끔 해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그저 재산의 일부이거나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지만 남편은 가끔이나마 내 뺨을 어루만지면서 ‘고생이 많다’고 말해준다. 그럴 때면 내 얼굴을 빨개지고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어떤 때는 눈가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매맞고 사는 여자들이 태반인데 나는 그래도 행운이다. 좋은 남편을 만났으니.


이미 어둑어둑 해졌으니 우선 집에 등불을 켠다. 등불에 쓸 기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빨리 저녁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 저녁으로 먹을 빵을 굽기 위해 어제 밤에 부풀려 놓은 밀가루 반죽을 담아 놓은 그릇을 무릎으로 끌어당겼다. 그릇을 덮어 두었던 접시를 들어내자 누룩이 잘 발효되어 큼지막하게 부풀어 오른 밀가루 반죽이 눈에 들어왔다. 잘 부푼 밀가루 반죽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도 살살 올라오는 듯했다. 이제 이 밀가루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구워내면 오늘 저녁과 내일 먹을 수 있는 빵이 된다. 독에 남은 밀가루도 얼마 되지 않으니 이번 달 품삯을 받을 때까지 몇 번이나 더 빵을 구워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반죽을 보고 있으려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인은 문득 어제 이 반죽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 내 팔자가 왜 이럴까, 나는 왜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평생 일만 죽어라고 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쉬었는데 그 한숨에 눈물이 한두 방울 배어나왔다. 힘겹게 일하고 들어오니 사지관절이 안 쑤시는 데가 없었다. 그런데 집에 왔대봤자 잠시라도 누워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여야 했다. 아침에 먹고 남은 빵 조각을 네 식구가 둘러 앉아 짐승 같이 뜯어 먹고 나자 다음날 먹을 빵이 걱정이 된 것이다. 그래서 힘겨운 몸을 이끌고 밀가루를 퍼내다가 물을 붓고 반죽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 누룩을 섞고는 다시 힘겹게 반죽을 했다. 반죽하는 내내 다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어댔었다.


그런데 어제 해 놓은 반죽이 잘 부풀어 있는 것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뿌듯해지고 작으나마 행복감이 몰려 왔다. 잘 부푼 반죽을 보면서 꾀죄죄한 얼굴이지만 눈망울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니 갑자기 힘이 솟았다. 맛있게 구워내서 따끈한 빵을 한 입씩 베어 먹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내 몸이 바빠졌다. 여인은 다시 힘을 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사는 게 뭐 별거 있어. 아이들이랑 이렇게 빵 구어 먹고 남편이랑 건강하게 살면 되는 거지...’
여인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잔뜩 부풀어 오른 반죽 그릇을 들고 화덕으로 향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면서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 나라를 무엇에다가 비길까요? 이 여인이 누룩을 가져다가 밀가루에 놓고 반죽하여 푸짐하게 부풀어 오른 이 반죽과 같지 아닐까요?” 사람들은 모두 이 말씀을 듣고는 각자 자신들의 집안 모습과 밀가루를 반죽하는 아내 혹은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들 모두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슬며시 떠올랐다. 몇 사람은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필시 잘 부풀어 오른 반죽으로 빵을 구워놓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지친 얼굴이었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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