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미술 전통은 히브리 전통과 달리합니다.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다.’ 이 전통 때문인지 대체로 히브리 종교는 신, 인간 또는 살아 있는 생물을 미술로 재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한편 그리스도교 미술은 중세 전반에 걸쳐 두 가지 목적을 통해 권장되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고 다른 대부분이 문맹인 대중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구약성서의 이야기들이 미술로써 다루어졌는데 그 특징은 바로 신약성서에서 다시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구약성서의 미술들은 예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도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모세는 인간을 구원한다는 예수의 직접적인 원형 중의 하나였으며, 다윗은 역사적 탄생으로서 예수의 조상입니다. 고래가 요나를 삼켰다가 뱉어내는 장면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재부터는 그림으로 그려진 구약성서를 둘러보려 합니다. 예수를 통해 구약성서의 사건들을 이해한 과거의 신앙인들과 이 그림들을 통한 예수를 다시 바라보고 오늘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찾아보려 합니다. 자, 이제 함께 떠나겠습니다.
하나. 창조자 하나님의 모습
12세기 말 제작된 「창조」, 『수비니 성서』의 세밀화는 그리스도교의 창조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덟 개의 프레임으로 나뉜 황금색 바탕에는 좌측 상단부터 첫째 날 하나님은 빛을 창조하고 이를 어둠과 갈라놓고 있습니다. 둘째 날 하나님은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나게 하여 창공 아래의 물과 창공 위의 물을 갈라놓았습니다. 셋째 날 하나님은 하늘 아래의 물을 모아 땅이 드러나도록 합니다. 넷째 날 하나님은 창공에 빛나는 것들, 즉 태양, 달, 별을 창조합니다. 다섯째 날 하나님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를 지어냅니다. 여섯째 날 하나님은 땅에 사는 온갖 생물을 창조합니다. 일곱째 날 아담과 이브의 창조를 묘사합니다. 아시죠? 이 날은 휴식인 거. 여덟째 날은 유혹으로 선악과를 이브가 아담에게 주는 순간입니다. 이 그림은 창세기 1장에서 3장까지의 주요한 사건인 창조를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혹시 그림을 보면서 어색한 점을 찾으셨습니까? 일단 성서 원문에 그리 충실하지 않습니다. 창조에 대한 여덟 개의 그림이라 이상한 게 사실입니다. 사족쯤 되는 아담과 하와 이야기가 슬쩍 들어가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일단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창조자의 모습이 성자 예수로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어! 창조자의 성부 하나님인데 성자 예수라니? 혹시 그림을 보며 삼위일체를 말하며 흥분하고 계십니까? 좀 긴 설명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삼위일체라는 단어도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자, 성부 하나님을 그릴 수 없는데 창조의 이야기를 설명해야 한다.’ 참 난감한 일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성부이냐 성자이냐가 아니라 창조라고 한다면, 이런 화가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그리 불편하지 않습니다. 창조된 모든 것은 창조주의 결과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창조물에 대한 가치 선언입니다.
[참고문헌]
키아라 데 카포아. 김숙 역. 『구약성서 그림으로 읽기』 서울: 예경, 2014.
천지창조 (Days of Creation) - [명화 속 성서 이야기] . http://m.blog.naver.com/lljy3414/70130553933.
박성중 목사의 "그림으로 읽는 구약 이야기"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