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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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변화된 세상에 꿈꾸기, 에스겔의 환상

 

 

그 사람들의 생각은 이랬다는 거야. 일본을 넘어뜨리고 독립하기는 인제 틀렸다, 일본은 너무 강해졌다, 이런 현실에서 조선 사람들에게 반항을 설교한다는 것은 피해만 크고 이득은 적다, 거꾸로 우리가 그들에게 협력함으로서 우리들의 몫을 늘리자, 이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는 백의 동포의 아들들이 흘려준 피의 값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자치를 실현해가자, 백만 학도여, 그대들은 역사 앞에 바쳐지는 순결한 어린 양이다, 겨레를 위해서 죽으라, 이것이 그분들의 논리였다는 거야. / 최인훈, 회색인(문학과 지성사, 2002), 79-80.

 

주인공 김학에 비친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이 시대 인식입니다. 이미 일본은 너무 강해졌고, 이득을 위해서는 협력해야 하고, 결국 조금씩 자치를 실현하려면 일본을 위해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도래 앞에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시대를 해석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선택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해석과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새로운 시대를 만났을 때 정산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 결과는 적폐가 되어오고 있습니다.

 

 

에스겔은 솔로몬 이후 대제사장의 가문인 사독 계열의 예루살렘 제사장이었습니다. 그는 기원전 598년 바빌로니아가 남 유다 왕 여호야긴 왕을 잡아간 유배 때 함께 바빌로니아로 끌려갔다가 기원전 593년경 바빌로니아의 그발 강가에서 신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른 동포보다 먼저 유배 생활을 한 에스겔은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력을 키우는 과정과 남 유다 왕국의 몰락을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그는 야훼를 향한 신앙을 가진 제사장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종교와 국가의 몰락을 이해해야 했습니다.

 

이 땅의 제사장들은 나의 율법을 위반하고, 나의 거룩한 물건들을 더럽혔다. 그들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별하지 않으며,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구별하도록 깨우쳐 주지도 않으며, 나의 안식일에 대하여서는 아주 눈을 감아 버렸으므로, 나는 그들 가운데서 모독을 당하였다. 그 가운데 있는 지도자들도 먹이를 뜯는 이리 떼와 같아서, 불의한 이득을 얻으려고 사람을 죽이고, 생명을 파멸시켰다. / 에스겔 22:26-27

 

에스겔은 잘못된 것과 바른 것을 구별하도록 가르치지 않고 거짓 평화를 가르치는 종교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향해 불이한 이득을 취하는 타락한 지배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남 유다 왕국의 멸망과 바빌로니아 유배의 원인이라는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에스겔의 선언은 야훼의 사랑입니다. 야훼께서는 희망 없는 그들로 두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발 강에서 야훼께서는 에스겔을 부르십니다. ‘사람의 아들아!(בֶּן־ אָדָם, 벤 아담) 너의 발로 서라!(עֲמֹ֣ד עַל־ רַגְלֶ֔יךָ, 아모드 알 라글레카)’(에스켈 2:1, 필자 역). 아담은 사람이전에 먼지라는 뜻입니다. 야훼께서는 먼지와 같이 연약한아들이 제 힘으로 설 수 있게 부르시고 세우실 것입니다. 포로생활에서 돌아오게 할 것이며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실 것입니다.(에스겔 28:25) 제국에 의한 통치를 무너뜨릴 것입니다.(에스겔 29:13)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 이탈리아의 화가입니다. 그의 널리 알려진 그림은 플리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를 상상해 그린 아테네의 학당입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중세를 거쳐 근대로 가는 사이, 르네상스 시대(문예 부흥기) 3대 천재 예술가의 한 사람입니다. 그가 그린 에스겔의 환상(에스겔 1:1-12)입니다.

 

그 때에 내가 바라보니, 북쪽에서 폭풍이 불어오는데, 큰 구름이 밀려오고, 불빛이 계속 번쩍이며, 그 구름 둘레에는 광채가 나고, 그 광채 한가운데서는 불 속에서 빛나는 금붙이의 광채와 같은 것이 반짝였다.

그 네 생물의 얼굴 모양은, 제각기, 앞쪽은 사람의 얼굴이요,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요, 왼쪽은 황소의 얼굴이요, 뒤쪽은 독수리의 얼굴이었다. / 에스겔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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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 에스겔의 환상, 1518, 파티 궁전 이탈리아.

 

에스겔서의 구절들은 라파엘로의 캔바스에 이렇게 맺혔습니다. 구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담으려고 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날개 달린 천사, 사자, 황소, 독수리, 그리고 그 위에 앉아 하늘을 힘차고 곧게 날고 있는 에스겔. 여기까지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3절이 좀 어렵습니다. ‘거기에서 주님의 권능이 나를 사로잡았다.’ 야훼의 권능을 어린 아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꼬마 천사는 에스겔의 팔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아말렉과 전투를 벌일 때 전쟁의 승리를 위해 모세의 양 팔을 붙들어 올렸던 아론과 훌이 떠오릅니다. 몸은 꼬마인데 눈빛은 강렬합니다. 바빌로니아 유배 생활을 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똑바로 바라보며 위로할 돌봄의 권능입니다.

에스겔은 사람의 얼굴을 한 천사와 대화하는 듯 보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유배 생활 이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표정은 어둠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천사. 가볍게 안는 모습의 양팔은 그 두려움의 한가운데 계신 야훼의 보살핌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꼬마 천사들까지도 응시합니다. 그는 이미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의 이름 에스겔(히브리어 יחזקאל, 예헤즈켈’)신께서 강하게 하신다.”, “신께서 단련시킨다.”라는 뜻입니다.

라파엘로의 에스겔의 환상이후 이 동물들은 마태는 천사, 마가는 사자, 누가는 황소, 그리고 요한은 독수리로 신약 성서 4복음 저자들의 상징이 됩니다. 이 의미는 복음서들이 변화 가운데 과거를 해석하고 길을 묻는 우리에게 답이 된다는 것입니다.

 

 

에스겔의 시대처럼 조선에는 어두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에스겔처럼 다가온 시대를 해석해야 했으며 희망을 보여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2. 직접, 비밀(무기명투표), 보통 및 평등의 선거로 광대한 지방자치를 건설할 것

6. 무제한의 양심,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및 동맹파업의 자유를 가질 것

8. 여자를 모든 압박에서 해탈할 것

11. 각종 간접세를 폐지하고 소득세 및 상속세를 누진율로 할 것

2. 어떤 임금노동자를 막론하고 18시간의 노동을 하지 못할 것

 

조선 공산당 선언입니다. 독립운동가 조봉암, 김단야, 김찬 등이 일제의 검거를 피해 상해로 도피해 발행한 신문 불꽃7(1926.1.1.)에 실렸습니다. 조선의 몰락을 보고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어떤 이들이 그 자리에서 동조와 순응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모여 새로운 세계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꿈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회복이 아닙니다. 보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되는 세계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지금 이루어지지 않는 꿈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꿈입니다. 야훼께서 보여주는 꿈은 바로 우리가 이루어가야 하는 꿈입니다.


* 그동안 박성중 목사님이 연재해주시던  '그림으로 읽는 구약성서' 는 오늘로 마칩니다. 박 목사님은 새해에 새로운 소재의 글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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