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라 빽빽한 시내버스 속이 이다지도 좋을 수 있으랴
가난한 마음들이 서로 옷을 부비며 살갗을 부비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늦여름 시내버스 속은 좋고도 정말 좋아라
땀냄새를 섞으며 함께 흔들리는 때론 하느님을 함께 나누어 갖는
한 시대의 슬픈 살덩이들 정말로 아름답고 좋아라
정말로 소중하고 소중하여라
손잡이 하나에 몇 명씩 매달려도 이웃을 발등을
쬐끔이라도 밟지 않으려고 벌컥벌컥 숨을 쉬는 사람들...
백년 만년 바로보고 싶어라
김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