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09.03.22 16:55

헤쳐보내는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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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교회는 본 내용과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세상이 너무 성공성공 하면서 미쳐 돌아가고 돈이면 최고라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그런데 이런 세태를 비판하고 깨우쳐야 할 교회도 마찬가지의 궤도를 따른다. 세상이고 교회고 큰 건물에 많은 사람, 많은 종업원을 거느린 게 장땡인 시대이다. 

거의 대부분 교회가 양적 성장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 건물이 얼마나 크고 그 안에 사람들이 얼마나 가득 차 있는가 하는 것으로 그 교회의 영력을 헤아리고 평가한다. 물론 그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의 능력도 그 양적 수치에 따라서 평가한다. 적어도 천 단위는 돼야 영력 있고 좋은 목사, 훌륭한 목사, 성공한 목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그 나머지 목회자들은 떨거지나 다름없게 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실제로 목회현장에서 목회자들로부터 혹은 평신도들로부터 느끼는 작은 교회라는 차별과 냉대가 있다.


떨거지 목사가 말씀을 보다가 기가 찬 느낌이 든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은 식사가 끝나자마자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를 태워 보내고 사람들은 다 헤쳐 떠나보내시고 자기는 산기도를 들어가신다. 오천이 지금도 적지 않은 수이긴 하지만 아마도 그 당시로 본다면 오천 이라는 단위는 지금 느끼는 무게보다 더욱 컸을 것이다. 원래 인구도 많지 않은 시대인데 오천 명이 모인 것은 솔직히 믿기가 어려운 수치이지만 어쨌건 당시로써도 매우 놀랄만한 인원이 모인 것은 분명한가보다. 한 마디로 예수님은 요즘의 메가처치를 목회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인원을 공들여 밥까지 배불리 먹여놓고는, 가라고 떠나보내시는 예수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을 든든한 자신의 후원자로 삼고 언제든지 자신을 따라 나설 수 있는 교인들로 삼으셨어야 할 텐데 그냥 보내셨단다. 열두 제자라고 해봤자 별 볼일 없고 말도 잘 못 알아 듣는 이들인데 그들 달랑 열둘 가지고 목회하시는 것보다 오천 명이라는 그 엄청난 숫자를 제자그룹으로 삼으시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그냥 가라고 보내셨단다. 그것도 그냥 가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헤쳐 보내셨다니 아마 좀 무리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떠나가게 하셨던 것 같다. ‘헤친다’는 말의 원어 표현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양떼를 헤치고 쫓는 늑대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야박하고 투박하게 예수님은 오천 명을 아무 미련 없이 떠나보내셨단다.

교회 모임 인원이 적다보니 어쩌다 한 사람이 새로 나오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 같아도 이런 쬐끄만 교회는 안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우리 교회모임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나와 주시는(?) 교우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실제로 교인들에게 “나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헌금까지 해주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한 마리 양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정말 한 명 한 명, 피를 말리면서 교회로 전도하고 정착하게 하는데 예수님은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헤쳐 보내셨단다! 누굴 약올리시나?

왜 그러셨을까? 그들을 잘 모으고 잘 교육시키면 정말 하나님 나라를 위한 든든한 군대가 될 텐데. 그들이 몰려다니면 제사장이나 바리새인이나 함부로 하지 못했을 텐데. 곧 일만이 되고 이만이 되고 십만이 될 텐데 왜 예수님은 그들을 그렇게 보내셨을까? 따라다녀 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없이 왜 그렇게 헤쳐 보내셔야 했을까?

요한복음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와서, 억지로 자기를 모셔다가 왕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을 아시고’ 그들을 헤쳐 보내셨단다. 왕이 되시는 것을 거부하신 걸까, 아니면 헛된 망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거부하신 걸까? 그것도 아니면 억지로 끌고 가려는 것이 불쾌하셨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예수님 주위를 떠도는 이들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숫자가 아무리 많으면 뭐하겠는가, 그들이 다 예수님한테 밥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고 나중에 예수님이 왕이 되거나 중요인물이 되면 잘 보여서 한 자리 차지했으면 하는 바램들, 기복적 동기들로 똥에 파리 꾀듯 꼬였던 사람들이었는데. 우리들 생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을 잘 토닥이고 깨우치고 가르쳐서 사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예수님은 그냥 다 헤쳐 떠나보내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님은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나보다도 더 목회적 마인드가 없으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쾌하고 단호하다.

헛된 망상 가지고 헛된 꿈꾸는 이들은 가라! 나는 너희들과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서 내 주위에 서성인다 해도 나와 길과 생각이 다르다면 너희와 함께 할 수는 없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기독교인들이 ‘교회’라고 부르는 대형교회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숫자로 본다면 예수님이 오천 명을 몰고 다니셨던 그 날의 그 모임이 오늘날 대형교회 혹은 메가처치랑 비슷할 것이다. 오늘날 대형교회에도 뭔가 사업의 성공을 바라고 교회 안에서의 관계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고 안수기도 받아 꼬인 인생들 확 풀리고 백일기도를 통해서 자식이 대학에 떡하니 합격하고 바람난 남편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예수나 혹은 목사를 통해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가 채워지기를 희망하면서 미끼를 던진다. 헌금을 많이 하고 비싼 밥을 사면서 환심을 사려고 한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왕으로 떠받들여 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들이 자신을 따르는 것도 원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헤쳐 보내셨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형교회 목사들은 그냥 그렇게 왕의 자리에 그냥 앉아 왕이 되어 신하들과 백성들을 통치한다. 때로 아무도 보지 않을 때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신하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니꼬운 걸 참으면서 굽신거리기도 한다. 가끔 부딪혀 다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왕좌가 위태롭게 된다. 결코 그 자신이 떠나지도 않고 사람들을 헤쳐 보내지도 않는다. 예수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 가장 예수답다고 칭송받는 사람들, 목사들이 예수께서 거부하셨던 일을 덥석덥석 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헤쳐 보내는 교회를 상상해본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당신이 왕이 되고 나는 신하가 되자’는 딜을 건네는 이들을 헤쳐 모으는 교회와 목사, 오천 명이라는 그 엄청난 물리력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숫자가 주는 권력을 포기할 수 있는 교회와 목사, 헛된 망상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과감하게 헤쳐 보내는 교회와 목사, 그리고 숫자가 너무 많다 싶으면 당연히 작은 교회로 보내고 교회를 분가하는 교회와 목사.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역시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역사적 예수의 연구와 이야기가 오히려 더 신화같이 느껴지고 고양된 그리스도의 교리가 더 역사적 현실같이 느껴진다.



호켄다이크인가, 한때 흩어지는 교회라는 말이 유명했었다. 나는 흩어지는 교회를 넘어 헤쳐 보내는 교회를 생각해본다.

아쉽다. 예수님이 그러셨듯이 헤쳐 보내는 목회를 하지 못하는 오늘의 교회와 목회자들이 아쉽다.


이 글은 담임목사의 개인홈페이지 '방현섭의 소통방'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주소를 클릭하세요.

http://sotongbang.net/xe/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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