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좋은만남교회

by 좋은만남 posted Mar 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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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산 작은 곰인형
지난 일요일 아침, 나는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일산에서 은평구까지 교회를 다녀왔다.  '좋은만남'교회라는 곳이다.  교회 이름이 왠지 결혼정보회사를 떠올리게 해서 재미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는 일산과 은평구를 작은 언덕 하나를 두고 나누는 곳에 있다.  불과 몇 미터 차이로 일산이 아닌 은평구에 속해 있는 것이다.

개신교는 칼빈이 천주교에 반기를 들고 반박성명을 낸 이후로 천 년 이상 그 형태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성당'이라고 말하는 천주교는 지금도 여전히 있지만 개신교는 장로교, 성결교, 감리교, 침례교 등으로 파가 갈렸다.  좋은만남교회는 감리회 쪽에 속하는 교회다.  나는 그동안 장로교와 성결교 교회를 가봤지만 감리교회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아침 11시 예배 시간이 되어 교회에 가보니 별로 다른 것도 없었다.  걱정 할 것도 없이 편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것도 있었다.  우선 예배 시간에 목사와 성도들이 모두 방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드린다는 거다.  대부분 교회들은, 목사는 높고 커다란 강단위에서 성도들을 내려다보며 예배를 하는데 이 교회는 목사와 성도 눈 높이가 같다.  성도는 열 명 남짓으로 많지 않았고 예배 시간은 굉장히 조용하고 경건했다.

이 교회 목사 방현섭씨는 여기서 목회를 한지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처음 보기에도 굉장히 젊었다.  나이는 41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굉장히 어린나이에 목회를 시작한 거다.  대부분은 신학대학, 신학대학원을 나와서 전도사, 강도사를 거쳐 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온다음 대형교회에서 어느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교회를 개척하게 되는게 일반적인 것인데 30대 초에 이미 이 교회를 개척해서 지금까지 왔다니 대단한 용기다.

또 특이한 점은 일요일 예배 시간이 11시에 한번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교회는(규모가 작다고 해도) 적어도 오전에 두번 혹은 세번, 오후나 저녁에 또 예배시간이 있는게 일반인데 좋은만남교회는 일요일 예배시간이 11시 한번이다.  그러니까 11시에는 어른과 젊은이가 다 함께 예배를 한다.  예배당 밖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가끔씩 들렸는데 별로 거슬리지는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예배가 끝나면 자리를 옮겨 다 같이 점심을 먹는다.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똑같이 생긴 밥을 먹는다.  목사도 성도들과 다르지 않은 반찬과 국을 먹는다.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참으로 인간미 느껴지는 대화를 한다.  이 역시 많이 놀란 점이다.  교회 목사들은(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굉장히 권위적이기 때문에 성도와 목사는 분리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계량한복을 입고 앉아있는 방현섭 목사는 누가봐도 목사 같지 않고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사실 좋은만남교회는 지난 가을 '생명탁발순례' 일행이 은평지역을 지날때 알게 되었다.  생명탁발순례는 도법스님이 단장이되어 이곳 저곳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단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동네에 이 일행이 지나가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일행과 함께 걷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생명탁발순례 일행은 거처를 정하지 않기 때문에 먹고 자는 문제는 모두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챙겨줘야한다.  다행인지 당연인지 일행이 길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다.  은평지역에 일행이 왔을때는 3일 정도 머물렀는데 동화읽는어른모임과 씨앗학교, 은평지역네트워크 모임, 진보신당 등에서 일행을 위해 잠자리를 내주고 식사도 대접했다.  그런 단체 중에 좋은만남교회가 끼어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인데 한편으로 놀랐다.  개신교는 불교를 상극으로 생각한다.  개신교는 천주교도 배척에 가까운 무시를 하는데 윤회를 믿고 해탈을 믿는 불교는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도법스님이 이끄는 생명탁발순례 일행을 교회에서 받아준것이다.  좋은만남교회는 일행에게 교회를 내주면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했다.  따지고 보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다 착한 일을 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일을 하도록 말씀을 전했고 어려운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그런데 교회는 불교를 싫어한다.  심지어 불교는 미신이며 귀신을 섬기는 종교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런데 교회에서 도법스님을 모셨다.  스님도 역시 아무런 꺼림없이 교회에 들어와서 잠을자고 밥을 드셨다.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스님이 해주시는 평화에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 자리에 방현섭 목사도 있었다.  그 역시 도법스님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이 교회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나, 생각은 생각일 뿐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이제야 교회에 가봤다.  점심을 먹으며 방현섭목사와 나는 여러가지 대화를 했다.  종교적인 얘기는 아니었지만 대화를 하는동안 마음이 참 편안했다.

교회 식당에는 여러가지 중고 물품을 놓고 팔기도 하는 장소가 있다.  아이들 장난감과 옷 등이 많았다.  나는 거기서 처음봤을때부터 내게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 처럼 느꼈던 작은 곰 인형 하나를 사서 나왔다.  햇볕은 좋았지만 3월 답지 않게 공기는 차가웠다.



이 글은 지난 주일에 우리교회에 방문하여 함께 예배했던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사장님 윤성근 님이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을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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