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의 '자연'적 생명

by 좋은만남 posted Apr 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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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한강운하백지화를 위한 서울행동’이라는 단체가 발족하게 되어 내가 관여하고 있는 ‘운하백지화를 위한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행동’도 연대단체라 참여하였다.
약 70여명이 모여 발족식을 한 시간 가량 하고 강연회가 있었는데 강연회까지 다 참석하고 돌아왔다. 강연회는 한강생태계 복원사업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생태보전시민모임 여진구 대표가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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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식이야 여느 단체 발족식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이 강연회를 들으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선 우리 사회가 생태문제에 대하여 너무 무지하다는 것이다. 생태복원이라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복원인지에 대하여 지극히 인간중심적이라는 것이다.
한강 주변에 어울리지도 않는 매화나무를 심어놓고 멋지다고 박수를 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얼마 전 서울시장이 강동지역에 생태보전지구 한 켠에 쌩뚱 맞은 매화나무를 잔뜩 심어놓고 박수를 치고 갔다고 한다. 그들이 보기에는 멋있었을지 모르지만 자연의 눈으로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이다.
생태보전한다는데 강을 따라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생태보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사람들 보기에 어울리게 심어 놓은 나무와 친환경 운송수단인 자전거를 위한 도로를 만들면 그것이 복원이라고 착각한다. 이것은 조경이지 결코 복원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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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르네상스사업이라고 해서 천호동 쪽인가에 콘크리트 강둑을 뜯어내는 사업을 하고 거기에 풀씨를 잔뜩 심어 놓아 이제는 제법 많이 자라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 풀씨를 뿌리기 위해 또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했나보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재원을 사용한거야 뭐라 하겠느냐만 전문가의 애기에 따르면 우리 한강같이 하상계수(갈수기와 홍수기의 수량 차이를 나타낸 수치로 한강의 경우에는 580으로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하상계수라고 함)가 큰 강에는 돈들여 풀씨를 뿌리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홍수 한 번 나면 어차피 싹 쓸려가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환경에 맞는 풀이 흘러와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뜯어낸 것은 좋지만 풀씨를 뿌린 것도 역시 인간중심적인 발상이다.

참으로 특이한 경우로 소개한 내용이 있다. 암사동의 생태보전지역을 지정하는데 그 지역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 주민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통행이 전혀 불가능한데 해도 괜찮겠느냐, 작은 산책로 정도는 원한다면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아파트 주민회는 사람들이 전혀 통행하지 못하게 하여 생태보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큰 시민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생태보전은 인위적인 작업이 아니다. 자연, 말 그대로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생명은 나름대로의 바라는 바가 있다. 인간은 물론이지만 한 포기 잡초라도 자기의 의지가 있다. 원하는 토양이 있고 뿌리를 내리고 싶은 토양이 있다. 한 마리 송사리도 자기가 산란을 하기 원하는 강바닥이나 풀섶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특히 우리나라는 그것을 무시하고 인간이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인간이 보기에 좋아야 그것이 생태보전이라고 생각하나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생태보전이 아니라 조경이 아닌가!

사람이나 자연이나 그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천박한 감정이나 기분에 이끌리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일 것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가 회사원이 되어야 하고 서점을 경영하고 싶었던 사람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직업적 비하는 절대 아니다) 몰아야하는 현실은 결코 생명력을 풍부하게 하지 못한다. 풀섶에 산란을 해야 하는 송사리가 사는 강에 풀을 다 뽑아버리고 자갈만 깔아놓는다면 그 생명은 생명력만이 아니라 생명까지도 잃게 될 것이다.

무위자연! 노장의 가르침을 묵상하게 된다. 한강복원사업에 있어서 인간적인 관점으로 자연생태계를 유린하고는 그것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손뼉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또 사람의 인생이 이런저런 조건들에 의해 유린되고 왜곡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나부터 이제는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도록 애써봐야 겠다. 그리고 나의 자유와 바램을 막는 세력에는 더욱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겠다. 갑자기 갈릴리 예수님이 생각나는 것은 직업병일까?

방현섭의 소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