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있는 조계사 입구에는 흰색 천막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천막이 그 자리를 지킨 것이 벌써 70일이나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의 시민사회 환경단체가 농성을 하기 위해 세운 천막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농성이 벌써 70일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각 종교단체의 환경운동 주체들도 함께 하였고 기독교계 대운하 및 4대강 사업 백지회를 위해 조직된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행동도 2주에 한 차례씩 농성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8월 17일은 기독교행동과 함께 하는 예수살기가 농성장을 지키기로 한 날입니다.
매일 오전 10시에 교대를 합니다. 10시에 나가보니 이미 교대를 하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목사(사무총장)이 나와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뒤에 예수살기 정책국장 김성윤 목사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셋이서 일일농성에 참여하였습니다.
오후에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김희선 전의원이 농성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미디어법 관련하여 사표를 내고 ‘죄송한 마음에 현장에서 싸우는 분들을 찾아뵙자’며 나선 길이라고 김희선 의원이 이야기합니다. 민주당이 좀 더 분명한 입장과 노선을 택하여 이 사태에 대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아쉬운 마음을 표합니다.
우리가 개신교 목회자인 것을 알고 기독교계의 현실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천정배 의원도 개신교회 집사라고 스스로를 밝히면서 좋은 교회, 좋은 목회자들이 많은데 대형교회 몇몇이 시대착오적인 길로 나아가 기독교 전체가 반민주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혀 걱정이라고도 합니다.
의원들과 담화를 나누던 중 중앙일보 기자가 인사를 하며 들어옵니다. 기자는 집회와 시위를 위한 공간이 제한되는 현실을 다루는 기사를 쓰는 중이라며 잠시 인터뷰를 하고 자리를 뜹니다. 곧 의원들도 다른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김희선 의원은 4대강 사업의 불합리성을 폭로하는 전단지를 한 묶음 들었습니다. 연세가 좀 드신 것 같은데 많은 양을 챙기시는 것을 보면서 그분들의 진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 휴가 중인 예수살기 전국 총무 김경호 목사와 예수살기 대전모임 공동대표 이종희 선생, 작년 촛불교회에서 만나 예수살기에 함께 하신 선교사 최상기 목사가 방문하였습니다. 저녁이 되니 직장에서 퇴근하며 예수살기 식구들이 속속 방문하였습니다. 이윤 님, 박진옥 님, 최재봉 목사, 이명국 목사, 당당뉴스 이필완 목사 등이 농성장에 들러 담소를 나누며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밤 10시 반이 되어 방문하였던 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오후에 들리셨던 최상기 목사가 함께 밤새 농성장을 지키겠다며 다시 오셨습니다. 인파도 뜸해지고 차량의 통행도 많이 줄었지만 오히려 차량소음은 더 크게 들립니다. 모기도 많지는 않지만 피에 굶주린 본성을 드러냅니다. 천막의 옆가림막을 내리고 그렇게 농성 70일째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는 절대 아니라며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22조 2천억 원을 쏟아 붓겠다고 합니다. 지자체에 배정된 예산까지 합친다면 80조가 거뜬히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습니다. 말은 쉬워서 22조 원이지 지금 같이 서민들 살기가 퍽퍽한 때에 22조라면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작 공권력을 투입하여 폭력적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부쳤던 이 정부가 마음을 바꿔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주고 쌍용차 회생을 위한 지원을 했더라면 몇 천억 원 선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학생들 등록금 낼 시즌이 되었는데 미래의 주역인 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등록금을 지원해준다면 그것도 역시 그리 큰 돈이 들지 않을 것입니다. 용산참사로 반년이 훨씬 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희생가 다섯 명의 유가족들에게 다만 얼마씩이라고 보상하고 사과한다면 그들이 돈을 바라고 이처럼 길게 끌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몇 억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경기도의 취약가정 초등학생들에게 방학 중 급식비 지원을 해준다고 또 얼마나 큰 돈이 들겠습니까! 4대강 사업을 하겠다는 액수의 5%만 제대로 써도 한국사회의 갈등은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꼭 필요한 일에는 지갑을 닫고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지도 동의하지도 못하는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하하겠다니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신문을 보니 국가부채가 벌써 50조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노무현 참여정부는 5년 동안 18조의 부채를 남겼다는데 이명박 정부는 2년 만에 50조를 달성하였습니다. 내년이면 100조가 훌쩍 넘어가게 될 것이랍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날 때쯤이면 400조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는데 4%의 이율로만 따져도 해마다 20조 원이 외국에 이자로 나가게 된다고 하니 입이 떨 벌어집니다. 국가 재정상태가 이런데도 4대강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건설재벌들의 호주머니를 기어이 채워주겠다니 기가 막힙니다.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만 거덜나고 심지어는 ‘빵꾸’도 나겠지요. 얼핏 계산해보니 국민 1인당 부채가 1,000만 원도 넘는 셈이 되더군요.
22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부처 기관과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예산 삭감을 당한 부서는 인원감축을 하느라고 난리라고 허더군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다던 4대강 사업이 정작 전문인력은 해고시키고 단순노무직만 무한 창출한다는 비웃음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강변에 자전거 길을 내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를 일자로 곧게 펴는 것은 7-80년대에나 생각할 수 있는 토목공사가 아닐까요? 자전거 길 조성이 친환경적인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강바닥과 강변을 포크레인으로 파 제껴 자연적으로 자라난 수생생물들을 몰살시키고 인위적으로 풀씨를 뿌리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면 결코 친환경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친환경사업과 조경사업을 도무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물이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르게 놔두는 것, 강물이 품고 가고 싶은 대로 품고 가게 놔두는 것이 참된 ‘살리기’일 것입니다. 7-80 살다 가는 우리네 인생에 비해 강물을 수만 년을 그렇게 살아온 존재인데 어찌 인간 따위가 그 길을 막고 그 생을 재단하려 하는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일 것입니다. 수만 년 흘러온 강의 흐름을 거슬리는 인간의 행위는 자연의 그 큰 힘 앞에 자비를 구하게 됩니다.
올해 유독 덥다고 느끼고 전국에 며칠씩 300밀리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껏 자연을 파괴하고 우리 멋대로 부수고 세우고 짓밟은 톡톡히 치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을 굴복시키고 개발하고 정복하는 패러다임은 이미 종말을 고하였습니다. 이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늘이 서로를 의지하며 공존하는 삶의 틀을 만들기 위하여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녹색을 유독 좋아하고 은퇴 후에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주판만 튕기는 그 마인드를 고쳐 먹어야 합니다. 그것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입니다.
국가적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 국론을 통합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며 윤리적 민주적 국가경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젊고 성실한 일꾼들이 70일씩이나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소모이고 낭비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더 큰 규모로 4대강 사업 삽질을 반대하고자 거리로 강변으로 나오게 되겠지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제 한 시간만 더 있으면 71일째 농성을 위해 환경연합 일꾼들이 올 것입니다. 종교환경회의가 아침에 열린다고 각 종교의 환경단체 회원들이 천막에 들어와 앉아 있습니다. 아마도 이 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논의들이 제안되겠지요. 긍정적 미래를 위해 모아내야 할 힘이 부정적 폐해를 막기 위해 허비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논쟁이 반복될지 걱정입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로 그 속내를 감추고 생명파괴의 현실을 위장하려고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도 다 아는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은 반환경사업이고 낭비적, 친재벌적, 국론분열적 사업, 한 마디로 해서 망국적 사업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삽질을 멈추고 참된 의미에서 친환경적 사업으로 전환하여 세계적 추세를 따라야 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 글은 기독교인터넷 사이트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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