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교회가 9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희년실천주일 발대식을 했다. 이들 교회는 성경의 희년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투기와 사회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개 교회는 공동 선언문에서 한국교회가 희년 정신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음을 자인하고, "교회 안팎에 토지권, 노동권, 주거권을 상실한 가난한 이웃을 돌보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하나님의 복으로 가르쳐왔다"고 회개했다.
"불로소득을 하나님의 복으로 가르쳤음을 회개합니다"
▲ 23개 교회가 참여하는 희년실천주일 발대식이 9월 14일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올해 처음 참여하게 된 새민족교회 담임 김영철 목사는 토지나 재산 문제는 정의의 문제라며, 희년실천운동을 정의를 위한 운동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정의'의 개념을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로 축소해 복음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인 부분에서 정의를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세계적으로 볼 때 '부의 양극화'는 전쟁의 원인이 되므로 희년실천운동이 평화 운동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토지의 평등법과 희년법'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초기 이스라엘 사회상을 통해 성경이 희년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스라엘 사회는 친척의 땅을 되찾아주고, 신분을 회복시켜주며, 이자 없이 꾸어주고, 상속을 이어주기도 한 '친척의 의무'를 매우 엄격하게 지켰다. '친척'이란 말은 '속량자'라는 뜻도 갖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재산의 평등성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공동체가 서로 속량의 의무를 담당한 것이다"
김 목사는 현대 교회는 구체성이 없는 속량만 강조한다며, 제도화와 사회화 없이 말로만 강조하는 속량은 사기이고 뿌리 없는 신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성경에 언급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대해서도 "비옥한 땅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땅의 소산을 나누고 공유하는 정신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양파 껍질을 벗기듯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을 벗기다보면 그 핵심에 토지 평등 개념, 희년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올해 희년실천주일은 9월 27일
참여 교회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부동산 과다 소유, 집값 짬짜미(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 고가 주택 보유, 각종 탈법 및 편법 등으로 투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풍조를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저리 혹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거나, 교회가 소유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식으로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인들의 토지 불로소득이 토지권을 상실한 가난한 이웃에게 돌아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23개 참여 교회는 추석 전 주인 9월 마지막 주일을 희년실천주일로 정해 교인들에게 희년 정신에 대해 설교하고 그 실천 방안을 가르치는 등 희년 운동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다.
희년실천주일은 2007년 8월 희년토지실천운동(공동대표 방인성·이대용·이해학·허문영·현재인)이 "희년은 성경이 말하는 사회·경제적 원칙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제도이므로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의 부동산·양극화 문제 등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라며 제안해 시작됐다.
그러나 발대식 현장에 참여 교회들이 적게 참석해 아쉬움을 남겼다. 희년실천주일에 참여하는 23개 교회는 다음과 같다.
가향공동체/동녘교회/들꽃향린교회/보은 예수마을/사귐의교회/새민족교회/선단화목교회(포천)/성공회 오산 세마대교회/성공회 오직예수교회/성남 주민교회/아름다운마을공동체/언덕교회/온양 한몸교회/예수원/의정부 녹양교회/좋은만남교회/쥬빌리교회/천안살림교회/청파교회/평화교회/평화의교회/함께여는교회/향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