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뉴스] 농촌선교주일과 감리교회 환경선교대학

by 좋은만남 posted Oct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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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는 지난 주일을 농촌선교주일로 지켰다. 감리교회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추석을 지내고 처음 맞는 주일을 농촌선교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교회는 지난 삼년 동안 농촌지역으로 찾아가 예배하고 반나절 동안 농사일 체험을 하였다.

강원도 인제에 우리교회 장로님이시자 내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신다. 핑계김에 인제로 매년 찾아가 농촌선교주일을 지켰다. 올해도 어김없이 인제로 갔다. 올해는 제법 많은 사람이 함께 하였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조금 늦게 농촌선교주일을 지킨 셈이다.

   

단풍구경을 가려는 사람들의 관광버스가 온 도로를 메웠다. 조금 늦게 가서 서둘러 예배를 드리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어머니께서 교회 식구들 온다고 아침부터 두부를 만들어 놓으셨다. 준비해간 것을 내놔도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았지만 고추랑 피망이랑 따다가 시장을 반참 삼아 맛나게 먹었다. 말 그대로 시골밥상이다. 모두들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잘 먹는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푸근해진다. 이게 농심(農心)인가보다!

밥을 먹고 나서 일터로 나섰다. 남자들은 콩을 베는 일을 하고 여자들은 고구마를 캐고 야콘을 캐는 일을 했다. 콩을 베는데 콩포기 사이사이에 난 도깨비풀이 여간 성가시고 따가운게 아니다. 낫으로, 전지가위로 콩을 베어 이랑에 뉘어놓았다. 도시에서 일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아니라서 쉬 지치나보다. 세 시까지 콩밭 1/3쯤을 베었다. 잠시 쉬었다가 이번에는 지원하는 사람들만 머루밭으로 갔다.

   

머루를 따는 일은 콩밭을 매는 일보다는 격조(?) 있었다. 그런데 머루 송이가 부실하다. 순도 따주고 관리를 해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부실하닥 한다. 하긴 노인네들 몇 집이 함께 아르바이트로 짓는 농사이니 어쩌면 당연하겠다. 틈틈이 머루송이를 따 입에 넣으면서 일을 하니 어느덧 네 시가 넘었다. 이제 슬슬 갈 준비를 해야 한다.

나 중에 들으니 여자들도 고구마를 캐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제법 햇볕이 뜨거워 고생했는데다가 쭈그리고 앉아 하는 일이 쉽지 않았나보다. 그래도 캐놓은 고구마와 야콘을 보니 다들 뿌듯했나보다. 그런데 얼굴 할 켠으로는 농사꾼들이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짓는구나, 매일 같이 아무 생각없이 입에 쑤셔 넣는 농작물을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는 마음이 비친다. 에구, 힘들다, 왜 이런 행사를 해서 이렇게 힘들게 하나 하고 생각하는 표정이 아니라 다행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고구마며 야콘을 한 봉지씩 싸주셨다. 말은 농촌봉사활동이라고 하고 왔지만 결국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고구마며 야콘을 얻어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농심을 얻어간다. 농촌의 현실을 보고 농사의 현실을 체험해보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함께 깨닫고 가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특히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기독교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체험이다.

제1회 감리교 환경선교대학이 진행중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두 강의씩 총 여덟 강의를 한다. 20일은 총 4일 중 두 번째 시간으로 첫 강의는 임낙경 목사의 ‘음식과 질병’이었고 두 번째 강의는 박순웅 목사의 ‘도시농사와 직거래운동’이었다.

박순웅 목사는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17년 동안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농촌이 처한 심각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희망과 대안을 향해 나아간다. 그 이야기를 듣는 중에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 열강하는 박순웅 목사 ⓒ 이필완

박 목사가 소개한 일본 후쿠오카의 한 농부(연구소)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농부는 어느 날 밥을 먹다가 한 끼의 밥에 얼마나 많은 쌀알이 들어가나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세보니 약 3,000알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밥 한 공기를 만들려면 몇 포기의 쌀이 필요한가 또 세보았더니 3-5포기 정도 되더란다. 이번에는 그 세네 포기를 위해서 몇 마리의 미생물 혹은 수생동물이 작용하는가 세보았더니 올챙이가 2-30마리 정도 연관돼 있더란다. 결국 밥 한 공기를 먹기 위해 올챙이 30마리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란다.
박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나 핸드폰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그것을 먹고 살 수는 없다. 목사도 없어도 된다 그러나 농부가 없다면 살 수 없다. 우리가 이 사실을 잊고 산다. 그리고 이왕이면 농부가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잇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몫일 것이다. 빨리빨리, 멋지고 큰 것에 익숙한 우리가 자세를 바꿔 천천히 기다려주고 좀 작고 못낫더라도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는다면 농부들도 큰 도움을 받고 일에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농촌의 농부들을 믿어주는 것도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데 큰 격려가 된다. 그리고 이왕이면 직접 농사일을 체험해보는 것이 좋겠고 도시에서도 농사를 짓는다면 더 좋겠다. 목사가 농사일을 알고 작게나마 해보는 것도 좋겠다. 옥상에 텃밭을 일구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본다면 우리 삶의 태도가 바뀔 것이다.’

   

농촌문제가 참으로 시급하다. 앞으로 20년이면 소농, 가족농은 다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공장에서 공산품 만들어내듯이 운영하는 대농장만이 살아남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들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식량 자급률은 한 3%될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악화될지 걱정이다. 감리교농목에서는 그래서 소농, 가족농을 돕기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100원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100원으로 농촌이 되살아나고 농민들이 살아날 수 있다면 참 좋은 시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도시와 농촌 간에 직거래가 좀더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공감하듯이 농산물 중개업자가 부당하게 많은 소득을 취함으로 농촌과 도시가 동시에 손해를 보고 있는데 교회에서 혹은 교단에서 직거래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 및 구입할 통로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회가 교회 식구들이 지은 농산물을 농협보다 좋은 가격으로 팔아주고 또 도시는 마트보다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면 윈윈게임이 되지 않을까! 좀더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면 교회가 농가에 생명농업을 요청할 수 있는 생명농업의 단계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교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농촌에서 마을 농가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목회적 목표가 아닐 수 없는데 도농간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구조를 형성하면 좋을 것 같다. 농촌이 살아나고 생명력 있는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도할 일이 절실하다.


이 글은 당당뉴스(http://dangdangnews.com)에 제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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