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치게 감사에 눈뜨다

by 좋은만남 posted Nov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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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라치게 감사에 눈뜨다"

낯선 고장 낯선 여관방에서
하루 밤 묵고 일어나
깨끗한 이부자리에게 감사하고
밤새도록 선잠 든 얼굴 비춰준
전등불에게 감사하고
푸석한 얼굴 씻어줄 맑은
수돗물에게도 마저 감사한다
이 새벽아침에도 따끈한 국물을 파는
밥집이 열려 있었구나
밥을 먹으면서도 감사하고
깍두기를 씹으면서도 감사한다
지금껏 내가 사랑한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새삼스럽지 않은 깨달음에도 짐짓
소스라치며 진저리치며
어둠을 뚫고 가는 자동차에게 감사하고
운전기사에게도 감사해야지
나 오늘도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첫차로 떠난다
세상 속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나태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