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목회와 교인수

by 방현섭 posted Dec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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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교회 연구모임에서 신학생을 대상으로 건강한 목회와 교인수의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 결과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건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개발만능주의에 편승한 무한성장신화가 지배하는 오늘날, 신학생들이 초대형교회의 꿈을 꾸며 큰 욕심 부리기보다는 건강한 목회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긴 그것이 적당한 만족을 나타내기보다는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합니다.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열 명 남짓 모이는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해서 이제는 겨우 스무 명이 좀 넘는 정도의 교세이니 작은 교회의 이야기는 할 것이 많지만 제가 목회해본 것을 뛰어넘는 규모의 교회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제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 그림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몇 가지 견해를 밝히고자 합니다.

건강한 목회와 교인수에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건강하다는 것은 익명성이 아니라 정체성을 전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300명이라고도 하고 400명이라고도 하고 적게는 200명이라고도 합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건 중요한 것은 사호 간에 정체감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규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교회의 건강함의 조건에는 교회의 외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외향성이라 함은 사회적인 참여를 의미합니다.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실로 건강한 목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너무 적은 인원이다 보면 사회적 참여가 별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공동체 내부의 와해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반면 너무 많다보면 회사처럼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로 변질되는 한계도 많이 노정됩니다.

인원이 많아 생기는 폐해는 사회참여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교회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서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안에 권력투쟁이 생깁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재산이 형성되고 이에 관련된 이권이 분쟁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게 목도하였습니다.

언젠가 작은교회 네트워크 모임에서 우리가 말하는 작은교회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쉽게는 숫자적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회원들은 대략 3-500명 가량 모이는 교회에 담임을 해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작은 교회의 분기점은 몇 명이냐는 질문에 맥시멈 300명 정도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원수가 아니라 교회성이라는 것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교회성을 ‘작다’는 단어로 표현을 합니다. 즉 서로가 서로를 알고 세력화를 하지 않으며 크게 티나지 않게 섬길 수 있는 규모 자체가 교회적이라는 내용일 것입니다.

평화적으로 의사소통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모두가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규모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교회의 건강성은 담보되지 못할 것입니다. 인원이 적은 경우에 평화적 의사소통이 원활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서로의 집에 밥 숟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다 알 정도이면 말도 그만큼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대의원제도를 도입할 규모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회에서는 별로 바람직한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제도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이 대의적 정치제도라는 느낌보다는 특권으로 이해되는 상황처럼 오늘날의 교회도 장로나 목사라는 직임이 권력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력이 요구되고 자연스럽게 협상력을 가진 이가 주도권을 갖게 되면 권력이 집중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와해되겠지요.

쓸데 없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제 목회의 경험이 너무 미천하고 한정적이어서 단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교회가 교회다운 구조와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모이는 것이 장땡이 아니라 적당한 규모로 모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작은 교회도 있고 메가처치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목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무엇보다도 우선 건강한 교회의 상을 형성하고 그 상에 비추어 목회계획을 잡는다면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교회는 파워는 있지만 교회성은 훼손된다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하게 되리라 봅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민주적이지도 못하여 성장이 둔화, 아니 교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마을의 구멍가게들이 다 폐업을 하고 대형할인마트만이 군림하는 구조는 별로 바람직한 구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도 메가처치만이 살아남는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로만 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모두가 다 메가처치의 꿈만 꾸고 있을 때 심각해집니다. 각자가 받은 달란트와 적성에 따라서 교회의 규모(물론 그것이 우리 계획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를 가늠해보고 목표를 세워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점이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얼마전 평화교회연구모임에서 요청하여 쓴 글입니다.
좀 늦었지만 우리교회 홈페이지에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