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통신 2 - 박 모 씨와 이 모 양의 애정행각 의혹

by 존레논 posted May 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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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두사람의 관계는?   사진제공:이상북연합뉴스, 존레논 기자)



앉아서 가는 자리도 불편한데 내 앞쪽에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박〇〇’ 씨와 ‘김〇〇’ 양의 애정행각(?)을 직통으로 보면서 가야하는 심리적 압박감도 대단했다. 이들은 광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내내 마치 연인사이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함께 차를 타고 갔던 여러 사람들의 부러움과 의혹을 동시에 샀다. 과연 이들은 실제로 연인사이일까?

모든 사람이 의심을 하고 있는 사이, 방 목사님은 광주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면서 이들이 연인 사이가 아닌지 추궁했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차에서 여자가 남자 어깨에 기대어 잠드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이에 나는 방 목사님의 의혹에 동의하면서 “여자가 남자 어깨에 기대어 자는 게 편할지 모르지만 남자 입장에선 무척 불편한 자세다. 그러므로 이런 자세는 연인들 사이에서 하는 대표적인 애정표현이다.” 라고 말하며 이들의 진실규명을 재촉했다.

하지만 박〇〇 씨는 “우리는 그저 친한 오빠 동생 사이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더 나아가 김〇〇 양은 민주항쟁기념관으로 가는 길에서,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다. 사실 나는 앞으로 7년 동안은 결혼할 마음도 없을 뿐 아니라 7년 후 결혼도 누구와 할지 아직 생각해 본 일이 전혀 없다.”라고 말하며 이번 연인의혹 사건을 전면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밤이고 차내가 어두웠기 때문에 이들의 애정표현은 더욱 대담했다. 불과 20c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뒤쪽에 형뻘인 내가 앉아있고 이들 바로 옆자리에는 삼촌뻘 되는 윤성일 씨가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게다가 우리는 잠들어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실내가 어두웠다지만 두 사람의 행동은 충분히 연인사이임을 의심케 만들고도 남을만한 행동이다.

중간에 차가 밀려서 서울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안 그래도 연인사이임을 의심받고 있는 두 사람은 운전을 하고 있는 방 목사님에게 응암동에서 함께 내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사람들이 발끈하여 왜 두 사람만 내리느냐고 묻자 두 사람이 야식을 먹으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이 월요일인 것을 감안한다면 12시에 어딘가로 둘이서 야식을 먹으러 간다는 것도 솔직히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심이 폭주하여 도를 넘어서자 박〇〇 씨는 “그러면 야식 먹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가자.” 라면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으나 누구도 주말도 아닌 월요일 12시에 야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결국 박〇〇 씨의 발언은 씁쓸한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었다.

방 목사님의 배려로 나는 백석동 집까지 편히 올 수 있었다. 그 때까지 박〇〇 씨와 김〇〇 양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일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야식을 먹으러 갔을까? 아니, 그것보다도 이들은 실제 연인일까? 이것은 엘비스 프레슬리나 히틀러가 지금도 살아있는가 하는 미스터리보다 더 큰 궁금증이 생기는 질문이다.

 

*기사 뒷이야기 : 교회 고위 소식통에 의하면 이 두 사람은 실제로 둘이서 차를 내렸다고 한다. 밤 12시에 차에서 내려 무엇을 했는가 하는 문제는 두 사람의 공식적인 해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