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by 방현섭 posted May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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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게 됩니다.
오늘은 제가 일하는 남북평화재단이 3주년 생일을 맞아 기념식을 하느라고 낑낑대다가
좀 전에 들어왔습니다.
열시쯤 되어 사무실을 나서서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오늘은 마침 아내와 아이들이 처형 댁에 가서 잔다니 모처럼 빙둘러 드라이브를 하였습니다.
덕분에 집에 들어와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요(요즘은 '깜놀'이라고 표현한다지요!).

내일은 또 청주에 있는 교회에 북한 어린이 우유보내기 협약식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청주에 다녀와야 합니다.
몸이 많이 피곤합니다. 마음이라도 편하면 좋겠는데 요즘 남북관계가 영 깝깝해서 그렇지도 못합니다.
몸과 마음이 그저 피곤하게만 여겨질 뿐입니다.
지난 화요일에 개성에 가서 북한 측과 실무협의를 하려고 했었는데 천안함 사태 때문에 방북이 승인이 나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것 하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증거는 없이 그저 북한이 했다고 밀어부치니...
북이 했건 아니건 최소한의 상식적 설명도 없으니 이건 그저 국민을 바보(이 말도 장애우를 비하하는 말이라 좀 그렇습니다만 말의 맛을 위해서 양해를 부탁합니다)로 아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의 이 보잘 것 없는 헌신이 결국에는 통일의 밑거름이 되리라고 확신하면서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

이번 주일에는 제가 설교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매주일 하던 설교를 한 주 혹은 두 주 걸러 하려니까 무척 어색합니다만 더 진지하고 고민 깊은 설교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목사들은 일 주일에 열 번 정도 설교를 하는 것 같던데 제 눈에는 아주 신기하게만 보입니다.
어떻게 설교를 그렇게 쏟아낼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또 제가 행복하게 설교할 수 있으니 교우 여러분들도 행복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주일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주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책임에 관해 말씀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진 책임과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자유의 본질을 하나님께 물어보고자 합니다.

설교를 아주 잘하셔서 유명한 선배 감리교회 목사님 한 분이 저를 보실 때마다 '방 목사는 하고 싶은 일 신나게 하니까 좋겠다. 난 점점 목회하기가 싫어지고 자꾸 도망가고 싶을까?'하시면 푸념하십니다.
그렇게 어려운 중에도 금쪽같은 귀한 설교를 하시는 그 분은 얼마나 깊은 고민과 번뇌 가운데 귀한 생명의 말씀을 만들어 내시겠습니까!
그러니 저는, 속 편한 저는 더 열심히 여러분들의 생명을 생명 답게 하는 말씀으로 여러분 앞에 서야하겠지요.
아무쪼록 많이 기도해 주시고 또 믿고 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열두 시가 훌쩍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피곤한 몸을 누이러 가야겠습니다.

지난 주일 야외예배에서 재민이와 혜민이, 그리고 하연이가 함께 해서 참 좋았습니다.
하연이도 아주 많이 우리교회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교회이면 정말 좋은 교회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눈이 순수하니까요!
매일 그렇게 신나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 하연이가 뭔가 오해할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각해봅니다.
왜 매일같이 그렇게 좋고 신나고 재미있는 교회가 될 수 없을까? 그러면 안 돼나?
하긴 좋은 교회라면 신나는 일보다는 이웃의 가슴 아픈 일에 더 많이 우리 자신을 노출시켜야 할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웃의 고통과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진정 기쁘고 신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들어갑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인 교우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너무 피곤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갈수록 여러분을 깊이 사랑하게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갈수록 깊이 사랑해주세요.
진정한 깊은 사랑은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품습니다.
여러분에게 저의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사랑 받고 싶습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