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따먹기에 몰두하는 기독교는 가짜!

엊그제 인터넷에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봉은사 대웅전에 들어가 찬양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이 절이 무너지고 이 자리에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게 해달라고 했나보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동영상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기독교인, 보수적이고 근본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이야 잘했다고 칭찬할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혹은 상식적으로 보면 치졸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간단하게 입장을 바꿔놓고 본다면 어느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함부로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스님들이 몰래 예배당에 들어와 비슷한 염불을 외우고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면 기독교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안 봐도 비디오다.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에서는 '동화사 땅밟기'라는 동영상도 떠돈다고 한다. 지금 대통령을 하시는 분이 서울시장이었을 때에는 교회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친다고 선언을 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동화사 땅밟기 동영상은 기독교가 부흥할 때는 대구가 부흥했는데 동화사에 통일대불이 세워진 후에는 가스폭발, 지하철 참사 등 대형사고가 이어지고 대구가 쇠락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래도 역사가 천년이나 되는 한국불교의 통이 기독교보다는 넓은지 봉은사 동영상과 관련하여 주지인 명진스님은 '남을 배려하고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청년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이라며 점잖게 꾸중을 하였고 '일부 기독교인들의 행위'라며 종교간의 갈등으로 비하되지 않도록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당사자격인 찬양인도자학교의 최지호 목사도 명진스님을 찾아가 '저희들을 호되게 꾸짖어 달라'고 말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원래 하나님의 것이었다면서 새삼스럽게 하나님께 드린다고 하고 혹은 하나님의 땅이 되게 해달라고 땅밟기를 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율배반이다.
기독교 입장에서 본다면 기독교는 집주인이나 다름없는데 집주인이 치사하게 세입자들에게 사사건건 시비 걸고 생각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아내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세입자가 다 나가면 혼자서 그 넓은 집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닐꺼다. 서로 이렇게 저렇게 돕는 관계가 세상 사는 이치가 아니겠는가!
하나님은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불교인, 이슬람교인도 창조하셨다. 모두가 다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미우나 고우나 다 하나님의 자녀들인데 부모 입장에서 자식들이 서로 자기가 진짜 자식이라고 싸우고 다투는 모습이 보기 좋으실까? 결코 아니다. 그저 부모에게는 자식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을 보는 것이 낙이다. 그런데 유독 하나님의 장자임을 자부하는 기독교인들만이 장자가 아니라 독자이기를 바라면서 분쟁을 촉발하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 유대교의 하나님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기독교는 유대교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웃기는 말이다. 유대교적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야말로 서자이고 이단이며 결코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는 이방인일 뿐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잘못된 종교관, 잘못된 신앙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자기의 독생자까지도 대신 제물로 내어줄만큼 사랑이 미치신 분이시다. 앞뒤를 재지 않고 용서해주시는 분이시다. 그런데 그런 분의 이름을 빙자해 정죄하고 단죄하고 미워하고 몰아내려고 한다면 결코 제대로 된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우선이지 기독교 교리 혹은 종교의 하나인 기독교가 우선일 수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기독교라는 종교와 하나님을 동일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종교와 하나님을 동일시하면 반드시 종교의 대표자가 하나님 행세를 하게 돼있다. 종교를 조금 낮은 수준에서 보면 교회 담임목사가 하나님을 대리하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회장, 감독회장의 자리다툼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교회에서 벌어지는 담임목사들의 독재도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러나 종교, 교회는 자본주의적이다. 아니, 한국의 종교, 특히 기독교는 그렇게 변질되었다. 자본주의는 경쟁이라는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경쟁은 승자독식의 게임을 원칙으로 한다. 불행하게도 하나님의 화신인 예수님은 승자독식이 아니라 모두가 나누는 세상을 꿈꾸다 십자가에 달렸다. 한국교회는 모든 경쟁자들을 박살내고 홀로 유아독존하는 것이 천국이라는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보니 단군상의 목을 치고 마을 입구의 장승들을 뽑아내고 불상을 훔치고 사찰을 유린한다.
이제 겨우 120년이나 된 한국기독교가 1,000년을 살아낸 불교에게 하는 짓이 하룻강아지의 치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대범하다. 비행청소년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나님을 믿는 이유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함이다. 종교의 최종적 목적지는 내세가 아니라 현세이다. 내세는 부차적 목적지이다. 그렇다면 종교간에 다툼과 반목을 유발하기보다는 넉넉한 마음으로 혹은 내심 깔보더라도 겉으로는 통큰 척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더 신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천국에 머지 않은 장래에 갈 것으로 약속된 사람들이라면 굳이 땅따먹기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 길지 않은 것이 인생이다. 땅따먹기보다 더 시급하고 긴급하게 요청되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악착같이 살기에는 인생이 오히려 짧다. 스스로 제대로 된 신앙인, 기독교인이라면 진지하게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하늘 아버지(어머니) 속 썩을 일을 만들지 말고 평화와 자비의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 없는 신앙은 이미 죽은 것이고 또 가짜라는 것을 각(覺)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