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집트 콥트 기독교 사태 그리고 오픈 도어즈와 북한을 말한다

by 방현섭 posted Jan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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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집트 콥트 기독교 사태 그리고 오픈 도어즈와 북한을 말한다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지구촌의 참담한 뉴스는 다름 아닌 기독교 관련 소식이다. 중동 기독교인들에게는 근본주의 무슬림들이, 북한 기독교인들에게는 북한권력집단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뉴스는, 현상을 보도하는데 급급해서인지 사태의 근본적인 발생 원인과 성찰에 대해서는 진중한 보도자세를 보여주지 못한다.

1월 1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콥트 기독교회에 대한 폭탄테러로 21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의 콥트 교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 60명이 숨진 바그다드 교회 테러를 시작으로 기독교 가정을 겨냥한 폭발 사건들이 잇따라 기독교인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동 기독교인들 전체로 확산 중이다.

콥트교회 사태를 두고 무슬림 대 크리스찬 사이의 ‘종교 내전’ 우려도 일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이집트 교회에서 발생한 비겁한 행동은 하느님과 모든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자,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종교 지도자(그랜드셰이크)인 아흐메드 엘 타예브가 “이는 이집트 문제에 대한 간섭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왜 교황은 이라크에서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희생될 때는 그들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정면 비판했다.

한편,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인 오픈 도어즈는, 북한이 전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이라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5일 발표한 ‘2011 세계 감시목록 (World Watch List)’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전세계 50개 기독교 탄압국 가운데 북한을 최악의 나라로 지목했다. 오픈 도어즈는 지난 해 5월 평성에서 한 지하 교회가 발각된 직후 집회에 참가했던 기독교인 3명이 즉각 처형됐고, 다른 20명은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졌다고 사례를 밝혔다. 북한 다음으로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순이었다.

중동과 북한 등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왜 기독교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이 발생하는지 그 배경을 서로 이해한다면 성숙한 대화로 난마처럼 얽힌 매듭을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나갈 수 있으련만, 분노로 가득한 엄혹한 현실은 결코 이를 용납치 않는다.

사태의 원인은 한 뿌리에서 나온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형제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제3세계에 대한 제국주의의 침탈 과정에 기독교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가와 유관하다. 그리고 그곳 기독교인 피해자들은 중동지역에서 강력하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폭력적 기독교와 그 대리인으로 간주되는 세력에 분노한 일부 과격한 무슬림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없지 않다.

또한 북한의 경우, 오늘 기독교 선교를 순수한 종교가 아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한국의 직간접적인 정치 공세의 일환으로 관련지어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권력집단은 오늘날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3대 세습을 관철시켜야 되는 입장이기에 집안단속 차원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가 나서서 당장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은 없다. 그러나 ‘상대적 관점’을 넉넉하게 소통한다면, 우리들의 모아진 의지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른바 기독교 탄압이라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권과 북한을 보는 기독교인이나 일반인들에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식이 꼭 필요하다.

우리네 주류 기독교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독교가 마치 하나님을 독점한 듯, 고압적인 자세로 그들을 심판하듯 내려다보면 안 된다. '순교 각오'를 운운하며 이슬람권 선교와 대북 선교에 공세를 퍼붓는 교회들의 행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이라크에서 처참하게 희생당한 김선일 씨와 아프간에서 희생당한 샘물교회 사건의 배형규, 심성민 씨와 같은 사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하여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일은 바람직하며 훌륭한 일이지만, 우리의 과잉된 충성이 때때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게 누를 끼치게 됨을 도처에서 목도한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우리가 헌신하며 충성하는 하나님은 우리만의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를 믿지 않으며 심지어 부정하며 적대시하는 이들의 하나님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분쟁 속에 휘말리는 분이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시는 분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어느 한 편에 서서 분쟁을 즐기는 옹졸하고 호전적인 편파적 하나님으로 격하시키는 경우가 많다.

아니, 하나님을 위하고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기 원하는 기독교인들이 실제로 행한 일 가운데는 중동이나 이집트나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지에서 침략과 약탈을 자행함으로써 기독교인/기독교국가가 저지른 침략적 범죄에 대한 원한과 보복을 곧바로 하나님에게 돌아가게 한 것이 사실이다.

새해를 맞아, 비록 우리는 늘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산다 할지라도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발언은 분쟁당사자의 발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발언은 분쟁을 조정하며 해결하는 제3의 분쟁조정자로서의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제까지 되풀이해온 우리들의 오만과 편견의 관행을 과감히 청산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온 반목과 싸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함께 치유되고 구원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뜻을 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2011. 1. 7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 새기운
newchristianity21.org

 

 

당당뉴스에서 퍼온 글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