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양원 할머니의 글

by 함옥분 posted Jun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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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ㅡ여보시오

돈 있다 위세 떨지 말고 공부 많이 했다고 잘난척 하지 말고

건강하다고 자랑하지 말고 명예가 있다고 뽐내지 마소

 

나이 들어 병들어 누우니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너나 없이 남의 손 빌려 하루를 살더이다.

 

그래도 살아 있어  남의 손에 끼니를 이어가며

똥 오줌 남의 손에 맡기는구려/

 

당당하던 그 기세 그 모습이 허망하고 허망하구려

내 식구  내 형제가 최고 인양 남을 없신 여기지 마시구려

내 형제 내 식구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바로 그 남이 ,어쩌면 이토록 고맙게 미소지으며

날 이렇게도 잘도 돌보아 주더이다.

 

아들 나으면 일촌이요  사춘기가 되니 남남이고

대학가면 사촌이고 군대가면 손님이요 군대가면 팔촌이더이다

장가가면 사돈되고 애 낳으면 내나라 국민이요

이민가니 해외 동포 되더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이고 딸만 둘이면  은메달인데

딸 하나에 아들 하나면 동메달 되고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 하더이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되고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요

딸은 아직 그대는 내 사랑이구려

 

자식들 모두 출가 시켜 놓으니

아들은 큰 도둑이요 며느리는 좀 도둑이요 딸은 예쁜 도둑이더이다.

 

며느리를 딸로 착각 하지 말고 사위를 아들 착각하는 일 마시오

인생 다 끝나가는  이 노모의 푸념이 한스러울 뿐이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