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에서 각종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플러그를 꽂아둬 낭비하는 전력이 연간 4천160억원 어치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지난해 전국 105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1년 전국대기전력 실측'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대기전력(standby power)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 전기제품이 소비하는 전력이다.
가전기기가 작동하지 않아도 플러그를 그대로 꽂아둬 소모되는 전력을 뜻하며,전기를 잡아 먹는다는 의미에서 `전기 흡혈귀'라고도 불린다.
전기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가구가 1년에 낭비하는 대기전력은 평균 209㎾h에 이른다.
이는 한 가구가 한해동안 사용하는 총 전기량(3천400㎾h)의 6.1%에 해당한다.
전국 1천660여만 가구(2009년 전력거래소 기준)에 이를 적용하면 연간 낭비되는 대기전력의 총량은 3천470GWh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4천160억원이다.
500㎿급 화력발전소 1기가 한해동안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정에서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기제품은 셋톱박스(12.3W)로 TV(1.3W)의 9.5배다.
이어서 인터넷 모뎀(6W), 스탠드형 에어컨(5.8W), 보일러(5.8W), 오디오 스피커(5.6W), 홈시어터(5.1W), 유무선 공유기(4W), DVD(3.7W)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구가 평균 23.9대의 가전기기를 쓰고 있으며, 그 가운데 대기전력을 소비하는 기기는 18.5대(77.4%)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가정의 전기절약에 대한 의식과 실천이 미흡하다고 전기연구원은 지적했다.
전기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대기전력을 줄이는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를 가전기기에 적용해 대기전력을 최고 0.3W 이하로 낮추는 한편 대기전력이 0.2W이면서 효율이 92% 이상인 유도가열 전기밥솥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 김남균 센터장은 "2003년에 처음 실측했던 때 보다는 가정의 대기전력 소비량이 32% 정도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기전력에 따른 낭비가 심각하다"며 "특히 전력난 시대를 맞아 가전기기 플러그 뽑기 생활화, 대기전력 차단 멀티탭 사용 등을 통해 전기의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