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 우리가 여기 이 예배당에 모여 우리의 하나님께 기도하는 바로 지금 이 시간, 도시와 농촌의 구별도 없이 이 땅의 곳곳에 세워진, 교회와 성당과 또 그 어떤 낯선 이름의 간판을 내건 건물의 지붕 아래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기도들이 무한 반복으로 펼쳐지고 있을 터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좋은만남교회라는 작은 공동체로 모여 기도하는 것처럼, 어디에는 수만 명이 또 어디에는 수천수백 명이 또 다른 어떤 곳에서는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기도하고 있을 터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삶 자체로도 버거운 세상에서 또 모두가 한 주를 잘 버텨냈다고, 잘 살아냈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기도이고 우리의 예배이고, 우리의 가벼운 신앙생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월호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도 고작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투사가 될 필요는 없으며, 투사가 될 능력도 형편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날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일상의 삶을 그저 잘 살아내면 됩니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벤트를 추적하고, 온갖 메시지를 기억할 만큼 우리의 일상이 우리의 머릿속이 그렇게 녹록하거나 여유롭지 않습니다. 그러하니 억울한 아픔을 잊지 않는 것. 불의를 보았을 때 외면하지 않는 것. 단지 그것으로 우리의 말 못할 미안함을, 그 억눌려진 채무감을 내려놓읍시다.
나의 하나님, 생명이신 하나님, 하나이신 우리 각자의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꽃들은 벌써 흐드러져 꽃잎을 날리고, 풀들은 이미 한 뼘 솟아오른 봄입니다.
좋은만남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꿈결처럼 지나갈 이 봄을,
생에서 다시는 안 올 이 봄을 마음껏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구하며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