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시원 방화 및 살인사건이?"
고시원 화재사건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던 사고 기억이 채 우리의 뇌리에서 지워지기도 전에 또다시 고시원 방화 및 살인사건이 떠졌습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에 의해 무고한 여섯 명의 생명이 또다시 아침이슬처럼 이 땅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을 접한 많은 시민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묻지마식’ 살인과 방화, 테러의 광란이 언제쯤 끝이 날 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이 사건은 일차적으로는 정모씨라는 용의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일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는지, 그리고 용의자들이 범죄동기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용의자가 정신병자는 아니고 매우 비겁한 사람이고 판단하는 정신과 의사의 논평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정신병자가 아닐지 모르지만 사회병리학적으로 볼 때 제정신으로 이런 일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말은 개인 이전에 우리 사회가 심각한 정신병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고실업과 고용불안, 청년실업, 물가폭등, 가게불안 등등 사회의 대부분이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떠올리게 하며 누구라도 죽고 싶다는 자살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제2의 제3의 정모씨가 조만간에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고시원이라는 불안한 숙박시설도 문제입니다. 협소한 공간에 잠만 자는 하숙집과 같은 시설, 그에 대한 허가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왜 사람들이 고시를 준비하는 이도 아닌데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하는가도 역시 우리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문제입니다. 고시원은 일용직, 거처가 불확실한 사람들이 그나마 쉴 공간을 얻을 수 있는 손쉬운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왜 집 없이 고시원을 전전긍긍하면서 무리에서 이탈한 기러기처럼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사회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유사한 사건사고는 수도 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인간가치가 물질가치보다 턱없이 낮게 평가되는 가치관의 재고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환경조성에의 투자가 없다면 우리들 모두가 ‘묻지마식’ 테러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