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은 원숭이로 보이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제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면서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어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설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운하 포기선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 6월 19일에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을 향해 공언(公言)했었다. 그러나 사업명만 4대강 정비사업, 4대강 살리기로 바꾸었을 뿐 여전히 대운하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않아 결국 공언(空言)이 되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국민을 말장난으로 현혹하고 국민여론을 무참하게 짓밟으려 하고 있다. 폭하겠다던 대운하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이 사업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반증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국민 간에 찬반의 분쟁과 국론분열을 유도하는 것이야 말로 죄질이 매우 악하다고 할 수 있는데 다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애매모호한 단어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니 이는 결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없다.
잘 아는 고사성어 중에 ‘조삼모사’라는 말이 있다. 원숭이를 많이 기르던 송나라의 저공(狙公)은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이 이와 무엇이 다른가? 한 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국민을 원숭이 정도로밖에 인정하지 않는다. 한 마디 사탕발림으로 생명과 평화를 존중하는 국민의 윤리의식 수준을 농락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일밖에 남은 것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사업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젖줄인 4대강을 죽이는 사업을 즉각 포기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며 국민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상생의 길이다.
1. 4대강 사업은 살림의 사업이 아니라 죽임의 사업이다. 즉각 중단하라!
이명박 정권은 녹색뉴딜, 녹색성장이니 하면서 4대강 정비사업을 포장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살림이 아니라 죽임이다. 4대강은 이미 지난 수년 동안 수천억 원을 들여 준설과 정비를 마쳐 90% 이상의 정화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6-9m 깊이로 추가 준설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정비사업이 강행될 경우 철새 5만여 마리를 포함한 야생 동식물 428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강변을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일군 국민들은 지가상승을 노린 투기꾼들에 의해 정처 없이 쫓겨나게 될 판이다. 이미 대운하 사업을 미끼로 270억 원대 부동산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들이 적발되었다. 4대강 사업은 자연생태계와 인간사회를 총체적인 죽음의 상황으로 내모는 죽음의 사업이 될 것이 분명하다.
2. 처참하게 파괴된 서민경제를 외면하고 30조를 건설재벌과 지주들의 주머니에 쏟아 붓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을 즉각 포기하라!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서민경제가 바닥을 쳤으며 그 끝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하고 대학 등록금도 이미 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누적된 가계 부채문제는 일가족의 동반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문제도 노사정 간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지원하는 예산규모는 큰 폭으로 삭감되었고 FTA 비준을 앞둔 농가의 생활고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종부세 등 부자들의 세금은 인심 좋게 깎아주면서도 서민들이 생활 가운데 실제적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오히려 늘었지만 세금수입은 전문가들도 염려할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민들의 생활은 어느 구석 마음 편한 곳이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여 30조 이상 되는 엄청난 금액을 건설재벌과 4대강 유역 지주들의 호주머니에 부어주려고 하고 있다. 쥐도 궁하면 고양이를 문다. 국민을 궁지에 몰아넣고 사지로 몰아넣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심판 받을 것이다.
3.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도 없는 4대강 정비사업을 즉각 포기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자가 후보자 시절에 약속했던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약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철회하는 것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주권자를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기특하고 칭찬할만하다. 그런데 4대강 정비사업은 왜 그렇게도 고집하는가? 공약도 철회하는 마당에 공약에도 들어있지 않은 4대강 정비사업을 굳이 강행하고자 우기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행위임을 이명박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 이미 대선에서 대운하 공약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다시 한 번 4대강 정비사업으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작태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포기하고 사죄하는 길만이 이제라도 국민에게 용서받고 보장된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9년 7월 1일
운하백지화를 위한 생명의강지키기 기독교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