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백교회에서 주관하여 열린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용산예배

by 좋은만남 posted Oct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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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목) 오후 7시 30분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는 스물 아홉 번째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의 예배행진이 있었다. 이날의 예배행진은 한백교회에서 주관하여 진행되었다.

한 백교회는 22년전에 안병무 선생에 의해 세워진 교회로 22주년 창립기념주일을 앞두고 이웃과 함께 하는 예배로 용산에서 드리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이날 하늘뜻펴기를 한 양미강 목사는 정신대 할머니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제법 쌀쌀해진 저녁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배행진에는 100여명이 참여하여 함께 예배하였다.

   


시대의 증언 1을 위해 나선 유가족 전재숙님은 ‘수사기록 3천 쪽 공개를 요구하며 매일 두 차례씩 집회를 하고 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빤히 보인다. 그래서 힘이 난다. 성도들과 목사님, 신부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두렵지 않다. 진실이 밝혀져 남편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진상이 규명되도록 힘을 낼 것이다. 18일에 열리는 미사와 국민법정에 많이 와 달라’고 말했다.

   

   


범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원호님은 시대증언 2를 통해 ‘참사의 근본원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살인적 뉴타운 정책이다. 국정감사에서 임시상가, 임대상가를 요구하는 것은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적 요구이지만 서울시장은 한마디로 일축하고 있다. 재개발은 공익사업이기에 토지수용권 등을 허락해주는 것인데 모든 이익을 조합에 떠안겨주고 공익은 사라져버렸다.

공익을 위한 사업이기에 서울시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세입자 보상문제는 조합측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는 상식적이고 법적 근거를 갖춘 정당한 절차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용산구청은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살인진압은 정부가 하고 뒷감당은 민간에 맡기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18일 국민법정에서 국민들이 이 문제를 심판해 달라’고 연설하였다.

   

시대증언 3은 양미강 목사의 설교로 진행되었다. 양 목사는 먼저 ‘뒤늦게 한백교회가 여배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설교를 시작하였다. 그는 ‘부활 예수가 제자들을 만난 장소가 갈릴리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십자가에서 허무하게 생을 마쳤다. 십자가는 절망의 상징이다. 짓밟힌 절망의 땅이 바로 갈릴리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갈릴리에서 우리를 만나자고 부르신다. 살인자들에게 본때를 보이시려면 예루살렘에서 보기 좋게 부활하셨어야 하는데 예수님은 갈릴리로 오셨다.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던 이들이 변하였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자각하게 된 것이다. 예수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이들이 투사로 거듭났다. 바로 그들을 갈릴리로 부르시는 것이다. 갈릴리는 부활하신 예수로 인해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땅으로 변하였다. 같으나 다른 자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변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릴 리가 바로 예수님이 바랬던 하나님 나라였다.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일어나는 자리가 바로 갈릴리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 용산이 예수님이 만나자고 했던 갈릴리로 재탄생하였다. 여기에도 슬픔을 딛고 일어선 제자들이 있다. 절망을 딛고 부활하는 땅, 이 용산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하늘 뜻을 펼쳤다.

   

   

이날 예배행진에는 한백교회 교우들이 결단의 찬송으로 ‘통일행진곡’과 ‘선언 2’를 준비하여 불렀고 한백교회 성도인 닉네임 ‘호호아줌마’가 삶의 고백을 진솔하게 잘 전해주었다. 또 한백교회에서는 과일과 떡을 준비하여 참석자들을 대접하였고 예배를 마친 후에는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교인 둘이 음악을 연주하여 돌아서는 발걸음을 격려하고 배웅하였다.

   


한동안 촛불예배에 참석하지 못하였다가 꽤 오랜만에 와봤는데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유가족들의 검은 옷만 봐도 자꾸 고개가 숙여지고 그 얼굴을 차마 못 들여다보겠어서 항상 엄한 곳만 쳐다보았는데 이제 그분들의 얼굴에서 강단진 결의도 보이고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아서 내 맘도 덩달아 조금 편해진다. 기가 막히게도 아홉 달이다. 알려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도 더 많을 것이다. 이 죽음과 사기, 기만의 굿판이 정말 끝장이 나야할텐데...

   


용산범대위에서는 기금마련을 위해 양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여기 사람이 있다’는 책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DVD를 제작하여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18일 오후 1시에는 국민법정을 통해 용산참사에 대한 심판을 하고자 한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

                         용산국민법정 홈페이지 http://mbout.jinbo.net/court/

 

아래의 글은 '호호아줌마'의 삶의 고백글입니다.

삶의 고백

                                                                                        한백교회 호호아줌마


앞니 하나가 깨졌습니다.
입을 닫고 있으면 그저 윗입술이 약간 함몰되었을 뿐 눈에 잘 띠진 않습니다.
그러나 입을 벌리면 영구가 따로 없습니다.
우습기도 하고 바보 같고 또 완전히 노인네 얼굴입니다.
귀가한 가족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깜짝 놀라 걱정을 합니다.
아프지 않았냐고 걱정들을 했습니다.

임플란트로 하기로 하고 임시 이빨을 끼웠습니다.
집에 있을 땐 치료를 돕기 위해 임시 이빨을 빼고 있습니다.
이빨 하나 쯤 이야 했는데 “어” 그게 그리 볼 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간호사가 “거친 음식은 조심하세요” 할 때만 해도 “갈비 먹을 일 별로 없는데 뭐”하며 대수롭쟎게 여겼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위 앞니가 하나는 남았는데도 면발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석 달 째 면발 끊는 건 물론이려니와 한식을 먹으면서도 양식 먹듯이 숟가락위에 젓가락으로 음식을 올려놓으며 먹고 있습니다.
음식을 빨아들이는 기능이 작동을 제대로 못하는 겁니다.
단지 앞니 하나 빠졌는데 말입니다.
아래 위가 맞는 한 쌍의 앞니가 있으니 아무 불편이 없으리라 생각한겁니다.
그런데 그 게 아니었습니다.
앞니는 두 개가 있을 때야 구실을 제대로 하는군요.

갑자기 장애인이 된 듯합니다.
비감이 듭니다.

임시 이빨을 끼워도 마찬가지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그저, 영구 같지만 않을 뿐 먹을 때는 뺀 것 보다 더 불편합니다.
임시이빨이 힘을 전혀 못 쓰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끊는 구실은 여전히 못하고 자칫 부피 있는 음식을 먹을라 치면 임시 이빨이 덜그럭 입안에서 빠지니까요.
무니만 이빨인 게지요.
특히 말하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단 발음이 제대로 안되고 길게 하면 말이 꼬이기 일쑵니다.
임시 이빨 때문에 혀가 제대로 말을 만들지 못하는 겁니다.

아, 이빨 하나 빠졌는데 이다지도 불편하다니!
그 많은 입 속의 24개나 되는 이빨 중에 단 한 개가 빠졌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대로 오래 간다면 정말 장애인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순간,
퍼뜩 용산이 떠 올랐습니다.
아! 용산은 빠진 내 앞니다!
우리 입 속의 빠진 앞니다.
우리 4개의 앞니 중 빠진 하나의 앞니다!
빠졌지만 기둥을 세워 새로 맞추어 넣어야 할 우리의 앞니다.

용산 미사에 디닌 지 반 여년,
추적추적 검은 비 내리던 6월 20일, 그 토요일 저녁의 참담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이곳에서의 폭력은 일상화되어 있었지요.
뜯고 부수고, 꺾고 비틀고, 누르고 찍고.
폭력은 항상 비겁하게도 사람들이 없는 아침 시간에 휩쓸고 지나갔고 다음날 유족의 검은 저고리 위의 흰기브스를 보고야 우린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길을 따라 길게 늘어 선 차벽들은 웅웅거리고 그 모습만으로도 섬뜩한 방송차의 경고 방송은 미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 소리는 어찌나 큰지, 아이고 하느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수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렇쟎아도 큰 길 가라 매연에 숨이 콱콱 막히는데 전경차는 무리지어 하루 종일 매연을 내 뿜어, 단식하시는 신부님들의 목숨이 염려스러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지요.

그러던 그 날, 6월 20일. 저녁
용산은 이미 시작 전부터 극도의 긴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소리 없이 영정을 든 체 길바닥 물속에 앉아 있었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에 제의 차림의 신부님은 입을 굳게 다문 체 유족 옆을 서성이고 계셨지요.
미사참석자 보다 몇 곱절은 더 많던 전경들은 겹겹으로 열 지어 군화 발 척척척, 비 젖은 땅을 울리고 구호를 외치며 위협했습니다.
솔직히 경고방송 소리에 신부님의 강론 말씀도 흔들렸습니다.
갑자기 겹겹이 둘러 싼 전경들 벽 안쪽에서 퍽퍽퍽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터졌습니다.
이제 폭력은 시선이 겁나지 않게 된 게지요.
신부님들은 제의를 벗었고 미사를 중단했습니다.
전경들의 벽 바로 뒤에서 저는 몇 번 소리만 질렀을 뿐 아무 것도 한 게 없었습니다.
나이를 생각해서 나서지는 말라던 아이들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소심한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미사에 참석하는 것 뿐, 나는 채증하는 카메라에 고개 숙여 피했고
젊은이들은 바퀴벌레라고 비웃었지만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 시커멓게 몸을 부풀린 전경들의모습에 솔직히 공포를 느꼈으며 척척척 발맞추며 소리치는 구령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전경들 벽 안 쪽에서 일어나는 일이 걱정되었지만 속으로 그냥, 신부님들더러 가시라 가시라 떠밀었을 뿐.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래도 뒤가 염려되니 주저주저, 흘깃흘깃, 이게 제 모습이었습니다.
부끄러웠고 미안했고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신부님은 실신하고 엠블란스는 달리고 유가족의 부러진 팔은 또 부러지고.

이건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짓들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먼저 쓰러져 버렸습니다.
검은 용산을 마주할 힘을 잃었습니다.
보고 싶지가 않았다는 편이 옳습니다.
용산은 피하고 싶은 고통이었습니다.
며칠을 앓는다 핑계를 대었고 그리고 비실비실 다시 용산으로 왔습니다.
세워야 할 내 앞니가 거기 있었으므로.

이빨 깨진 지 석 달
처음에 볼 때 마다 걱정하고 위로하던 가족들이 이젠 영구같은 내 모습에 웃지도 걱정도 않습니다.
엄마 늙어 보인다고 안타까와하지도 않습니다,
“엄마 언제 해 넣지?” 묻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냥 제 모습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지요.

용산도 그렇게 여름이 가고 더위도 가고. 더위도 가면서 차벽도 갔습니다.
전경들도 가고 위협방송도 사라졌습니다.
그 옆을 버스들은 무심히 지나고 미사 중에도 행인들이 핸드폰을 귀에 댄 체 유유히 옆을 지나갑니다.
일견 긴장이 풀어진 듯도 보입니다.
그래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이 한차례씩 폭력은 또 휩씁니다.
용산역을 나와 남일당이 보이는 모퉁이를 돌라치면 긴장이 됩니다. 행여나 또 폭력이 휩쓸었을까봐서요.
아침마다 신문을 펼칩니다.
행여나 밤새라도 해결이 되었나하구요.

남일당 골목 사이로 우뚝, 하늘 높이 서 있는 주상복합의 실루엣이 꿈결 같습니다.
쳐다보면, 남일당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언뜻 헷갈립니다.
아마도 저들은 이러노라 보면 우리가 빠진 앞니 용산에 익숙해져 거울을 보지 않은 체 살아가리라 생각하나 봅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우리는 이제 서로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서로 마주 보기만 하면 앞니가 빠진 건 금방 알아버립니다.
그리고 그 빠진 앞니가 바로 내 앞니인 줄도 우린 깨달아 버렸습니다.
우리는 이제 빠진 용산의 앞니가 세워지지 않으면 내 앞니도 힘을 쓰지 못함을 알아버렸습니다.
우린 이미 큰 폭력이 휩쓸수록 다음 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았고
부러진 유가족의 팔도 붙었고 폭력으로 갈갈이 찢겼던 신부님의 저고리가 예쁜 퀼트 저고리로 완벽하게 새로 태어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미사와 예배는 계속되고 우리가 이렇게 용산엘 나오는 한, 머지않아 우리의 빠진 앞니 용산은 반드시 튼튼히 다시 세워지리라 믿습니다.

임플란트 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대폭 깍아 주었습니다.
가족 적용가랍니다. 훨씬 가쁜 해졌습니다.
그러고도 의사선생님은 많이 못 깎아주어 미안하데네요.
세상에서는 이런 거래도 있더군요.

남일당 뒤 높은 주상복합건물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저 중에 두어 층, 아니 어쩌면 단 한 개 층만 내 놓아도 문제는 끝일텐데!
이 좁은 땅위에 저 만큼 올라가면 정말 거 굉장하쟎아!
그럼 쬐끔만 나눠도 되쟎아요?
나눠서 몫이 적어져 싫거들랑 그럼,
이명박 대통령님!
한 층만 더 지으라고 그러세요!
그럼 별 지장 없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