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으로 잉태된 망상과 미신

by 방현섭 posted Apr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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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한 뉴스들이 온통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방송은 방송대로 신문은 신문대로 한도 끝도 없는 뉴스와 가십, 소문들이 떠돈다. 여기에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의혹제기까지 더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한스럽다.
이 모든 상황을 보면서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이성은 억압되고 선전과 선동만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다는 선전과 선동 말이다.

몇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서 깜깜한 상황이 벌어졌다.
길지 않은 정전상태였지만 누군가가 와서 내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물론 깜깜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전기가 다시 들어와도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다가 평상시 나와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을 지목하면서 '저 놈이 때린 것이 분명하다. 저 놈이 아니면 누가 나를 때리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덧붙이기를 '저 좀의 소행이 100%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 놈에 대해서 복수하겠다'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그 사람을 왕따 시키자고 했다.

이런 나의 행동에 대해서 '잘 했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다 내가 지목한 사람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양식이 있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십중팔구는 '정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함부로 애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

난 평상시에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을 시원치 않게 지켜본다.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이 헛점이 많은 잘못된 이론이라며 반박한다.
거기까지는 나도 동의를 한다.
그런 창조론자들은 해괴한 논리로 진행한다.
진화론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창조론이 맞다는 것이다.
진화론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는 진화론의 허점을 지적할 뿐이지 결코 창조론의 진위여부를 결정해주는 단서가 될 수 없다. 만약 창조론이 맞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진화론과는 별개로 창조론이 맞는 이유를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진화론의 헛점=창조론의 긍정'이라는 반상식적인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기가 막히는 이야기이다.
북한 말고 남한 전함에 공격을 가할 상대가 있느냐는 말이 얼마나 웃기는 넌센스에 지나지 않는가!
그럼 성수대교 붕괴는 어떤가, 혹시 삼풍백화점도 북의 소행은 아닐까?
서해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300명 이상의 생명이 수장된 여객선 사건도 의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거야 민간인들이라고?
그렇다면 요즘 계속해서 떨어지는 링스헬기는 어떤가?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들어주지 않겠는가!

상식적인 사고가 탄압받고 무분별한 애국주의로 등떠밀리고 있다.
그러나 애국주의의 실체는 없다. 단지 자신의 지위가 위협받을까 숨죽여 숨어 있던 이들이 이번 일로 가슴 펴고 당당하게 나선 현실이 진실이다.
애국주의가 아니라 분단상황으로 이권을 얻는 이들의 탐욕에 더욱 부채질을 하며 국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어 그들의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해줄 뿐이다.

상식을 포기할 때 우리는 미신과 망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교육열과 교육률이 월등히 높은 이 나라의 백성들이지만 유일하게 비상식과 야만의 상황으로 떠밀리게 되는 것이 분단의 상황이다. 수십년 계속된 반공주의가 배울만큼 배운 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깨어나야 한다.
비상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백성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첨예해지는 미신과 망상, 마녀사냥의 광풍일 뿐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세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평화와 생명의 세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상식으로 깨어나라, 거기에서 구원을 맛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