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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다! 
죽음도, 평화의 기도도  

                - 쌍용 자동차 노동자의 죽음을 목도하며 -               


/ 이관택 전도사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계속되었으며, 전세값 폭등과 물가상승이 몰고 온 경제한파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유난히도 삭막했던 연말연시! 해를 넘기는 틈바구니의 여유 속에서 그나마 평상시에 숨기고 살았던 ‘따스한 인간미’를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흔적 또한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만큼 추웠다. 날씨도, 사람들의 마음도...


 이 겨울. 고난의 현장에서 그들의 ‘삶’과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에게는 추운날씨만큼이나 서늘한 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이 더욱 혹독했으리라.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된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의 삶은 점차 투쟁이 되어간다. 재능교육, GM대우,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 대우조선해양, 전주버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수많은 터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공농성으로, 단식농성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왔다. 심지어 대학에서 평범한 아주머니들이라고 생각했던 청소노동자들조차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청소를 멈추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기다렸던 봄은 미처 그 따스함을 알리기도 전에 우리에게 차가운 죽음의 소식들을 전해주었다. 지난 2월 26일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임 아무개(43) 씨가 아내의 자살에 이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해고는 살인이다!’ 라고 외쳤던 2009년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규’가 점점 죽음으로 인한 ‘침묵’으로 바뀌어 가는 가운데, 한 가정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더욱이 그 이틀 후인 28일에는 쌍용차 희망퇴직자 조 아무개(36) 씨가 생활고를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마저 발생했다.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너무나 안타까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선택이란 말인가? 가정이 깨어지고, 자신의 젊음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선택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이 진정 선택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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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해고된 노동자와 그 노동자의 가족이 벌써 14번째 죽음을 맞이한다. 그 동안 노동자들의 경고도, 살려달라는 애원도, 정부 당국과 쌍용차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회사가 정상화 될 때, 다시 ‘복직시켜준다.’라는 말 한마디에 온 삶을 의지했던 해고노동자들에게 2년여 간의 묵묵부답은 죽음의 선택을 계속해서 종용했던 시간들이었던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한 명, 두 명 쓰러져 가고,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식어져 가며, 정부와 회사는 그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시간만 보냈던 지난 겨울! 그 혹독하리 만큼 추웠던 시간을 견뎌내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의 선택이 강요되는 죽음의 구조! 어쩌면 더욱 절망적인 것은 죽은 자들이 아니라 산 자들이다. 이 절망의 구조에서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가를 숨죽여 지켜보며, 결국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기 때문에 그렇다.

 

 지난 3월 셋째 주 한 주간은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정리해고반대를 위한 집중기간으로 많은 노동자들과 이 같은 노동현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24일 저녁에는 보신각 종 앞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주관하는 촛불 기도회가 열렸다. 하나님께서 그 어떤 일보다 소중하게 여기시는 것이 노동이며, 노동은 다시 말해 창조 사역의 동참인 것인데, 현재 우리를 돌아 볼 때, 노동이 소외되고,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은 창조의 기만이자, 하나님 형상의 훼손이며, 명백히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고 있는 사탄의 세계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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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몇일 봄기운이 반짝하고 겨우내 차가웠던 세상을 감싸는가 했는데, 기도회가 있었던 그날 밤은 서릿발 같은 눈송이가 섞여져 있는 아주 차갑고도 서늘한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하얀 우비를 챙겨 입은 쌍용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지금의 암흑한 노동현실을 하나님께 아뢰고,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기도회가 진행되었다. 캄캄한 밤, 멀리서 보면 눈 섞인 비바람을 맞고 있는 그 하얀 우비를 입은 무리는 마치 갈 곳 몰라 방황하는 좀비들을 떠오르게 했지만, 기도회를 참여하는 우리들의 손에 들려있는 촛불은 이미 죽음이 아니라 삶을, 증오가 아니라 사랑을,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하게 하였다.


 쌍용자동차 노조에서 한 노동자가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 가슴 아프고, 먹먹한 현실이지만 하나님의 정의의 빛이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을 비추어 달라고 절규했다. 세상 그 어떤 달콤한 기도보다도 절절한 그의 호흡을 통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아직도 이 땅을 가득히 채우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 정의의 물줄기가 터져나와 사막같은 세상을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역할일 것인데, 아니 나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일텐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동안 멍하니 그 곳을 둘러싼 거대한 고층빌딩들을 올려다보며, 하나님께 다시금 평화를 간구한다. “하나님 용기를 주소서. 하나님의 진정한 평화를 이 땅에 허락하소서.”

 

 쌍용자동차는 2년 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9년 77일간의 공장점거 농성과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시간, 기업회생절차를 위한 뼈를 깎는 정리해고를 통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쌍용차는 다시금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 합의에 따른 무급휴직자 복귀와 비정규직 고용보장,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등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비단 쌍용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이와 동일한 문제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또 어디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안타깝지만 인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죽음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디선가 죽음은 계속 될 것이다. 지금도 타워크레인에서, 대학의 한 쪽 구석에서, 버스 안에서 삶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도 계속될 것이다. 하나님의 평화가 이 땅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임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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