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파업 - 지금 국민일보는 100일째 파업 중 -

by 좋은만남 posted Apr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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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파업

- 지금 국민일보는 100일째 파업 중 -

    

글: 이관택 전도사

 

 

오늘 아침 KBS의 예능 피디들도 파업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예능 피디들이 파업에 동참함으로 인해 개그콘서트’, ‘12등 인기프로그램들의 방송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며 시끌시끌하다. 이미 지난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MBC 파업을 경험하면서 우리 피부에 와 닿았던 사건이 무엇일까? 굳이 꼽으라고 하면 인기 드라마 해품달의 방송이 연기되었던 것과 MBC "무한도전9주나 결방했던 것이 아닌가! 실제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방송사의 파업은 그저 약간의 불편함일 뿐이다. 전에 1시간짜리 뉴스를 보았다면 이젠 20분짜리 뉴스를 봐야 하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초유의 방송사 파업사태는 그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MBC, KBS, YTN의 파업사태는 국가의 독단적 언론장악과 그로 인한 언론의 정체성 훼손이 그 근본 원인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만을 비호하는 불공정 보도는 기본이고, 인사 문제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이미 방송사들은 국민의 눈과 귀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소통의 창구인 언론의 건강성을 다시금 회복시키지 않고서 우리는 더 이상 그 어느 것을 보아도, 또 들어도, 믿지 못하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도 사랑하는 무한도전9주나 보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방송3사의 파업이 지지받아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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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와 같은 일련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더욱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언론인 파업을 소개하려 한다. 이들의 파업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시대적 정당성을 갖고, 대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방송사들의 파업과는 다르게, 한 쪽 구석에서 빛도 없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 또 하나의 언론인 파업이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갱신을 자신들의 생존권만큼이나 절박하게 부르짖고 있으며,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교회권력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토록 쉽지 않은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바로 지금 100일째 파업투쟁을 하고 있는 국민일보노조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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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24, 성탄절을 하루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에, 국민일보 노조는 파업투쟁을 시작하였다. 노조원의 절반이상이 기독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시작한 파업이었다. 그만큼 절실했으며, 급박한 상황이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언론인 파업사태 중 가장 먼저 파업을 시작한 국민일보 노조는 공정보도와 경영 투명화, 그리고 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방송사 파업의 원인으로 정부권력의 독단적 개입 등이 자리하고 있듯이, 국민일보 파업 사태의 원인은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맞닿아 있다. 국민일보 파업은 특히 용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용기조용기목사를 지칭하는데, 1988년 국민일보를 창간하고, 지금까지 운영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조용기 목사 일가가 그 문제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가 조용기라는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의해 세워졌으며, 엄연히 국민문화재단에 속해있는 언론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용기 목사와 그의 일가에 의해 마치 개인의 사기업처럼 운영되었던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큰 아들 조희준이 국민일보의 사장으로 있을 때, 붉어졌던, 경영실패와 배임 등의 비리혐의가 한두 건이 아니었으며, 이러한 범죄 행위가 드러나면서 수십억에 달하는 추징금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갔다. 그 뒤를 이어서 사장이 된 동생 조민제 역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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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의 시작 역시, 노조가 경영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노조위원장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사건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동안 기자들이 아무리 훌륭한 기사를 써도, 그것이 공정한 기사인지, 꼭 알려내어야 할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조용기 목사를 위시한 대형교회의 소식을 얼마나 발 빠르게 전하고 있는지, 광고 수익을 좀 더 가져 올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었다. 도저히 기독교를 대표하는 언론사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국민일보 기자들은 저널리즘에 목이 마르다. 국민일보 파업이 한국교회 갱신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이들의 결단은 결국 이들의 문제가 한국교회의 병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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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국민일보의 파업이 100일을 맞이한다. 이들은 매일밤 촛불을 들고 국민일보 사옥을 한 바퀴씩 돌면서 기도한다. 나는 지난 322일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국민일보 촛불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진심으로 한국교회를 위해서, 국민일보를 위해서, 공정한 언론을 위해서 기도하는 이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파업 100일은 다름이 아니라, 3개월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여 가족들에게 미안했던 시간이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지도 않은, 국민일보가 허접한 글들로 지면을 꾸역꾸역 채운 채, 그것도 신문이라고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꼴을 보아야 했던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의 투쟁이 분명히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제는 우리들도 이들의 싸움에 함께 동참해야 할 것이며,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이뤄지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부디 국민일보 파업 투쟁을 통하여,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자화상,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의의 길을 외면하지 않기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