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복지는 가‘난’스타일

by 좋은만남 posted Oct 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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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는 가스타일

- 광화문 지하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다 -

 

2012년의 대한민국은 태평성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현재 한국은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이며, 소위 잘나간다는 나라들만 속할 수 있는 G20 회원국이 아닌가? 또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자, 미국 다음으로 해외 선교사를 많이 파송하는 부자나라가 되었다. 경제부분뿐만이 아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실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현재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는 국격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소위 뜨는 나라에 살고 있다. 어느새 굶주림이 아니라 비만과 성인병을 걱정하며, 다이어트와 웰빙을 종교처럼 떠받드는 그런 선진국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이 글의 목적은 당신에게 우린 행복하지 않아. 우린 불행해라는 치기어린 투정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다. 행복/불행 타령의 배부른 소리를 넘어서,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무참히 죽어가는사람들이 있다는 진실을 알아야 하고, 속빈강정 같은 우리사회의 복지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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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에서 살던 68세 김씨 할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6년 전 부인을 치매요양시설로 보내고 혼자 지내고 있던 할아버지는 지난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후, 부인의 치료비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가 몸을 던졌던 창문 옆에 놓인 편지에는 내가 죽으면 아내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으면 좋겠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이 사건은 비단 특수한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으면 국가의 모든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표는 최근 2년간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안타까운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기록이다.

 

201010, 장애아이가 수급권 받을 수 있도록 아버지 자살

201012, 노 부부 동반자살

20114, 수급권 받지 못한 김씨 할머니 폐결핵으로 객사

20117, 청주에서 수급권 박탈당한 노인 투신자살

20117, 남해 노인요양시설, 수급권 박탈당한 70대 노인자살

20122월 양산의 지체장애 남성, 자녀소득으로 수급권 탈락하자 집에 불을 내 자살

20128, 이씨 할머니 사위의 소득이 발생하여 수급권 박탈, 거제시청 앞에서 음독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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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혼자서는 살 수 없을 지경에 처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에게 단 한명의 가족이라도 있다면, 우리나라의 복지법상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의 지원을 받기 위해 생이별이 벌어진다. 이혼을 하고, 부모와 자식이 연을 끊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까지 버린다. 가정이 파탄나고,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되고, 사람이 죽어나가야 지원받을 수 있는 법과 체계! 잘나가는 나라 한국사회의 복지 현주소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임진왜보다 더욱 무섭고 더욱 끈질긴 가이라는 전쟁. 그 죽음의 행렬 한복판에는 부양의무제라는 치명적인 지뢰가 숨겨져 있다.

 

그 동안 복지병을 운운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게으른 사람으로 몰아세웠던 정부의 복지정책은 결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약자들을 끝간데 없는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인데, 2010년과 2011년에 이뤄진 4차례의 일제조사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116천여 명의 수급권을 박탈했다. 이는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수십만 명에게 하루아침에 떨어진 사형선고였다. 게다가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2년도 하반기 조사를 통해 그 나마 혜택을 받고 있는 3만명의 수급권을 마저 박탈했으며, 11만명의 급여를 삭감했다. 그 결과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141만명으로 9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내년 예산안도 147만명으로 예정되어있는데, 이는 이 제도가 시행되던 해인 2000년도 149만명에 비해서도 줄어든 수치다. 과연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눈부시게잘살게 되어서 눈에 띄게가난한 수급권자가 줄어든 것일까? 이는 정부가 복지예산 자체를 점점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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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화문 사거리 지하도에 가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벌써 40일 넘게 장애인들이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치는 주장은 간단하게 요약된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 왜 장애인들이 부양의무제를 이야기하는가? 실상 장애와 가난은 거의 동의어이다. 장애인은 가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많은 장애인들이 부양의무제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나아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드는 복지예산은 장애인등급제와 더불어 장애인들의 삶을 옥죈다. 전 세계를 통털어 일본과 한국에만 존재하는 장애인등급제는 장애인의 등급을 나눠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체계인데, 최근 해마다 그 등급을 재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예산은 줄어들고, 그에 맞게 편의상 장애인의 등급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무슨 한우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등급 심사를 강요하고, 그에 따라 분류하는 것도 모자라, 기만적으로 등급을 재조정하여, 지원수준을 약화시키는 것이 현재 이 나라의 복지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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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명절에도 이들의 외침은 끊이질 않았다. 그 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또 누가 죽어나갈지 모르는 총성 없는 전쟁터, 더 이상 뒷걸음질 칠 수 없는 벼랑 끝에 있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가난한 이들을 게으르다고 호도하는 사회분위기. 전쟁같은 가난을 얼싸안고, 우리의 문제로 고민하기 보다는 개인들에게 떠넘겨버리는 불의한 정부. 무한경쟁과 차별의 구조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우리 모두가 방관하고 있는 대한민국 복지는 현재 ....이다.

 

사람이 법을 만드는데 어찌 이럴 수 있어?”

 

지난 8월 수급권을 박탈당해 거제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말이다. “어찌 이럴 수 있어?....” 이사야 6524절에 하나님께서 벡성들을 향하여 희망의 메시지를 말씀하신다.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 그리스도인들의 소중한 책임은 가난하고 힘겨워 하는 이들의 구원요청이 있기에 앞서 먼저 응답하고, 들어주는 것이다. 그만큼 예민한 예수의 감수성으로 세상을 보듬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광화문 길바닥에서 한 달 넘게 때론 피울음으로, 때론 온 몸으로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채하며, 방관하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어찌 그럴 수 있어?”라는 물음에 다시 한 번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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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악법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폐지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10만인 엽서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문의) 02-739-1420 / www.sad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