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러서 쳐다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삭개오야, 어서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묵어야 하겠다." 6 그러자 삭개오는 얼른 내려와서, 기뻐하면서 예수를 모셔 들였다. 7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모두 수군거리며 말하였다. "그가 죄인의 집에 묵으려고 들어갔다." 8 삭개오가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9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 10 인자는 잃은 것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누가복음 19:5-9]
들어가며 : 삶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우연이 아닌 필연이며 당위인 귀한 생명과 인생, 삶을 허락하신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 오늘 한 해의 결실을 맺고 그것으로 기뻐하는 성도들에게 크신 은혜와 복을 내려주시기를 축원합니다.
추수감사주일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이지만 우리가 추수한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잃어버린 것들, 손해본 것들에 대한 손익계산을 하다가 말문이 막혀버리는 그런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라에 감사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감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조건들을 찾아내고 발견하여 감사함으로 우리 인생이 더욱 만족의 기쁨으로 충만해지기를 부탁합니다.
들어가서 ; 추수감사주일 시즌이지만 나 역시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과 계획들이 머리속에 뒤엉킵니다. 한 인간으로써 이제 나이 사십이나 먹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가, 목사로써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도 추수감사주일이니 감사해야 할 이유와 조건들을 찾아내고 여러분들에게 선포해야 하니 더욱 고민이 큽니다. 그래서 감사란 무엇인가, 왜 감사해야 하는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무엇이 있는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감사는 무엇인가 선물을 받았을 때 감사하게 됩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이라고 하던가, 무언가 받은 것이 있어야만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가 추수감사주일에 하나님께 뭔가 감사해야 할텐데 감사한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받았는가 생각해봅시다. 인생을 돌아보며 지금까지 살면서 혹은 올 한 해를 살면서 하나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 가장 큰 은혜,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 마땅히 감사해야 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선물을 받는 데는 두 가지의 반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즉각적으로 감사하게 되는 반응입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물질적인 선물을 받았을 경우입니다. 반면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모르다가 한참을 지나고 보니까 그것이 그렇게 좋은 선물이었구나 하는 선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사랑, 스승님의 가르침, 친구의 변함없는 우정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받을 때 화들짝 놀라고 오버하면서 받은 선물과 감사의 마음은 그 당시는 크지만 나중에는 별로 남는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물질적인 선물은 언젠가는 빛이 바래고 훼손되고 망실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받을 때 감사의 마음이 별로 들지 않았던 선물의 경우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물을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까?
오늘 여기 한 사내가 인생을 뒤바꾸는 큰 선물, 선물을 받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지만 그의 인생이 급반전하는 놀라운 선물을 받은 사내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삭개오라는 남자는 잘 알다시피 키도 작아 볼품도 없고 별로 존경받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삭개오가 어느날 어떻게 로마 제국의 끄나풀이 되어 세금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는 갈급한 자기의 인생의 허전함을 돈으로 채웠던 것 같습니다. 세금공무원들이 정해진 세금 외에 자기의 수입을 고려하여 더 많이 걷는 것이 당시의 관습이었는데 로마제국을 등에 업은 세금공무원들의 욕심은 도를 지나쳐갔습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부자였고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삭개오는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았고 돈으로 그동안의 모욕과 무관심을 보상받으려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체면을 차리면서 세금을 거둬들였겠지만 돈맛을 보고 자기 앞에서 비굴해지는 이웃을 보면서 더 많이 거둬들였을 것입니다. 그의 갈급함이 돈으로 채워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외로움이 깊을수록, 갈급함이 처절할수록 그는 더 많은 돈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소유욕은 끝을 모르는 우물과 같이 끊임없이 더, 더, 더~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물질이 인생을 충분하게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물질은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의 더, 더, 더~ 의 욕구는 바뀌었습니다. “이제 됐다, 이제 충분하다, 이젠 오히려 너무 많다, 이젠 나누어 가지고 빚진 것을 갚아야 하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구나, 정말 감사합니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그의 인생이 채워지는 것 같았던 삭개오는 어느날 갑자기 그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미 충분한 것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물질에 대한 브레이크 없는 욕망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것을 깔끔하게 나누겠다고 까지 선언을 했습니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 주겠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것같이 악랄하게 돈만 밝히던 로마 제국의 앞잡이 삭개오가 이렇게 180도로 바뀔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였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모든 기적 같은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예수님이 있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 삭개오의 인생이 180도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라는 개똥철학자가 유명하다던데 지금 여기로 온다더라,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갔다가 키가 작아 볼 수 없자 옆의 뽕나무로 올라갔다. 그냥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호기심일 뿐일 수도 있었습니다. 뭔가를 바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보고 싶어서 나무에 낑낑대고 올라갔을 분인데 예수님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셨습니다. ‘어서 내려와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서 하루 묵어가고 싶구나!’
예수님과의 그 만남이 더럽고 치사한 한 인간, 돈만 아는 수전노 같은 인간, 피도 눈물도 없이 뺏어가는 세금공무원,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 동포를 착취하는 민족반역자인, 도무지 돌이킬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 외모나 내면이나 어느 것 하나 사랑 받을 만한 것이 없는 삭개오를 전혀 다른 사람, 용서 받기에 충분하고 이웃을 돌아보며 이웃과 나눌 줄 아는 인간,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 그리고 자기 잘못을 회개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삭개오에게 있어 그 인생에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 놀라운 경험, 삶의 가치관이 바뀌고 삶의 목적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예수님은 가장 큰, 가장 귀한, 가장 복된 선물, 감사하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큰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한 해 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이 감사합니까? 솔직히 감사할 일보다는 불평하고 불만할 일이 더 많습니다. 나도 압니다. 받고서 화들짝 놀라서 오버액션을 하면서 감사하다고 마음의 순간적 환희를 전할 만한 선물을 받은 것은 없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받았고 너무 좋아했지만 결국 그 선물이 훼손되고 빛바래고 망가지면서 감사의 마음도 퇴색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선물만 생각하지 말고 받았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감사하고 기쁘고 유익한 선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귀한 선물, 감사하지 않고는 못 배길 선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도 삭개오와 마찬가지로 예수님과의 만남을 들겠습니다. 만약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사람, 물불 안 가리고 인생의 쾌락에 빠져들어가면서도 별로 죄의식도 갖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성공과 성취의 맛에 취해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성공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예수님을 만나서 비록 물질적으로는 별로 없지만, 몸도 좀 피곤하지만, 내 인생도 힘든데 남의 인생까지 책임져야 하고 내 집안 세우기도 힘든데 하나님 나라까지 세워야 하는 신세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만나서 지금 내 인생이 더없이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귀한 인생이라는 기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올 한 해는 말짱 꽝이어서 도무지 감사할만한 게 없네요.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가장 감사하고 가장 귀하고 가장 기쁜 선물은 예수님을 만난 것,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오신 것, 예수님이 우리의 친구가 되어주시고 우리 대신 우리가 받아야 할 벌까지 대신 받아주신 것, 그래서 내 인생이 귀한 값을 지불한 소중한 인생이라는 깨달음과 자부심을 갖게 해주신 것! 이것이 혹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땅히 감사해야 할 조건은 아닐까요?
나가며 : 우리 인생이 삭개오의 인생과 별로 다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삭개오는 물질적 성취를 했지만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정도입니다. 그러나 삭개오의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것은 그 많은 재산을 얻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을 다 팔아 치운다 하더라도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삭개오가 가진 것은 다 갖지 못했지만 최소한 예수님을 만난 것만큼은 우리도 이미 받은 선물입니다. 그런데 삭개오는 그 선물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 줄 알고 있었다지만 우리는 제다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삭개오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 귀한 정보를 이제라도 깨달아 알기를 바랍니다.
우리 인생에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주신 하나님께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할 것이 없다고, 올해는 특히 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예수님을 떠올리고 예수님을 묵상해보십시오. 그래서 예수님이야말로 우리 인생에 가장 귀한 선물이고 보물이며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아 알고 하나님께 흡족하게 감사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