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신앙으로 시작하는 새해
성서본문 ; 민수기 29:1-5
1 "일곱째 달, 그 달 초하루에는 거룩한 모임을 열고, 생업을 돕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그 날은 나팔을 부는 날이다. 2 너희는 나 주를 향기로 기쁘게 하는 번제로, 수송아지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와 일 년 된 어린 숫양 일곱 마리를 흠 없는 것들로 바쳐라. 3 이와 함께 너희는 기름에 반죽한 고운 밀가루를 곡식제물로 바치되, 수소 한 마리에는 십분의 삼 에바를 바치고, 숫양 한 마리에는 십분의 이 에바를 바치고, 4 어린 숫양 일곱 마리의 경우에는, 어린 숫양 한 마리마다 십분의 일 에바씩을 바쳐라. 5 또 숫염소 한 마리를 속죄제물로 바쳐, 너희의 죄를 속하여라.
들어가며 : 희망이라는 단어가 왠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세대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마져 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에 무슨 힘이 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것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까? 정부에서 안쓰럽게 발표하는 경제지표나 무역수지 수치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방송국 인터뷰에 나온 시민들이 열이면 열 모두 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합니다만 경기가 좋았을 때에도 우리 삶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무엇이 희망일까요? 저는 감히 하나님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신 길만이 이 세대에 참된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며 사람 사이에 정을 품고 사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통해 참다운 희망을 만나시고 그 희망으로 힘차게 2010년을 시작하시기를 성어버이,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들어가서 : 해마다 신년을 맞이하여 드리는 예배 때 저는 좀 어려움을 느낍니다. 말이 새해지 사실 어제와 특별하게 다른 것이 없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새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작년 12월 31일에 만든 것과 올해 1월 1일에 만든 것은 연식이 엄연히 달라 중고차 가격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제 오늘 차이로 인격이 달라지거나 품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어제는 붉은 해가 떴는데 오늘부터는 푸른 해가 뜨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인간이 임의로 설정해 놓은 달력에서 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오늘부터 새해니까 새로운 마음을 먹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느니 하는 것이 별로 현실적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마치 사람이 만들어 놓은 가상적 사이버 공간에 들어온 느낌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와 똑같은 오늘로써 오늘을 살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만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새해라는 것은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하루로 시작하지만 그 날을 맞이하는 우리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로 새롭게 되는 날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계기라도 있어야 그나마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도 세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새해냐, 언제부터 2010년이냐, 무엇이 달라졌느냐 하는 것보다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줄 것이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복되고 귀하며 본받을만한 의미를 발견하시고 그 의미를 이루는 꿈으로 2010년을 설계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년 초하루에 안식일을 지키면서 하나님께 제사를 지낼 것을 명령하고 계십니다. 민수기에서는 일곱째 달 초하루에 거룩한 모임을 열고 생업을 하지 말고 나팔을 불며 제사를 드리라고 하십니다. 일곱째 달이라는 표현은 훗날 포로시대 바빌로니아의 달력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여 쓴 것으로 실제로는 가을의 끝물에 해당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신년 초하루를 거룩한 날, 하나님께 제사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교훈을 주는 말씀으로 받을 수 있겠습니다.
우선 새해에는 거룩한 모임을 열라, 생업을 돕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거룩한 모임은 다름 아닌 교회를 의미합니다. 교회란 어떤 건물에 모이는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소위 기독교인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거룩한 모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사업수완이 좋다보니 유력한 사업가가 다니는 교회에 사람들이 모이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작년에 한창 시끄러웠던 S교회가 그럴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것을 거룩한 모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거룩한 모임일까요? 잘 먹고 잘 살자,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까, 어떻게 하면 땅을 많이 소유할까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귀하며 덕이 되는 이야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이야기, 바로 생명과 평화, 정의를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임이 바로 우리가 신년을 맞이하여 계획해야 하는 모임인 것입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나팔을 불어야 합니다. 나팔을 부는 것이 무엇입니까? 알리는 기능입니다. 이스라엘에서 불던 뿔나팔은 전쟁을 알리고 예배에서도 사용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장차 하실 일을 묘사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이것이 신년에 성도들이 하는 일입니다. 새해가 되면 무슨 재테크가 어떻고 어디에 투자하면 좋고 하는 돈벌이 방송을 많이 합니다. 그런 것을 떠벌이고 알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장차 우리를 통해 하실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락하고 부패한 연혼과 세상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결연한 의지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제사란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 민족의 제사라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제사는 자신의 삶을 드리는 것입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제수용품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준비하여 제사를 드립니다. 내 삶을 바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제물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송아지 고기를 좋아하셔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제물을 바치는 이의 삶을 담아서 바치기 때문에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제물을 가져오면 제사장이 제물과 제물을 가져온 사람의 머리에 손을 얹고 회개의 기도를 하든지 축복의 기도를 하든지 아무튼 기도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이 제물에 제물을 가져온 사람의 인격을 담는 절차인 것입니다. 즉 신년을 맞이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을 하나님께 바치고자 하는 결단을 담는 것입니다.
또한 제물 중에는 속죄를 위한 제물이 요구됩니다. 숫염소 한 마리가 바로 그 속죄제인데 그것은 지난날에 저질렀던 모든 죄악을 다 회개한다는 것입니다. 즉 항상 반복되던 죄, 청산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죄를 짓는 삶에서 떠나겠다는 의지와 결단을 담아 드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옳지 못한 일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신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결단으로 지난 일을 전적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신년에는 우리가 그동안 청산하지 못했던 불의한 삶을 청산하고 거듭난 사람으로 새출발 하겠다는 결단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동계올림픽 이야기가 나오면서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응답자의 80%가 넘는다고 합니다. 박태환 선수가 한창 물이 올랐지만 작년 수영대회에서는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올 한 해 스포츠계를 진단하며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을 집중 조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고에 올라가면 좋지만 반드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자 성취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그것을 위해 모든 인생과 청춘을 바칠만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들은 돈도 많이 벌긴 했지요.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자리에서 반드시 내려와야 할 때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과 10-20년만 지나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스포츠 선수가 스포츠를 위해 사는 것이 잘 못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내려와야 할 때가 무서우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왕이면 그 인생 전체를 두고 의미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한때의 영광과 찬사를 위해 살 것이 아니라, 한 때의 성공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영원한 가치, 영원한 의미, 영원한 성공을 위해 사는 것이 더욱 귀한 삶이 아니겠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한 계획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아마도 10년은 잘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이나 인기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면 그것도 한 5-10년은 잘 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음을 위한, 신앙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산다면 그것은 우리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 누구도, 그 어느 것도 막거나 방해하거나 상처 입히지 못할 계획이 될 것입니다.
나가며 : 2010년을 시작하며 첫 주일을 맞이하시는 사랑하는 성도님들은 신앙으로 신작하는 한 해로 삼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신앙은 우리가 진리와 정의의 하나님을 믿으며 사랑과 자비로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삶을 살겠다는 결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의 하나님께서 우리가 결단하여 이루고자 하는 하나님의 일을 지원하시기 위해 필요한 것을 넉넉하게 주실 줄로 믿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거룩한 모임을 열기 위해 애쓰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일이 소문이 나고 알려지고 하나님이 이 일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시는 계획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잘못된 일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드리겠다는 결단으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으로 말씀을 받고 삶으로 말씀을 이루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능력이 충만하게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