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으로 서로를 섬기는 교회 / 누가복음 10:38-42

by 방현섭 posted Mar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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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기쁨으로 서로를 섬기는 교회

성서본문 : 누가복음 10:38-42

38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41 그러나 주님께서는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 42 그러나 주님의 일은 많지 않거나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아무도 그것을 그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들어가며 : 사람이 마음으로 그 나아갈 길을 계획하지만 실제로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이루시는 것은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오늘, 우리 좋은만남교회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이 날에 모든 일이 사람이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이 있는 줄로 믿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결단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좋은만남교회와 함께 하신 모든 사랑 받는 성도들에게 하나님 어버이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성령의 교통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들어가서 :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 좋은만남교회의 담임교역자로 첫 발을 내딛는 이관택 전도사님의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습니다. 아들을 낳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직자로 키우기까지 보이게 보이지 않게 참 많은 기도와 간구를 드렸을 가족입니다. 상황이 함께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당당한 우리의 가족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앞으로 나와 인사해 주십시오. 이구상 권사님, 이경화 권사님, 이경환 청년입니다. 박수로 뜨겁게 환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따뜻하게 가족으로 맞아주시고 더욱 뜨겁게 좋은만남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이 박수에 담아 부탁드립니다.

우리 나라의 남성들은 유난히 아랫사람들 줄 세우기 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지렁이 한마리가 63빌딩을 올라가는데 63년이 걸렸습니다. 63년이 걸려 드디어 63빌딩 꼭대기에 올라온 지렁이. 그런데, 갑자기 침을 뱉고 싶은게 아닌가? 지렁이는 침을 뱉았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있던 뱀이 침을 맞고 말았다. 뱀 : 야 너 일루 내려와. 지렁이는 또 63년에 걸쳐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뱀 : 야 옥상으로 따라와.’ 그랬답니다. 나이 몇 살 많고 덩치 좀 크고 힘 좀 세면 무조건 어깨에 힘주고 행세를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남성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수컷이라고 하는게 더 적당합니다. 말 그대로 인간존재가 아니라 짐승, 금수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좀 걱정입니다. 선후배, 과거에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이 선임자, 후임자로 만났고, 선임자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후임자 목회하는 옆에 지켜 서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제 성질이 못됐기로 유명하니 더욱 걱정입니다. 우리교회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관택 전도사를 후임자로 정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사람관계 좋다고 다 좋은 거 아니다, 언제 어떻게 뒤통수 맞을지 모르니 알아서 잘해야 할꺼다’라고 충고를 해주시기도 합니다만 오히려 저는 제 자신이 더 걱정입니다. 제가 혹시라도 도에 지나치는 일을 벌이면 여러분들이 말려주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한 집에 사는 두 자매가 있었습니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가난한 집안 살림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제법 살림꾼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큰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온갖 궂은 일도 마다지 않고 열심히 살아서 이제는 손님을 집에 들일 정도로 살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동생은 언니와는 다르게 애교가 많고 사람들을 잘 따랐습니다. 일을 하기보다는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말상대를 하기도 하고 귀여움을 독차지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성품이었지만 두 자매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라는 선생을 식사에 초대하였습니다. 예수 선생이 약속보다 좀 일찍 왔는지 언니는 더욱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잘 모시고 싶어서 초대하였는데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지고 속이 탔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 발 아래에 앉아서 손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웃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언니는 음식 준비로 분주하고 바쁜 마음에 갑자기 동생이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다 말고 손님이신 예수님께로 가서 ‘저 혼자 일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동생에게 저를 좀 도와주시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조금 당돌하게 나섰습니다. 이 상황에서 예수님은 어떻게 응답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 42 그러나 주님의 일은 많지 않거나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아무도 그것을 그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예수님의 목소리 톤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화가 나서 격앙된 톤으로 나무라시면 말씀하셨을까, 아니면 마르다를 위로하면서 너무 염려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히려 걱정을 해주셨을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수님은 이 두 자매 중 하나라도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둘 다 모두 중요한 일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라고 음식 안 먹어도 배 안고프고 굶어 죽지 않으실까요? 아닙니다. 밥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밥을 준비해주는 마르다는 분명히 소중한 사람입니다. 반면에 혼자 앉아 있는 손님을 접대하면서 그 마음을 기쁘게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결국은 마르다나 마리아나 모두 꼭 필요한 사람으로써 꼭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고 두 자매가 모두 좋은 몫을 택한 것입니다. 비록 마르다가 자기의 일에 불만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마리아까지 그의 선택을 포기하거나 비난 받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좋은 몫을 택해서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하면서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필요하고 소중한 일임을 인정하지 않고 가볍게 여겨 탓하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오늘 담임교역자 이취임 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모두가 서로 필요한 사람이니 인정하고 이해하고 믿어주고 서로를 섬기자는 말씀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예배이고 예배하는 삶이라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예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예배가 무엇입니까?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서 고개 끄덕이며 설교 듣는 것이 예배입니까? 아닙니다. 예배당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섬기고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서로를 섬기는 것이 바로 예배이고 예배적 삶입니다. 그러므로 예배는 결코 주일 오전 11시에 예배당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삶 가운데서 예배가 나타나고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 좋은만남교회와 교우들은 무엇보다도 예배적 삶으로 앞 길을 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누가 마르다이고 누가 마리아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마르다이고 이 전도사님이 마리아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만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또 이 전도사님이 마르다이고 교우들이 마리아일 수도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르다이고 제가 마리아의 입장일 수도 있겠지요. 누가 어때서 사태가 이렇게 되었다, 누가 무엇을 잘 못했다, 누가 우리 눔에 안 찬다, 왜 그렇게 하는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하는 대로 해야지 왜 그렇게 하느냐, 매번 그렇게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 누군 어떻게 했는데 누군 왜 이렇게 하느냐 등등 수많은 불평과 핑계, 탓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그리스도인이 품어야 할 예배적 삶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말씀을 통해서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나가며 : 그리스도인의 삶은 예배적인 삶이고, 예배적인 삶은 다름 아닌 기쁨으로 서로를 섬기는 삶입니다. 교회가 예배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이라면 우리 좋은만남교회는 마땅히 기쁨으로 서로를 섬겨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기쁨으로 저를 섬겨 주십시오. 제가 이제 담임직을 내놓았다고 해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섬겨 주십시오. 저도 담임이 아니라고 여러분들 모른척하지 않고 시간 나는 대로 기회 있는 대로 섬기겠습니다. 물론 기쁨으로 말입니다. 또 여러분은 이 전도사님이 아직 젊고 목회한 경력이 없다고 해서 가볍게 보지 마시고 기쁨으로 섬겨 주십시오. 이 전도사님도, 물론 안 그런 것은 알지만 목회자라고 목에 힘주면서 성도들을 평신도라고 폄하하여 군림하려 들지 마시고 힘 닿는 대로 섬기고 헌신해 주십시오. 서로서로 끝까지 믿어주고 이해하고 용납하고 인정해 주십시오. 만약 마르다가 힘들고 속이 타지만 음식을 잘 준비했다면 아마도 큰 칭찬과 치하를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니 마르다의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쁨으로 서로 섬길 때 우리교회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꾼들이 되며 하나님 나라 그 자체가 될 줄로 믿습니다. 오늘부터 기쁨으로 서로에게 봉사하고 섬기기로 결단하고 좋은만남교회의 새 출발에 동참하는 이 귀한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하게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