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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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문제는 아니다 2
소년은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묻습니다. “토끼야 악어 말이 맞니?” 토끼는 쪼구리고 앉아 악어에게 말합니다. “네가 그렇게 말했니?” “그래, 내가 그랬다.” “잠깐, 우리는 이 일에 대해 토론을 해 봐야겠는데.” “좋아.” “하지만 입에 뭘 물고서 어떻게 토론을 하겠니? 놔줘. 꼬마도 토론에 참여해야 하니까.” “넌 열리한 놈이로군그래. 놓아주는 순간 도망쳐 버릴껄,” “난 네가 그 정도보다는 눈치가 있는 줄 알았는걸. 도망치려고 하면 네가 꼬리 한 번만 휘둘러도 죽일 수 있잖아?” “그렇고말고.” 악어는 소년을 놓아줍니다. 소년이 풀려나는 순간 토끼가 소리칩니다. “달아나!” 소년은 뛰어 달아납니다.
그러고 나서 토끼가 소년에게 말합니다. “넌 악어 고기 좋아하지 않니? 너희 마을 사람들은 그 좋은 먹거리를 즐기지 않니? 넌 그 악어를 완전히 풀어 준 게 아니야. 몸의 대부분은 아직 그물에 걸려 있거든. 마을로 가서 사람들을 다 불러다가 잔치를 벌이지그래.” 소년은 정확히 그렇게 합니다. 마을로 가서 남정네들을 모조리 불러오는 겁니다. 그들은 도끼와 장대와 칼을 들고 나와 악어를 죽입니다. 그 소년의 개도 왔다가 토끼를 보자 쫒아가 잡아서 목을 물어뜯습니다. 소년은 그 장면에 너무 늦게 나타났고, 토끼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말합니다. “악어가 옳았어. 이런 게 세상이야. 이게 삶의 법칙이야.”
세상의 온갖 고통과 악과 고문과 파괴와 굶주림을 시원스레 밝혀낼 수 있을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아무도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한바탕 종교적인 또는 그 밖의 문구들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삶은 신비니까요.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깨어나야 합니다. 그때 문득 문제는 현실에 있는 게 아님을, 여러분이 문제임을 깨달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