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107-0213
구체화 1
내가 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으레 다수의 개체들에게 적용 시킬 수 있는 무엇이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메리나 존 같은 구체적으로 특정한 이름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것은 개념적 의미를 가진 게 아니죠. 한 개념은 얼마든지 많은 개체, 셀 수 없이 무수한 개체들에게 적용됩니다. 개념은 보편적입니다. 예컨대, “잎”이란 단어는 한 나무의 잎 하나하나에 모두 적용될 수 있죠. 잎마다 같은 단어로 불리죠. 나아가 같은 단어가 모든 나무들, 큰 나무, 작은 나무, 약한 나무, 메마른 나무, 노란 나무, 녹색 나무, 바나나 나무 등 모든 나무의 모든 잎에도 적용되죠. 따라서 가령 내가 오늘 아침에 잎을 하나 보았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내가 본 게 무엇인지 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겁니다.
그 점을 이해하실 수 있는지 봅시다. 실상 여러분은 내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을 보지 않습니다. 개를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보지 않았습니다. 구두를 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내가 본 것에 대해 어떤 막연한 관념은 있지만, 그것은 특수화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이 아닙니다. “인간”이란 원시인·문명인, 어른·아이, 남성·여성, 이런 세대·저런 세대, 이런 문화권 사람·저런 문화권 사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인간은 구체적인 인간입니다. 개념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을 만나는 일이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개념은 그런 보편적인 인간을 가리킵니다. 결코 전적으로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유일성과 구체성을 상실한 거죠. 개념은 보편적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