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 습격
2011.3.좋은만남 설교
출애굽기 22:25
○ 너희가 너희 가운데서 가난하게 사는 나의 백성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너희는 그에게 빚쟁이처럼 재촉해서도 안 되고, 이자를 받아도 안 된다. 너희가 정녕 너희 이웃에게서 겉옷을 담보로 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마태복음 25:27
○ 그렇다면, 너는 내 돈을 돈놀이하는 사람에게 맡겼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내가 와서,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받았을 것이다.
기억은 하시겠지만, 생활가운데 피부로 얼마나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난리였습니다. 1920-30년대 대공항에 이은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정도의 세계적인 경제위기상황이라고도 했습니다. 기억들 하시죠...?
당시에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증권시장을 통해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주요한 기업들이 다 망라되어 있는 코스피 시장의 지수가 2007년도 2,000포인트에서 1년 여만인 2008년 10월에는 1,000포인트로 대폭락을 한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2,000만원 어치 내 돈을 증권시장에 넣어두었다면 1년 만에 1,000만원으로 반토막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위기라고 했는데 상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실물경제보다는 자본시장 즉 증권시장이 대폭락했고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있던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죽을뻔 했습니다. 그런데, 중심에 '빚'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문제의 발생은 파생상품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말 그대로 어떤 것으로부터 파생된 상품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오렌지쥬스가 오렌지로부터 파생된 상품인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금융이라는 것도 대부분이 원래는 실물경제에 기반해 파생된 상품인데요. 주식, 채권과 같은 1차 금융상품들에 기반해 2차, 3차로 파생된 상품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나중에는 너무 복잡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원래 어떤 상품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몇 단계를 거쳤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품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그런 파생상품의 일종인데요. 이게 여러 단계를 거치다보니 복잡해져서 나중에는 근원을 알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전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워런버핏도 파생상품은 대량살상무기라고 하면서 이를 비판했다고 하던데, 어쨌든 파생상품이 가지는 위험도는 매우 높습니다.
제가 정확한 자료를 찾지는 못했는데요.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으로 물건과 상품이 국제적으로 오가는 상품시장보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자본이 거래되는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진지 오래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세상이 된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산업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농축산업과 같은 1차산업, 제조업을 말하는 2차산업, 그리고 서비스업인 3차 산업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시장이 너무 커져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산업구조를 1차, 2차, 3차 산업과 더불어 금융산업을 4차 산업으로 새롭게 분류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실제, 미국의 mba출신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희망분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 그들의 약 1/3 정도가 금융권 진출을 희망할 정도로 금융업은 이제 3차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닌 독자적인 커다란 시장이 되었습니다.
[다음 표]는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과 가계의 부채증가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앞서 보고 계시는 것이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인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97년 최대 400%를 정점으로 해서 계속 꺽여 지금은 100% 내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이 97년에는 빚이 자기자본 대비 400%인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기형적인 기업의 재무구조가 IMF관리체제를 거치면서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게 강제되게 되었습니다.
반면 가계의 대출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다음 도표를 보시면, 가계대출은 기업대출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94년에는 가계대출규모가 100조원을 조금 상회했으나 2009년에 735조원을 넘어서 2010년에는 795조원으로 800조원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IMF관리를 받을 때에는 기업부채 때문에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었으나 앞으로는 가계부채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가능성 농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IMF 당시에는 회사들의 부채로 인한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게에서 금모으기 운동이라든지 국민들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기업들을 살렸습니다. 그런데, 향후 가게가 부채로 문제가 된다면, 과연 기업들이 정부가 가게를 살리고 도와줄까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전적으로 가계 혹은 개개인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최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뉴스 등에서 자주 접하셨겠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계속적으로 올리려고 하고 있기에 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연간 이자가 1%만 올라도 가계에서 내야하는 연간 이자비용이 8조원이 늘어나게 됩니다. 개별로 보면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전체로 보면 이렇듯이 굉장히 큰 금액이 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부동산은 거의 대부분 "빚"이 개입되어 있기에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2008년과 금융위기와 같은 엄청난 위기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주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1위까지 오른 단어가 있습니다. '수크크법안'이라는 것인데요. 이슬람채권법을 말합니다. 이 법안은 2009년 중동지역 오일머니 자금유치를 위해 발의된 법안으로 이슬람채권에 대해서 이자소득세 등을 면제하고 면세혜택을 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입니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형제에게 돈을 빌려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금융의 특징은 “상업에 의한 이윤은 허락하고 있으나 고리대금에 의한 이자는 금한다.”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자대신 어떠한 사업에 투자하고 부동산 임대료 등 그 사업의 수익을 나중에 일정한 배당금을 받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자를 대신하는 것이지요.
지난 2월에 정부여당은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의 '정권 하야 운운' 등 기독교계의 엄청난 반대에 눌려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개신교 쪽에서는, 겉으로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지만, 이슬람교가 오일머니 자금을 기반으로 우리 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이라 우려해서 이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보수 개신교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권을 획득한 이 mb정권이 최초로 기독교계와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되었는데요. 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직 노무현 정부 시절, 한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요. 정치를 해보니 기업의 시장논리가 정권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그런 것처럼 이 mb정권에 와서는 '권력이 종교 특히, 기독교에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익을 내세운 중동자금 유치라는 실리적인 정책이,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심지어 '하야'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을 정도니까요. 어쩌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오늘 성서의 말씀을 두 가지 살펴봤는데요. 구약에서는 이 출애굽기 본문뿐만 아니라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시편 등등해서 18곳에 걸쳐서 이자를 받지 말라고 얘기하는 말씀이 나옵니다. 반면 신약으로 오면 오늘 본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 이자와 관련된 입장이 나오는데, 구약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기술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자를 받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문제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오늘 메시지를 준비하면서는, 신약의 입장은 빼고 (저의 평소의 입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구약의 입장만으로 일관되게 메시지를 얘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성서를 제 입장에 맞게 끔만 해석하는 또 하나의 교조적인 해석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두 본문을 다 제시를 했습니다.
이자를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본문 특히, 마태복음 이 본문의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자를 받지 말라는 이슬람 율법이나 구약의 일관된 주장보다는 이자를 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변화를 볼 수가 있는데, 저는 이것을 두고 이자를 받아야 하느냐 받지 않아야 하느냐에 대한 성서적 근거를 찾기 보다는 그 사이에 즉, 구약과 신약이 형성되는 그 수 백년의 사이에 사람들 사람의 경제관, 경제논리가 그렇게 변해왔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즉, 구약시대에는 이자를 받는 것 자체를 절대 금지했지만 신약시대로 오면서, 돈이 오가는 상업관계가 활성화되고 하면서, 이자를 받는 것을 당연시 생각하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지요. 성서에서 조차도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21세기 금융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코란의 알라 신의 메시지를 얘기하면서, 금융거래에서도 이자를 받지 말 것을 얘기하는 이슬람율법이야 말로, 기독교의 대응과 비교해, 보다 훨씬 더 종교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빚'입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실 수 있고,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 공전의 히트를 치고 또 작년에 '부자들의 음모'라는 책을 쓴 로버스 기요사키 라는 이는 부채를 잘 활용해 큰 돈을 번 사람이기도 한데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통계를 낸 자료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빚을 이용해 돈을 번 사람보다는 빚으로 패가망신하고 가정이 파탄난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은 '부채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라고 할 만큼 위험한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 빚과 부채의 사용을 강요하고 당연시하는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검은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한참 하던 30대 초반에 신용카드를 몇 번 짤라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후 결재라는 것 때문에 일단 카드를 사용하고 나중에 결재를 하다보면 다음달 생활이 너무 어려워져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카드를 짤라버린 것이죠. 그렇다고 제가 무슨 유흥비로 수 백 만원을 한 번에 써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지만, 수입에 비해 늘 지출이 많았던 것이고 카드는 그런 소비패턴을 더 충동하고 자극해서 그 때는 매번 적자인생을 살았습니다.
제 주변에 빚 때문에 어려워진 분들이 참 많습니다. 여러분들 주변에도 그런 분들을 쉽게 접하실 수 있을 텐데요. 신용파탄이 난 분들의 거의 90% 이상이 빚 때문에 망한다고 합니다. 사업확장을 위해, 부동산 구입을 위해, 주식을 사기 위한 등등의 사유로 무리하게 빚을 졌다가 기대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 때는 빚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다가 본전까지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혹시 우리 교인분들 중에도 이처럼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사업이든 투자해서 큰 손실을 보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에 걸쳐 주식으로 수천 만원에 이르는 큰 손실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강다리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가족이고 한기연이고 교회고 뭐고 다 등지고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주식투자 그 자체가 아니라 무리한 부채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즉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을 보거나 적어도 손실은 보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않고 단기간에 돈을 벌어보겠다는 탐욕과 욕심에 눈이 멀어 부채를 무리하게 땡겨 쓴 것입니다. 이런 걸 전문적으로 레버리지, 즉 지렛대 효과라고 하는데요. 지렛대를 써서 내 힘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이죠. 어쩌다 잘 되면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부채를 쓰다보면 단기간에 얘기치 못하는 폭락의 상황이 발발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부채가 원래 가지고 있던 현금, 원금까지 잡아먹게 되는 겁니다. 제 실패의 경우도 다 그런 경우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똑같습니다.
부채를 무리하게 땡겨쓰고 하면서 스스로 합리화를 합니다. 내가 이 돈 벌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는 게 아니잖아. 나는 그런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목적이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좋은 뜻이니, 나의 탐욕은 남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내 탐욕은 이기적인 것이 아닌 고상하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탐욕과 욕심에는 '그런 뜻'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하튼, 그런 처참한 실패와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저는 요즘 하나의 귀한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예전부터 성인들이 말하기를 '마음을 비워야 진정으로 채워진다'고 하잖아요. 그 말듯이 인간사 모든 것에 적용되듯이 투자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욕심과 탐욕에 눈이 멀어, 과도한 단기간의 재물 욕심으로, 부채를 쓴다든지 하게 되면, 대부분 틀림없이 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원칙과 평상심의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면, 오히려 채워진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이 빚과 탐욕의 검은 유혹으로부터 저를 단련하는 것이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해야 할 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그런 유혹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지 않도록 저를 단련하고 수양하는 것이 일종의 신앙훈련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 합니다. 자꾸 돈과 대출 얘기이고 제 개인적인 얘기라서 하지말까도 고민했지만, 가장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 하겠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대출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저 역시도 대출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대출 즉, 부채만 있다는 것은 아니고 사회생활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출을 일정 정도 계속 끼고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조건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2년 전쯤, 전 직장에 나름 고위직으로 있을 때 급한 사정이 생겨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행등의 제 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이 안되어서 소위 무슨 캐피탈이라는 곳에서 대출상담을 했었습니다. 2,00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중소기업이었지만 나름 고위직으로 있던 때 제게 제시된 대출금리가 연 17% 였습니다. 참고로 제 신용등급은 전체 10등급 가운데 7등급으로 중간 정도는 되는데도 17% 금리였으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받았습니다.
얼마전에도 급하게 자금이 좀 필요해 수소문하다가, 갑자기 제 핸드폰 문자로 들어왔던 메시지가 생각나 지난 문자를 다시 뒤져보았습니다. "고객님은 신용만으로 3000만원까지 무보증, 무방문, 전화심사로 당일대출이 가능합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화를 해 봤죠. 그랬더니 인감, 등본, 원초본, 신분증앞뒤사본, 주거래통장최근 3개월 내역 등을 출력해 팩스라고 보내라고 하더군요. 동사무소를 앞다 갔다하고 쇼를 해서 서류를 보냈더니 마치 엄청난 인심이라도 쓰는 양 하면서 취급수수료 7.7%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아니, 연간 대출이자금리도 아니고 취급수수료만 7.7%라니 너무 심하다 싶어 길게 얘기하지도 않고 그럼 됐다고 하면서 끊어버렸죠. 그랬더니 한참 후에 고객님 특별히 생각해서 5%로 해주겠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급한 마음에 전화를 다시 했죠. 그리고선, 실갱이를 해서 4%로 다운을 했습니다. 근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정작 중요한 연간 대출이자금리를 물어봤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24%라는 겁니다. 취급수수료와 합치면 28%가 되는 것이죠. 원래 그런 곳의 대출금리가 그 정도 하는게 일상적인 것인데 제가 순진했던 것이죠. 어쨌든 하도 어이가 없고 열도 받아서 됐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다행히 급한 자금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은 됐지만, 그들은 제2, 제3금융권까지 불가피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에 처한 이들의 급한 사정을 역이용 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이죠. "고객님 자금 급하시잖아요."라는 말이 그 대출상당원의 얘기가 뒤로도 계속 울림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그 말이 더 화나게 만들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지금 대출금리가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2, 제3 금융권의 그런 회사들만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1금융권의 그들도 어쩌면 그들과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빚을 지지 말자고 얘기하면서, 동시에 이런 부채를 써야하는 제 상황들을 말씀드렸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그러할수록 더 대출과 부채를 쓰게 된다는 역설적인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돈이 필요없는 사람들은 신용이 좋아 대출을 해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은 높은 대출금리를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나 신앙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최소한의 양심만 쫓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한다면, 없는 사람에게는 더 잘해주고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은 인지상정과는 '완전 거꾸로'라는 것입니다. 금융회사라는 곳이, 돈 놓고 돈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기들 돈 떼이지 않기 위해 돈 떼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가장 높은 이자를 물리는 구조인 것입니다.
빚을 사용케 하고 강제하는 이러한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상 가운데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로, 신용카드를 쓰지 말자고 제안드립니다. 직장인들 연말정산을 통한 환급을 생각한다면, 현금영수증을 사용하세요. 그래도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서 굳이 써야 한다면 통장의 잔고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쓰십시오. 이런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가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려 하고,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려는 개개인들의 작은 노력이 공동체를 살리고,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듯이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폐해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매우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것들은 저도 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본주의가 망한다면, 그런 아마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으로 인한 것일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부채, 빚이 있구요. 실제로 1920~30년대 미국의 대공항, 90년대 후반 동아시아 국가들의 아이엠에프 국가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작년부터 불거진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들도 전부다 부채와 관련된 금융시스템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관심 있게 공부하고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그건 틀림없이 금융시스템으로 인한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빚을 유발시키고 자꾸 쓰게 만드는 체제에 길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진행해야 함은 틀림없습니다. 4대강 반대도 중요하고 무상급식등의 복지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투쟁해야죠. 하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잘 드러나지 않지만 훨씬 더 구조화되고 체계화되어, 우리 눈에 좀처럼 문제로 보이지 않는, 이러한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인지하고 개인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부분들도 찾아서 그렇게 하고 동시에 구조적인 저항과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실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