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111-0313
구체화 5
말을 해서 종을 울리나?『무지의 구름』을 읽은 사람은 이 표현을 이해할 것입니다. 시인·화가·신비가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들 모두가 그 진리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내가 나무 한 그루를 살펴보고 있다고 합시다. 지금까지는 그 나무를 볼 때마다 “나무로군”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한 나무를 보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습관적으로 보던 것을 보는 게 아닙니다. 어린이의 시각과 같은 새로운 시각으로 무언가를 보는 겁니다. 그것에 대한 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유일무이한, 온전한, 유동하는, 조각나지 않은 무언가를 보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경외심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이 나에게 “무얼 보았소?” 하고 묻는다면 내가 무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까? 나는 할 말이 없는 겁니다. 현실에 해당하는 말이란 없는 겁니다. 내가 한 단어로 옮겨 놓자마자 우리는 다시 개념들 속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런데 내 감각에 보이는 이 현실을 내가 표현할 수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하느님이라는 현실에 대한 말을 어떻게 찾을까요? 토마스 아퀴나스와 아우구스티누스와 그 밖의 모든 이들이 말하고자 한 것, 그리고 교회가 하느님은 신비라고, 인간의 지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고 말할 때 계속 가르치고 있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하십니까?
(다음에 계속)